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부사장의 세아제강지주가 투자 진행,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성과 비교…세아 “계열분리는 없다”
#두 지주회사 세아제강지주·세아홀딩스
세아그룹에는 특수강 사업을 하는 세아홀딩스와 강관 사업을 맡고 있는 세아제강지주, 두 개의 지주회사가 있다. 특수강은 탄소강에 다른 합금원소를 첨가해 성질을 개선한 합금강을 뜻한다. 강관은 내부에 빈 공간이 있는 봉 형태의 철강 제품이다.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이 2013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세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운형 전 회장의 장남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홀딩스를, 이순형 회장의 장남 이주성 부사장은 세아제강지주를 각각 총괄하고 있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는 같은 세아그룹 아래 있지만 사실상 각자 경영을 하고 있다. 세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5.12%의 이태성 부사장이다. 또 이태성 부사장의 모친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세아홀딩스 지분 10.65%를 갖고 있고, 에이치피피도 세아홀딩스 지분 9.38%를 보유 중이다. 에이치피피는 이태성 부사장이 지분 93.24%를 갖고 있는 개인 회사다. 박의숙-이태성 모자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부사장도 세아홀딩스 지분 각각 8.66%, 17.9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세아제강지주 최대주주는 지분율 22.82%의 에이팩인베스터스다. 에이팩인베스터스는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대주주인 회사다. 또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 지분 각각 12.48%, 21.63%를 갖고 있다. 이미 이순형-이주성 부자 측이 보유한 세아제강지주 지분은 56.88%로 절반이 넘는다.
이처럼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는 이태성·주성 부사장 측이 각각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순형 회장 은퇴 후 계열분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세아그룹 측은 계열분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이태성·주성 부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경영 성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도 수익성 강화’ 이주성의 세아제강지주
세아제강지주는 지난 7월 8일 영국에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 생산공장 건립 및 설비 구축에 향후 3년간 약 4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는 세아제강지주가 올해 2월 영국 현지에 설립한 세아윈드를 통해 진행된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 7월 6일 세아윈드에 약 500억 원 규모의 증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투자는 이주성 부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성 부사장은 “이미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력회사들과 공급 협의를 진행하는 등 구체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아제강지주는 미국 및 아시아 해상풍력 구조물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성 부사장은 해상풍력 관련 신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세아제강지주 자회사 세아제강은 2020년 해상풍력발전 공장 부지 마련을 위해 신텍의 순천공장 부지를 125억 원에 인수했다. 증권가에서도 세아제강지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 반등한 미국 내 에너지용 강관 가격이 올해 2분기에 추가 상승하고 있다”며 “대만뿐 아니라 국내와 일본에서도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큰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세아제강지주가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최근 수익성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영향을 피하지 못해 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2019년 3조 8689억 원에서 2020년 2조 4030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3313억 원에서 73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세아제강지주의 매출은 2019년 2조 6439억 원에서 2020년 2조 3064억 원으로 줄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631억 원에서 671억 원으로 소폭 늘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69억 원으로 2020년 1분기(287억 원)보다 80억 원 이상 상승했다. 세아제강지주는 영업이익 상승 원인에 대해 “고수익성 글로벌 프로젝트 판매 확대”라고 공시했다.
#‘매출은 높지만 수익성이…’ 이태성의 세아홀딩스
반면 세아홀딩스의 매출은 2019년 4조 9307억 원에서 2020년 4조 2574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895억 원에서 131억 원으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세아홀딩스는 각종 비용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2615억 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세아홀딩스의 매출 규모는 세아제강지주보다 크지만 수익성에서는 뒤처진 셈이다.
이 때문인지 세아홀딩스는 최근 현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 5월 세아엔지니어링을 김 아무개 씨에게 매각했다. 세아엔지니어링은 기체 펌프 및 압축기 제조업체로 세아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아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세아홀딩스 실적에 기여하지 못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 5월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세아홀딩스는 발행 목적을 ‘채무상환 자금’이라고 공시했다.
이태성 부사장도 최근 몇 년간 특수강 외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부사장은 2016년 에이치피피를 통해 스테인리스강관 업체 씨티씨를 한양이엔지로부터 인수했다. 이주성 부사장의 주력 사업인 강관 사업에 이태성 부사장도 진출한 것. 씨티씨는 에이치피피에 흡수합병됐다가 2019년 다시 분리돼 현재는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의 자회사로 있다. 2020년에는 세아항공방산소재(옛 알코닉코리아)를 760억 원에 인수했다. 세아항공방산소재는 항공·방위 산업용 알루미늄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다만 씨티씨의 2020년 매출은 330억 원, 세아항공방산소재는 471억 원으로 세아홀딩스 전체 매출에 비하면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
이주성·태성 부사장 두 사람 모두 1978년생이고, 2018년 동시에 부사장에 올라 어느 누가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결국 향후 경영 성과에 따라 그룹 내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이주성 부사장의 성과가 좋아 보이지만 미래를 단정할 수만은 없다. 세아홀딩스의 전망도 부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세아창원특수강 등 주요 계열사들이 우수한 사업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2021년 들어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세아그룹 관계자는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홀딩스, 이주성 부사장은 세아제강지주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계열분리 계획은 없다”며 “세아는 철강소재 전문기업으로서 세아라는 이름으로 함께할 때 지속성 및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발휘된다”고 전했다. 차기 세아그룹 회장과 관련해서는 “현재 이순형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그 어떠한 의사 결정이더라도 가족 간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거쳐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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