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4ㆍ27 재ㆍ보궐선거 대책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
◇‘개헌’ ‘복지’ 이슈 파급력은?
개헌론은 여야 사이는 물론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 간에 충돌을 빚고 있는 복잡한 정치현안이다. 이미 개헌 이슈에 대해 정치권은 법적인 필요성보다는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양상이다. 4·27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당리당략적인 마찰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개헌 자체의 필요성을 떠나 개헌 이슈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개헌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개헌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엿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의 조사결과(2월 8일) ‘개헌이 필요하므로 시기적으로 지금 개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은 35.1%,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25.6%, ‘개헌이 전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개헌이야기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은 20.9%였다.
이번 재보선에선 성남시 분당을, 전남 순천, 경남 김해을에서 국회의원을, 강원도에서는 도지사를 새로 뽑게 된다. 수도권과 영호남 등을 아우르는 지역에서 선거가 이뤄져 ‘미니총선’이라고 불리지만 ‘전국 이슈’인 개헌론이 직접적으로 지역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 다만 개헌론을 둘러싼 여-여, 야-야 갈등이 지역 민심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무상급식 이슈의 경우 이번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다 우세하다. 지난 1월 22~23일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결과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초중고 전면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찬성(55.9%)이 반대(43.6%)보다 높게 나온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의료·보육 등 ‘무상 시리즈’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는 의견이 60.7%, ‘관심 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38.6%로 민주당이 복지 이슈에 대한 여론의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복지 이슈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한나라당에서 먼저 선점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전쟁 여파가 복지정책에 대한 호응을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주자별로 복지 이슈에 대한 주장이 맞서고 있어 이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서민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복지 이슈는 복잡한 변수로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보선은 여야 대결구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정치현안에 대한 여야의 주도권 다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강원도 민심 향배 예측불허
재보선이 가까워지며 후보자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 관심 지역구로 꼽히는 강원도와 김해을 두 곳 모두 한나라당에선 유력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물망에 오르던 후보들이 연이어 고사 의사를 밝히고 있어 내심 당황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강원지사 후보로 한승수 전 총리, 경남 김해을 후보로 김태호 전 총리후보자,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로 정운찬 전 총리 등 이른바 ‘총리벨트’로 재보선을 치르겠다는 야심찬 각오를 밝히고 있다. 한승수 전 총리의 경우 출마 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한나라당 내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을 염려하는 한나라당이 한승수 전 총리와 엄기영 전 사장 등 지역 출신 ‘거물급 인사’를 모두 물망에 올리고 관심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민주당은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에 공을 들였으나 결국 권 전 부총리는 고사 의사를 밝혔다. 현재 춘천 출신인 최문순 의원, 태백 출신 최종원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으나 한나라당 후보와의 경쟁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당 일각에서는 이광재 전 지사의 부인 이정숙 씨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박스 기사 참고). 김해을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유력 후보였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터라 당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다. 또한 국민참여당 측에서는 민주당에게 김해을 후보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향후 양당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강원도의 경우 민심의 향배를 그 어느 지역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꼽는다. 전통적으로 여당의 우위지역이라고 거론되지만, 실제 선거에서 나타나는 민심은 ‘정부 심판론’ 정서를 종종 보여왔기 때문. 더구나 이번 강원 선거는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까지 더해진 상황이어서 야권에서도 ‘수성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지역 선거도 중요하지만 강원지사만큼은 뺏길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 야권후보 단일화 성사될까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연대 성사 여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지역은 경남 김해을이다.
민주당에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를 원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최근 출마 의사를 접은 뒤, 국민참여당과 기타 야권의 연대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그러나 민주당 친노계 일각에서는 김경수 사무국장의 불출마 배경에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종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친노 세력 내의 불화 조짐마저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참여당은 김경수 사무국장의 출마에 대해 ‘참여당 죽이기이자 유시민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바 있다. 결국 김 국장의 불출마 배경에는 이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경수 사무국장이 지난 16일 갑작스레 불출마 선언을 하자 이 지역에 후보를 내려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원장은 “(김경수 국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이봉수 경남도당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경수 사무국장은 지난 17일 기자에게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출마여부는 제 개인이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단한 것일 뿐 유시민 원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글로 입장을 밝힌 것 외에 추가로 말을 덧붙이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불거진 잡음으로 친노계는 이미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한 친노계 인사는 “김해을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친노계가 양분되었다는 대외적 이미지는 만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