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이 지난 14일 오후 신한은행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동우 내정자는 2월 21일 이사회의 회장 후보 추천을 통해 3월 말 주주총회(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1948년 부산 출생인 한 내정자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신탁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거쳐 1982년 창립멤버로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신상훈 전 사장 등과 함께 신한의 미래를 이끌 차기 ‘잠룡’으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지난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현업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은행장 경력은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무난한 조직 생활이 크게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 내정자의 당면 과제는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이른바 ‘신한 빅3’의 집안 다툼으로 어수선해진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다. 새 회장이 정해지면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신상훈 전 사장의 이사 임기도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다. 신한사태 장본인 3인방이 모두 떠나게 된 셈이다.
그동안 신한 빅3의 그룹 내 영향력이 워낙 컸던 게 사실이다. 새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라 회장 측(친라)이 밀어주는 한 내정자와 라 회장 반대파(반라)인 재일교포 세력이 지지한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결국 한 내정자가 승리했지만 재일교포 주주들은 “라응찬 전 회장 세력이 회사 일을 주무르고 있다”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 회장 선임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지지를 받았던 한 내정자가 라 전 회장 측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 경영을 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회장 후보 추대 결정 직후 한 내정자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재일교포 주주들과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 한 내정자가 자신을 반대했던 재일교포 세력을 진정 끌어안으려 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신한금융 내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의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듯한 움직임이 일어나 눈길을 끈다. 한 내정자의 회장 후보 추대 직후 신한금융은 국내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국내 사외이사 수를 기존의 3명에서 5명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수가 4명인 상태에서 국내 사외이사가 5명으로 늘어나면 전략적 투자자인 BNP 파리바 몫(1명)을 포함해 사외이사 수가 총 1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수는 4명으로 유지되지만 전체 사외이사 수가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나면서 재일교포의 비중은 50%에서 40%로 축소되는 것이다. 재일교포 사외이사진이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30일 서진원 전 신한생명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한 내정자가 신임 회장으로 추대됨에 따라 공석인 신한금융 사장 자리를 누가 채우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한동우 내정자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내분 사태로 어수선한 조직을 한 내정자 중심으로 추스르려는 의지로 보인다.
신한금융 조직은 한 내정자를 밀어준 친라 세력과 한 내정자를 반대한 반라 세력으로 나뉜 상태다. 만약 새 사장 자리에 친라 인사를 앉힐 경우 “화합을 거스른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 장악이 급선무인 한 내정자가 반라 인사에게 사장 자리를 덜컥 넘겨주기도 꺼림칙한 노릇이다. 한 내정자는 “필요하면 (사장 자리에) 외부 명망가 영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신한금융그룹노동조합협의회(신노협)는 지난 2월 15일 성명서를 통해 “한 내정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소신 있는 역할을 다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전직 최고경영진 3명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응찬 없는 신한은 없다”고 할 정도로 라 전 회장 그늘이 짙은 신한금융에서 한 내정자가 라 전 회장 그림자를 지울 수 있을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