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에 위치한 우리투자증권 본사.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법 시행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7월 우리금융지주 매각방침을 발표했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투자증권 분리매각 불가를 정한 지 6개월 만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김 위원장은 금융정책 최고책임자이자,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총괄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방향에 대한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 후 시장에는 누가 우리투자증권의 짝이 될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가 꼽혔다. KB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은행 비중이 가장 높아 비은행 부문의 강화가 절실하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할 경우 자산총계와 자본총계 면에서 대우증권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인수자금도 충분하다. KB금융은 지난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약 6조 원의 현금을 마련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지분율은 34.96%로 시장가 기준 1조 원이 조금 넘는다. 10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더라도 2조 원 정도면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해 은행부문 강화를 이뤄낸 하나금융지주도 후보 가운데 하나다. 하나대투증권과 합칠 경우 압도적인 증권업계 1위가 된다. 다만 인수자금이 문제다. 외부 투자자까지 끌어들여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마련한 형편에 2조 원 가까운 자금을 또 만드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상반기 중 현대건설 매각대금이 들어오고, 최근 금리상승으로 은행부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형증권사를 원하는 국내외 기관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 하나대투증권을 팔고, 우리투자증권을 사들이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우리투자증권 매수대금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은지주도 일각에서 거론되는 후보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치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해 초대형 금융기관을 바라는 정부방침과 일치한다. 그러나 산은지주는 증권사보다 시중은행 인수가 더 급하다. 정부의 산은지주 민영화가 이뤄지면 정부 보증이 사라져 수신 기반이 없는 산업은행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올해 30개의 영업점을 새로 개설한다. 자회사인 KDB생명과 대우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소매금융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유통 채널 개발에도 나서겠다. 올해는 개인금융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산은지주는 최고경영자(CEO)인 민유성 회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변수다.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느냐까지 두고 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매각 목적이 공적자금 회수인 만큼 현재 정부가 최대주주인 산은지주가 인수에 나선다는 비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도 결국 우리금융지주라는 ‘본체’ 매각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우리투자증권은 그 자체의 무게보다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이라는 중력에 따른 종속변수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증권사가 필요한 곳이 뛰어든다면 묶어서 팔 수도 있고, 증권사가 필요 없는 곳이 뛰어든다면 떼어내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재개된다면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을 제외하고 KB금융과 산은지주, 그리고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 등이 후보들이다. KB금융과 산은지주는 자금력과 시너지 면에서 유리하다. 보고펀드는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잠재 후보로 거론되지만 금융기관의 공적 기능 측면에서 대형 금융지주가 PEF에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 외환은행의 경우처럼 PEF에라도 팔아야 할 정도로 절박하지도 않다.
우리금융지주 매각방식도 변수다. 예금보험공사 지분 56.97%를 일괄 매각하는 방안과 몇몇 투자자에게 쪼개 파는 방안, 주식 맞교환을 통한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57%의 시장가격만도 7조 원에 달하는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격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어느 한 후보가 단독으로 예보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몇몇 투자자가 나눠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민연금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가 20%까지 가능해진 것도 변수다. 국민연금이 다른 인수자와 컨소시엄을 이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처리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작업 완료 후에도 진행형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일괄 매각된다고 해도 인수자가 증권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까닭에서다. 우리금융 인수자금 충당을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팔 가능성도 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06년 4750억 원에 대한투자증권과 대투운용을 인수했고, 2007년 대투운용 지분 절반과 경영권을 1800억 원에 글로벌 금융그룹 UBS로 넘겼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는 대투증권 사옥을 2870억 원에 매각했다. 피인수자산을 유동화시켜 인수대금의 73%를 회수한 셈이다.
한편 금융위원회 안팎에서는 빠르면 3월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이 다시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동안 우리금융지주와 같은 초대형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신속하고 과감한 업무처리 스타일을 감안할 때도 우리금융 매각작업은 상반기 중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혁명적 빅뱅을 시도하겠다.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심정으로 대형금융사가 출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곧 드러날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메가뱅크와 대형투자은행(IB) 육성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내놓은 메가뱅크론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치는 모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KB금융과 우리금융 산은지주를 한데 묶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대형은행과 초대형증권사가 동시에 탄생하는 모델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