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3만여 건의 음란물을 유통한 서 아무개 씨(36)가 구속됐다. 그를 수사한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사업 종목이 음란물만 아니었다면 성공한 사업가라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가 개인 서버에 보관한 음란물은 16TB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고, 제목만 기재하더라도 A4용지 550장을 훌쩍 넘길 정도였다고 한다. 종류로 나누더라도 6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각양각색이었다. 서 씨는 이 영상을 기반으로 지난 1년 7개월 동안 2억 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 그는 어떻게 야동업계의 대부로 성장했을까. 과거 파문을 일으켰던 ‘김본좌’를 능가하는 ‘서본좌’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10대 소녀, 교복 입은 여고생, 초등학생, 원조교제….’
서 씨가 보유한 음란물은 대부분 미성년자가 출연하는 영상이었다. 이러한 음란물의 경우 성인 사이트 및 전화방, PC방 등지에선 희소가치를 인정받는 콘텐츠에 속했다. 국내에서 촬영된 영상은 전무할뿐더러 해외에서 입수하려 하더라도 루트를 알기 어렵고,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순간 수사기관의 처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상호명을 밝히길 꺼려한 봉천동 일대의 A 전화방 업주는 2월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단골손님들은 갈수록 더 자극적인 영상, 기존과는 다른 것을 원하는데 고객들에게 새로 볼만한 영상을 선보이지 못하면 오랜 손님을 다른 가게에 뺏기기 십상이다”며 “다른 전화방에서 신작이 가득 담긴 서버 소유자와 거래망을 텄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솔깃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 씨처럼 다량의 음란물을 보유한 유통업자는 반가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서 씨의 경우 소수만 알고 있다는 해외 음란물 신작을 입수하는 루트까지 줴고 있었다. 이 정보는 음란물 업계에선 고급 기술에 속했다. 이전 ‘김본좌’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김 아무개 씨 역시 “해외에서 생산되는 음란물을 안전하게 직거래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가진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진술했는데 서 씨도 ‘고급기술’을 보유한 몇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 씨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무기로 전국을 돌며 손쉽게 거래 업체를 늘려갔다. 주요 타깃은 전화방이었다. 전화방에서는 서 씨가 보유한 서버에 접속하는 대가로 월 10만~20만 원을 지급했다. 다른 유통업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그는 음란물을 동영상 편집기술을 이용해 더 깨끗한 화질로 탈바꿈시켜 높은 값을 받기도 했다. 또 편집기술을 가지고 기존에 있던 영상을 다른 것과 합성하거나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제목을 바꾸는 방법으로 원본 하나만을 가지고 수십 건의 유사 영상들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서 씨의 서버에는 어떤 음란물들이 있었을까. 담당경찰들은 국내에 떠도는 야동 중 출처가 그의 서버가 아닌 것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 씨 역시 자신의 음란물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어 손수 제목이나 대략적인 내용을 약술해 한글 파일로 저장해 두고 있었다. 경찰에 압수된 목록에선 동성애, 몰래카메라, 연예인 닮은꼴 음란물, SM, 강간, 폭력물, 동물과의 성교, 단체 성교, 아동 학대 등 기상천외한 60여 가지 종류의 음란물들이 카테고리 별로 나눠져 있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 1년 7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20~30건의 음란물을 수집하고 편집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다고 그가 정신이상자거나 사회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아니었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경기도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평범한 남성이었다. 군 제대 후에는 의료기기 납품업체에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월급을 모아 훗날 IT산업에 진출할 요량으로 웹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동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는 등 자기개발도 꾸준히 했던 서 씨였다.
그러나 단시간에 큰돈을 벌겠다는 그의 욕심이 결국 화를 불렀다. 그는 대박 날 만한 사업 아이템을 물색하던 중 개인 메신저를 통해 건네받은 쪽지에서 음란물 서버에 관한 광고를 접했다. 1만 개의 음란물이 저장된 서버가 있는데 이 영상을 전화방이나 PC방, 인터넷 사이트 등에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반신반의하며 판매업자를 만난 그는 제법 그럴듯한 사업전략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판매업자는 ‘이제 어느 정도 돈을 벌었으니 이 사업에서 손을 떼려 한다’며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거래처와 해외 음란물 입수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고급스런 차림으로 나타난 판매업자가 단기간 큰돈을 벌고 손을 털면 된다고 설득하자 서 씨는 3000만 원에 그의 서버와 노하우를 구입했고 강원도 원주 원룸에 사무실을 차리고 불법 음란사이트 ‘헤라’ 등 인터넷 사이트 2개를 개설했다.
영업 업무를 하며 배운 노하우로 서 씨는 처음 70~80개에 불과했던 거래업체를 1년 6개월 만에 337개로 늘렸고, 1만 7000여 개의 음란물을 몇 달 만에 3배로 늘렸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야만 했기 때문에 서 씨의 영업방식은 치밀했다. 대포통장, 대포 휴대전화를 사용해 추적을 피하고, 전화방 업주들과 거래할 때 가명을 쓰는 등 자신의 신분을 절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서 씨는 결국 사업장인 원주 원룸에서 자신의 진짜 IP로 서버에 접속했다가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그렇게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서 씨가 벌어들인 돈은 통장에 찍힌 것만 1억 4000만 원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해온 서 씨의 치밀한 영업방식을 감안하면 현금거래에 의한 수입이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대포통장에 은닉시킨 수익금도 상당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서 씨는 경찰조사에서 모든 수입을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정확한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가슴 보면 나이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서본좌의 서버에 있는 동영상 중 미성년자 출연 영상을 밝혀내기 위해 쓰인 것으로 알려진 ‘가슴발육 나이 추정기법’이 화제다. 경찰 측은 서 씨가 유포한 음란물 속 출연 여성을 겉모습만으로 미성년자라 규정짓기엔 법리적 근거가 부족해 고민하던 중 결국 국과수에 객관적인 판단을 맡겼다. 국과수는 이에 ‘가슴발육 나이 추정기법’을 통해 출연자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가슴발육 나이 추정기법이 무엇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얼굴이 아닌 가슴으로 어떻게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또 기준이 무엇인지 등을 두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국과수 관계자는 “대부분 여성은 11~17세 사이에 유륜(유두 주변의 흑갈색 부위) 팽창이 일어난다”며 “17세 이상의 나이엔 이 팽창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의학적으로 검증돼 있어 영상에 출연한 여성들 중 유륜 팽창이 일어난 경우를 발견해 미성년자임을 밝혀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