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래연습장(노래방) 업계 내부에서 한동안 관행이 되다시피한 협회비 수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다른 업종에도 해당 업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와 단체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노래연습장 업종과 관련한 단체가 서울에만 5개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별 다른 제재 없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이들 협회들은 서로 경쟁하며 업주들의 돈을 뜯어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노래연습장의 수는 3만 5000여 개에 달하며 서울시에만 7000여 개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로만 봐도 꽤나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노래연습장과 관련한 협회만 무려 5개가 등록되어 있다. 최초 1992년에 (사)대한노래연습장협회중앙회(대한협회)의 창립을 시작으로 ‘(사)한국노래문화업협회중앙회(한국협회)’ ‘(사)서울시노래연습장업협회(서울시협회)’ ‘(사)노래연습장업연합회(노래협회)’ ‘(사)통합노래연습장협회중앙회(통합협회) 등이 존재한다. 이중 노래협회와 통합협회는 현재 해산 중이거나 해산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체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대한협회와 한국협회 그리고 서울시를 주무부처로 하는 서울시협회 등 총 세 곳이 혼재되어 있다.
당국의 무관심 속에 단일 업종에서 복수의 법인이 등록되면서 업주들의 혼란과 고통은 가중되고 있었다. 일부 업주들은 난립하고 있는 복수의 협회에서 여러 번 회비 납부를 요구받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현재 그나마 간판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대한, 한국, 서울시 협회의 경우도 일부 간부의 횡령, 업주고소, 임기종료 후 총회 요청거부 등으로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서 각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지역 지부장들은 상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법자와 같은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일부 지부장들이 상부에 돈을 건네고 지부장 직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각 지역 지부장들은 자신들의 관할 업소를 상대로 개업시 가입비와 매월 회비를 걷고 있다. 업소가 개업하면 보통 20만~30만 원의 가입비가 협회에 의해 부과되고, 월 회비도 2만~3만 원씩 내게 하고 있다. 법적인 의무가 아니지만 업주들 대부분은 이러한 지부장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업소 대부분이 캔맥주와 같은 주류 판매와 도우미 접대와 같은 불법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부장들의 회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와 통화한 종로의 한 노래연습장 업주는 “대부분 캔맥주 판매와 도우미 접대를 하고 있는 업주들 입장에서 당연히 신고가 두렵다. 회비가 밀리거나 하면 은연 중 신고와 관련해 압박을 해온다”고 증언했다.
동대문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업주는 이와 관련해 흥분한 듯 기자와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기자는 지난 16일 이 업주를 직접 만나보았다. 이 업주는 지난 1993년 노래연습장 사업 초창기부터 업소를 운영한 업계의 산증인과 다름없었다. 업주는 “협회가 복수로 난립하면서 한때는 회비 지로가 한 달에 몇 장씩이나 날아온 적도 있다. 그렇지만 신고당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 때문에 안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난 협회에 어느 정도 기대감도 있었다. 최소한 이익단체로서 주류 판매 허용과 같은 로비작업에 우리 돈이 이용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단 한 번도 회비내역을 공개한 적도 없다. 대부분 돈이 지부장 개인 주머니로 착복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업주들의 불만사항을 고스란히 담은 ‘한국노래문화연구소’의 보도자료에는 일부 횡포를 부리고 있는 지부장들의 만행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종로와 서대문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한국협회 소속의 김 아무개 지부장은 “노래방 몇 개를 죽여 놓았다”는 소문을 업주들에게 퍼트려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우리한테 돈을 뜯어내면서 월 소득이 1200만 원은 될 것이다. 우리는 동네북이고, 봉이다”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김 지부장의 경우도 회계내역을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 착복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였다.
협회들의 주무부처인 서울시와 문체부는 그동안 업계에서 행해진 문제의 근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협회와 한국협회의 주무부처인 문체부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7년부터 공익법인이 아닌 사단법인의 보고의무사항 제도가 폐지되었다. 이후 관리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협회의 주무부처인 서울시의 설명도 비슷했다. 서울시 담당자는 다만 “아직까지 업주들의 불만사항을 직접 접수받은 적은 없다. 문제가 파악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