국내 외식 시장을 두고 외국 패스트푸드 및 커피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직영 또는 가맹점으로 운영하는 매장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그들만의 ‘리그’가 벌써 시작된 분위기다. 대표적인 업체는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스타벅스 등 세 곳이다. 이들 3사가 판매하는 식품은 햄버거, 도너츠, 커피로 각각 다르지만, 국내 시장에서 독주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현재 직면한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 국내에 가장 먼저 진출한 맥도날드는 몇 년째 백억원대의 적자에 허덕이며 사업 돌파구를 찾느라 바쁜 분위기다. 반면 던킨도너츠는 꾸준히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밀려드는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묘책을 강구중이다. 그런가하면 가장 나중에 ‘합류’한 스타벅스는 매년 수직에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하며, 이들을 위협하고 있다.
외산 패스트푸드 3사의 국내 대전은 어떻게 될까.
이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최근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 안에 매장을 오픈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생들로부터 ‘외국 제품이 학내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한다’며 집중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동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는 요즘 ‘물만난 고기’처럼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1997년 미국의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과 (주)신세계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당시 합작법인의 이름은 (주)에스코코리아였으나, 지난 2000년에 (주)스타벅스코리아로 명칭을 바꿨다.
스타벅스의 첫 매장이 등장한 것은 합작회사를 세운 지 2년이 지난 1999년. 1호점은 서울 이대점이었다. 지난 2001년 5월에는 부산 롯데서면점에 입점, 지방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매장은 100% 본사 직영으로 관리된다. ‘똑같은 커피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란다. 이런 철저한 관리 덕분인지 스타벅스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매출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 연매출이 4백30억원이었으나, 2003년 5백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전년보다 무려 50%이상 늘어난 7백1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순익 규모도 2002년 15억원에서 2003년 32억원으로 두 배 이상이나 뛰었다.
스타벅스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매장에 식혜, 수정과, 약과 등과 같은 ‘한국 메뉴’를 접목시켜 외산 업체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와는 반대로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곳도 있다. 맥도날드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맥도날드가 국내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88년 강남 압구정동 매장을 열면서부터. 이들 3개 업체 중에 가장 빠르다.
한국맥도날드의 주인은 두 명이다. (주)신맥의 대표이사 신언식씨가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지역을, (주)맥킴의 대표이사 김형수씨가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지역 판매권을 갖고 있다. 같은 ‘빅맥’ 제품을 먹는다고 해도, 서울과 제주도점의 주인이 다른 것이다. (주)신맥이 점포수 1백99개, (주)맥킴이 1백39개를 보유해 신맥의 규모가 더 크다.
맥도날드는 국내에 진출한 이래, 사실상 패스트푸드 업계라는 신시장을 개척해 왔으나, 요즘 상황은 좋지 않다.
(주)신맥은 2002년 매출 1천5백87억원이었으나, 2003년 1천3백96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순익도 2002년 1백43억원, 2003년 2백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맥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02년 연매출 1천30억원에서 2003년 8백18억원으로 1년 만에 20%가 떨어졌다. 순익도 2003년 2백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맥도날드는 올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우선 웰빙 생활을 겨냥한 신제품 출시가 그것.
맥도날드는 올해 2월부터 야채를 주재료로 만든 새로운 메뉴군인 ‘맥도날드 후레시 플러스’를 선보였다. 이 메뉴는 맥도날드의 아시아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서정민 이사는 “맥도날드 후레시 플러스 메뉴는 일시적으로 유행에 따라 만든 제품이 아니다”라며 “향후 맥도날드 기존 메뉴와 함께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맥도날드는 기존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시했던 음식 조리 과정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퀄러티 캠페인’이라는 제도도 전개중이다.
던킨도너츠는 맥도날드보다는 국내에서 상황이 많이 나은 편이다. 던킨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94년 이태원점. 던킨도너츠의 국내 판매법인인 BR코리아(주)는 1985년 미국 아이스크림 회사인 배스킨라빈스의 판매권을 받아 국내에서 영업을 하다가, 1993년 던킨과 합작사업을 벌였다.
던킨도너츠의 매장은 대부분 가맹점으로 이뤄지는데, 현재 전국적으로 매장수가 3백여 개가 넘는다.
던킨의 매출은 급상승은 아니지만, 꾸준히 느는 추세다. 2002년 4백억원, 2003년 4백8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연매출이 5백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예상순익은 60억원선.
던킨은 일반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50여 종류의 도너츠를 직접 골라먹는 개념을 도입해 20대 젊은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던킨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웰빙 트렌드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것도 그 같은 작업의 일환이다. 최근 던킨은 녹차머핀, 호밀검정깨 머핀, 양귀비씨가 들어있는 파피츄이스티 등을 내놨다.
‘무서운 신인’ 스타벅스와 ‘역전의 노장’ 맥도날드, ‘웰빙으로 무장한’ 던킨의 전쟁을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