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재계는 고유가, 고원자재가, 고환율 등 3재가 겹치면서 내년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은 사업부문 축소, 몸집줄이기 감량경영 등을 준비중이어서 인사철을 앞둔 재계 내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실제로 재벌기업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인사를 단행한 코오롱그룹의 경우 전체 임원의 23%를 축소하는 사상 최대의 임원줄이기 인사를 발표해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전체 임원(상무보 이상) 자리 1백27개 중 29개를 줄여 그야말로 임원 대학살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승진-전보자 등을 빼면 기존 임원 중 34명이 그룹을 떠나게 돼 코오롱그룹 내부는 어수선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코오롱의 이 같은 정기 임원인사 동향은 재계 전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대기업들 역시 올해 임원인사 방향을 감량, 혹은 구조조정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
아직 정기 인사의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 않고는 있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리딩그룹들도 예년에 비해 두드러진 감량 경영형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정기인사 시즌을 한 달여 앞두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하지 못한 상태. 그러나 구조본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비상경영을 선언한 만큼 예년처럼 대폭적인 승진인사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느냐”며 인사내용이 밝지 못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삼성은 그동안 매년 전체 임원의 10~20%를 승진-이동-전보했다. 특히 승진 인사의 폭을 비교적 높게 가져감으로써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인사원칙을 보여왔으나 올해는 예년보다 그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삼성은 12월 중하순경에 있는 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임원인사의 내용과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윤곽을 정하기 때문에 이 절차가 이뤄진 뒤 인사폭 등이 정해질 전망이다. 현재 그룹 안팎의 예상은 2004년도에 비교적 실적이 우수한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비관적인 모습이 확연하다.
삼성그룹 인사에서 가장 시선을 모으는 부분은 상층부의 변화. 그중에서도 그룹의 핵심포스트인 윤종용 부회장(삼성전자)-이학수 부회장(구조본)-이재용 상무(삼성전자)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부회장의 경우 회장 승진설이 나돌고 있으며, 이재용 상무 역시 부사장급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이 부회장의 거취문제와 맞물려 구조본의 상당수 핵심 인사에 대한 물갈이설도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어 그룹 내부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포스트 인사들에 대한 인사시기는 내년 초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들어 박황호 사장이 퇴진하고, 그룹 실세로 평가받던 정순원 사장(기획실)이 계열사인 로템의 부회장으로 이동하는 등 굵직굵직한 인사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정몽구-의선 부자가 실제 대주주로 있던 글로비스의 지분 해외매각이 성사된 터여서 경영진 상층부에 대한 인사이동이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경우 경영능력과 실적을 중심으로 과단성 있게 인사를 단행하는 성격이어서 충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에선 정의선 부사장이 정순원 부회장이 맡고 있던 기획실을 완전 장악할 것이란 관측도 오가고 있다. 현재 기획업무는 최한영 사장-정의선 부사장이 그룹 전체를 핸들링하고 있는 형국이다.
LG그룹의 올해 인사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GS그룹이 독자출범함에 따라 LG그룹은 그룹 본류로서 사업구조와 인맥을 새롭게 짜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그룹 상층부에서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LG를 축으로 전체 계열사의 임원 및 사업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이에 맞춰 인사도 단행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존 임원들이 사업부문 조정에 따라 퇴진하거나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올해 정기인사 내용에 대해 관심을 모으는 곳은 경영권 향방이 주목되는 SK그룹을 비롯해, 롯데그룹과 효성그룹, 한진그룹 등 경영 2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SK그룹의 경우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대주주인 소버린이 임시주총 개최요구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내부가 어수선해 이에 대한 정리 차원에서 대규모 경영임원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손길승 회장과 최태원 회장 간의 역할 조정이 불가피하고, 오너일가 내부의 역할조정도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을 대신해 그룹경영의 실무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 ‘친동빈’ 인사들이 전면에 부상할 전망이다. 신 부회장은 최근 경영전략실장을 맡아 사실상 그룹경영의 실세자리를 차지했다. 그룹 안팎의 전망은 경영층이 젊어질 것이라는 내용에 집중되고 있다.
3형제가 나란히 전무로 재직중인 효성그룹도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문 전무의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또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그룹과 다른 형제들의 분가작업이 사실상 2004년에 매듭됨에 따라 각자 인맥구축을 위한 인사가 큰 폭으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