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 행사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왼쪽)과 윤종용 부회장(오른쪽). | ||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지난 2000년 연말에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비교적 높은 직급인 A임원은 연말 연휴가 시작되는 12월28일 자신의 책상 위에 흰봉투가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서를 불러 “무슨 봉투냐”고 묻자 “비서실에서 전해드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임원은 그리 두껍지 않은 봉투였기에 ‘아마도 연말이고 해서 주는 특별상여금인가 보다’고 생각하고는 별 생각없이 양복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날 저녁 A임원은 귀가한 뒤 옷을 벗다가 낮에 넣어둔 봉투가 생각나 부인에게 “특별 상여금인 모양”이라며 주었다. 뜻밖의 수입에 희색이 만연해진 부인은 봉투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얼마 뒤 안방에서는 거의 괴성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A임원이 뛰어가보니 부인이 흰봉투를 들고는 석고상처럼 굳어진 자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부인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봉투를 A임원에게 주었다. 봉투를 돌려받은 A임원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봉투에는 A임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세자리 단위가 더해진 거금이 들어있었다. 놀란 A임원은 다른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은 비슷했다.
삼성전자의 임원 연봉이 수억대에 이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직급 체계상 임원이라 하면 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 등 5계단다. 과거의 이사보-이사-상무보-상무-전무-부사장-사장의 7계단에서 2계단을 줄였다. 물론 연공서열식 승진보다는 발탁인사 등을 통해 인재를 기용하려는 목적에서 이 같은 직급 파괴가 이루어졌다.
지난 9일 삼성의 기술력을 대표할 수 있는 S(super)급 핵심인력에게 부여하는 최고 명예직인 ‘2004 삼성 펠로우’에 삼성전자 김창현 연구위원(상무), 서강덕 연구위원(전무)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들 삼성 펠로우 칭호를 받는 인력들이 사장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그간 수차례에 걸쳐 우수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사장급 임원들이 직접 나서서 인재 영입을 하고 그게 인사고과에 반영될 정도로 삼성에선 우수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자사 임원들에게 어떤 대접을 해준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자료는 없다. 다만 각종 자료를 통해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에 삼성펠로우로 임명된 김창현 상무와 서강덕 전무에게 삼성측에선 본인 이름의 연구실과 독자적 연구를 지원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 주고, 국제 표준 기술을 주도하기 위해 대외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라는 회사 이름 외에 김 상무와 서 전무 개인이 학계에서 ‘스타’가 될 수 있게끔 지원해 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선 이들이 명예 외에 금전적으로 어떤 혜택을 입게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들 삼성펠로우는 ‘사장보다 연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 이재용 상무(가운데 흰옷) 등 지난 2001년 신규 임원 승진자 교육 모습. | ||
하지만 이 수치만으로 삼성전자가 이들 회사보다 급여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임원들의 급여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금융사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공개된 기업지배구조개선 지원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감사 포함, 사외이사 제외)의 평균 연봉은 58억1천만원. 지난 2003 회계연도에 삼성전자의 이사수는 14명. 이중 7명은 사외이사다. 지난해 회계장부를 보면 사외이사를 포함한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총 급여액은 4백11억원. 평균 급여액은 29억4천만원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을 하면 사내 이사가 4백억원 가까이 받아갔고 사외이사가 10억원(1인당 1억5천만원) 정도 받아 상대적으로 사외이사가 ‘거마비’ 수준의 급여를 받아간 것으로 계산이 나온다. 사내 이사의 평균 연봉 58억1천만원은 직원 평균 급여인 4천9백여만원에 비해 1백20배에 가까운 수치다.
회사를 이끄는 주요 인재에게 높은 직급과 고액의 임금을 줬다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의 임금 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임직원들의 급여로 나간 돈이 모두 2조7천2백86억원이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리더급이 가져간 4백억여원은 2%에 해당된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올해 급여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 등기이사들이 가져간 돈은 2백50억8천4백만원.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5백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진대제 전 사장이 정통부 장관으로 가면서 사내이사가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받아가는 돈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사들이 얼마를 받아가는지는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2년도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에서만 수령한 금액이 80억원대로 알려졌다. 연봉 41억원에 비슷한 규모의 판공비를 받아 총 80억원대의 연봉을 수령한 것. 당시 삼성전자의 전체 임원 보수 총액은 5백억원(이사회 결의사항)이었고, 올해는 6백억원으로 20% 인상됐다. 따라서 올해 이건희 회장의 연봉은 1백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종용 부회장은 이 회장 연봉에 비해 50%대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사장급 전문 경영인의 경우 삼성전자 내 전문경영인 중 최고봉인 윤종용 부회장보다 한참 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에는 이런 비등기 임원들이 5백65명에 달한다. 지난 8월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여기에는 고문과 사장급 임원도 다 포함된다.
이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우급 인사들에게 사장 못지않은 연봉이 나가지만, 보통 상무급들은 2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문기술직 임원들의 경우 일반 사무직 임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판공비와 봉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비등기 사장급 임원들은 2억원대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연말에 사업실적에 따라 부서마다 다르게 붙는 성과급을 더하고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2002년의 경우 윤 부회장이 전문 경영인으론 처음으로 성과급을 포함해 연 1백억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추정이 나와 주목받았다. 삼성에선 임원에 오르면 연봉 상승 외에 2천CC급 승용차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지급되고 여비서가 사무보조로 따라 붙는다.
전무급 이하 임원들에겐 별도의 사무실 제공은 없고 파티션을 만들어주는 정도다. 다만 부사장급으로 한번 더 상승하면 3천5백CC급 에쿠스 승용차와 별도의 사무실이 제공된다. 부사장급 이상에겐 상당 규모의 판공비와 기타 경영수당도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