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이건 뭐 무늬만 민영화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KT와 KT&G는 지난 2002년에 각각 민영화됐지만 아직도 공기업 이미지가 강해 보인다는 소릴 듣곤 한다. 오랜 기간 공기업 형태로 운영됐던 탓도 있겠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인사를 둘러싼 외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공시된 이 회사들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 내역에도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했다. 사외이사 후보로 명시된 인사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주총을 통해 정식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오는 3월 11일 정기주총을 앞둔 KT는 지난 2월 10일 공시를 통해 박병원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새 사외이사 후보에 올랐음을 알렸다. 박 전 수석은 경제기획원 요직과 재경부 차관을 거쳐 지난 2008년 6월부터 2009년 1월까지 경제수석을 역임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박 전 수석은 2007년 3월부터 경제수석 발탁 직전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우리금융 재직 당시 컨설팅 용역 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2009년 1월 경제수석을 사임하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 KT행을 두고 박 전 수석에 대한 권력층의 배려가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오는 2월 25일 주총을 갖는 포스코가 지난 1일 새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한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민간위원이다. 국과위는 옛 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폐지로 과학기술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운영돼 왔으며 오는 4월부터 국가 차원의 연구 개발(R&D) 사업을 총괄하는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위상이 대폭 강화된다.
KT&G도 국과위 인사를 새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KT&G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오는 3월 4일 주총에서 이왕재 김정식 정영기, 총 세 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들 중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국과위 운영위원을 맡아오고 있다.
그 외 다른 사외이사 후보들도 현 정부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김정식 순천향대 법과대학원장은 경찰 출신으로 경찰청 정보국장을 거쳐 지난 2009년부터 1년간 경찰대학장(치안정감)을 지냈다. 정영기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을 거쳐 현재 금융감독위원회 감리위원을 맡고 있다.
한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도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영입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8일 공시를 통해 2월 25일 주총에서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이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될 것임을 알렸다.
이 전 장관은 신한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을 거쳐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은행감독원장을 거친 금융계 거물이다. 이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아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대통령 자문 국민원로회의 위원을 겸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
특혜 채용 있었나? 김용현 전 장관 이수페타시스 근무 이력 주목
온라인 기사 ( 2024.12.11 14:12 )
-
매각대금으로 활로 찾을까…금호건설의 아시아나항공 처분 시점 주목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10 16:18 )
-
비상계엄 불똥, 부동산에도 옮겨붙나…장기 침체 전망에 무게 실리는 까닭
온라인 기사 ( 2024.12.06 16: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