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상반기 최대 매물로 꼽히고 있는 대한통운 빌딩 전경. |
최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관심이 제법 커 보인다.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맥주 100만 상자 돌파 기념 축하연’에서 대한통운 인수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 회장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기존 물류 계열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바이더웨이가 갖고 있던 물류회사 본길로지스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상태다. 바이더웨이 물량 수송 업체 본길로지스를 인수하는데 롯데로지스틱스가 들인 자금은 4억 3850만 원에 불과하다. 롯데로지스틱스가 지난 2007년 롯데냉동과의 합병에 이어 그룹 차원의 밀어주기 속에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대한통운까지 더해질 경우 단번에 그룹 대표 계열사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롯데로지스틱스는 신격호 회장 장녀이자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신격호 회장이 서미경 씨와 낳은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몫으로 여겨지는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12월 신격호 회장은 본인 명의 롯데로지스틱스 지분 전량(4.99%)을 롯데후레쉬델리카에 증여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신영자-신유미 자매가 각각 지분 9.31%씩을 보유해 개인 공동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회사다. 이때부터 신격호 회장 딸들이 롯데후레쉬델리카 롯데로지스틱스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런 까닭에 롯데의 대한통운 인수 추진이 신격호 회장 딸들의 분가 재산 마련 목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비상장사인 롯데로지스틱스가 대한통운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도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거액이 소요될 국내 1위 물류업체 대한통운을 신동빈 회장이 누나와 여동생을 위해 순순히 계열분리용으로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저울질했다 포기했던 CJ그룹의 재도전 여부도 주목을 받는다. 대한통운 인수를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CJ는 지난 2008년 대한통운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최종 입찰에서 포기한 바 있다.
CJ는 기존의 식품·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물류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CJ는 지난 2006년 삼성물산으로부터 물류회사 HTH를 인수한데 이어 같은 해 싱가포르 물류기업 어코드를 인수하면서 물류업 강화에 나서 왔다.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물류 계열사 CJ GLS와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CJ GLS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 CJ㈜로 지분율이 41.52%에 달한다. 2대주주는 23.85% 지분을 보유한 이재현 회장이다. 비상장인 CJ GLS가 대한통운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 할 경우 CJ㈜뿐만 아니라 이재현 회장까지 막대한 상장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탄 보유고에서 크게 앞서는 포스코와 롯데가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CJ가 지난 2008년처럼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거론되기도 한다.
대한통운 인수전이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날 인수전에서 맞붙은 포스코-롯데의 리턴매치가 되는 동시에 ‘범 삼성가’ 대결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재계 1위 삼성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삼성의 대한통운 인수 검토설이 퍼지자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즉각 표명했지만 ‘대한통운 인수 이후 삼성SDS와 합병시킬 것’이란 증권가의 구체적 전망이 더해지면서 삼성의 인수전 참여 여부에 많은 시선이 쏠린 상태다.
대한통운 인수시 물류업체가 아닌 IT 계열사 삼성SDS와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이 회사가 지난해 물류 사업을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등 그룹 물류사업을 총괄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SDS가 이건희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라는 점도 주목을 받는다. 이 회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SDS 지분 8.8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며 여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각각 4.18%씩을 갖고 있다. 이 회장도 0.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의 대한통운 합병 가능성은 상장 여부와 맞물려 더 큰 주목을 받는다. 고순동 삼성SDS 사장이 지난 1월 11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이 없다”고 밝히긴 했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삼성SDS의 상장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삼성SDS가 대한통운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할 경우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 거액의 상장차익이 돌아갈 전망이다.
한편 포스코가 막강한 자금력을 토대로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날 인수에 이어 올 상반기 최대 매물 대한통운마저 먹어치울 수 있을지도 재계의 큰 관심사다. 대한통운을 바라보는 포스코 수뇌부의 눈길은 오너십이 있는 재벌들만큼이나 절실해 보인다. 포스코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 부진을 보이면서 임기 3년 중 1년을 남겨놓은 정준양 회장의 실적 쌓기 노력이 요구되는 까닭에서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