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에 걸쳐 서울식품의 지분 15%가량을 매집하면서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비록 서울식품은 당시 자본금 2백7억원의 작은 회사였지만 경영적자가 심하다고 해도 자산가치는 1천억원대로 평가받았던 만큼 경씨의 M&A 공세는 증권가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뜻밖의 M&A 공세에 놀란 증권가의 이목은 두 가지에 쏠렸다. 우선 경씨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고, 다음은 과연 경씨가 서울식품을 경영목적으로 인수했느냐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증권가는 수십억원을 동원해 소형기업을 장악한 경씨에 대해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씨는 불과 22세의 젊은이였기 때문이었다. 20대 초반에 불과한 그가 어떻게 그런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씨의 정체에 대해서 조금씩 드러났다.
경씨의 정체를 알고난 증권가는 다시 한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당시 자동차 부품업체인 지티전자라는 코스닥 등록회사의 사원에 불과했다. 나중에 드러난 일이지만 그의 돈줄은 바로 그의 부친, 경대현씨였다. 그는 한때 서울식품에서 상무로 지낸 적이 있는 인사였다.
문제는 경씨 부자의 다음 행보. 서울식품 인수에 성공한 경씨 부자는 추가로 다른 기업에 대한 M&A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넥사이언, 한국슈넬제약, 하우리 등 3개 업체를 잇따라 공략하고 나섰다. 이중 인터넷 보안업체인 하우리를 제외하고 다른 두 기업은 마침내 수중에 넣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터졌다. 하우리의 경영권 장악 실패가 알려지면서 경씨 부자에 대한 증권가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것. 세칭 ‘슈퍼개미’라는 이름으로 증권가에 M&A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경씨 부자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면서 기존에 인수한 기업들에 대한 인기도 크게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경씨 부자는 재빨리 서울식품의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당초 서울식품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참여 목적이라고 부르짖었던 경씨 부자의 속셈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천원대에 매집했던 서울식품 주식을 3~4배나 튀겨 장내매도하면서 경씨 부자는 최소 7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씨 부자가 서울식품에 대한 지분을 매각하자 증권가는 그들을 작전세력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들 부자의 M&A 작전은 그치지 않았다. 2004년 초부터 시작된 이들 부자의 기업사냥은 최근 코스닥등록업체이자 차량용 엠프제조회사인 에프와이디의 지분을 대량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의 경우 경씨부자는 자신들의 이름이 아닌 기존에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지티전자라는 회사 이름으로 M&A에 나섰다.
지티전자는 지난 10월22일부터 무려 한달에 걸쳐 에프와이디의 주식을 야금야금 사들여 15% 확보에 성공했다. 사실상 이 회사의 소유권은 경씨 부자가 장악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경규철씨의 부친인 경대현씨는 이번에 지분장악에 성공한 에프와이디의 회장으로 재임하다가 지난 2002년 사임했다. 당시 경씨는 얼마전까지 최대주주로 있었던 이홍재씨 등에게 M&A 공격을 받아 경영권을 잃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2년 만에 경씨는 에프와이디의 경영권을 되찾은 셈이다. 개인적인 앙금이 이번 M&A의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이무튼 2004년 증권가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경대현-규철 부자의 무차별적인 M&A 공세에 여의도 증권가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슈퍼개미의 융단폭격에 자본금이 그리 많지 않은 소형 회사들은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