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비씨카드 지분 가운데 20%, 신한카드의 비씨카드 지분 가운데 13.85%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따라서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KT는 기존 비씨카드 지분(1.98%)과 합해 총 35.83%를 확보한 최대 주주가 된다. SK텔레콤은 이미 하나금융지주와 손잡고 하나SK카드를 설립하며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SK텔레콤이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SK카드는 현재 5만 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통신회사의 잇따른 카드 시장 진출은 향후 모바일 소액 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통신사업을 통해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카드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존 카드사와 손잡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카드 시장 진출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신사들은 끊임없이 다른 분야 사업 진출을 고민해왔다. SK텔레콤은 최근 오픈마켓 ‘11번가’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KT 역시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오성권 교보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보급률이 이미 100%가 넘었기 때문에 이미 시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며 “한때 황제주로 불렸던 SK텔레콤의 주가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란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던 사이에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해 모바일 결제 시장이 커져 통신사들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LG도 구체적으로 어느 회사와 손잡고 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지만 모바일 광고나 콘텐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 시장에 SK와 KT가 뛰어들면서 두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간의 주도권 다툼도 관전 포인트다. 대형 신용카드 회사들은 통신사들의 카드 시장 진출에 자극받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카드 시장까지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통신사와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카드사 간에 치열한 경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