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컴백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야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거칠 것 없는 언행과 카리스마로 정치판을 여러 차례 뒤흔들었던 이 장관의 ‘컴백’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야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수면아래에 있었던 여권 주류 세력 간 파워게임이 다시 불거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친박 및 야권과의 관계 역시 ‘강경 모드’로 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한나라당 복귀설’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아니겠느냐.”
이재오 특임장관의 복귀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 의원들 반응이었다. 27개월간 외유 끝에 지난해 7월 28일 재보선에서 승리하며 재기에 성공했던 이재오 특임장관은 당초 이명박 대통령의 입각 제의를 여러 차례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8월 8일 이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되자 현역 의원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장관 라인으로 분류되는 한 친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던 이 장관이 얼마나 국회로 돌아오고 싶어 했는지 아느냐”면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으면 언제든 그만둘 것이라고 수차례 사석에서 말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소문은 지난해 말 처음 불거졌었다. 예산안 날치기 막후로 지목받던 이 장관이 개헌과 4대강 사업 등의 본격 추진을 위해 당으로 돌아올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던 것이다. 이 장관 역시 청와대 측에 이러한 뜻을 은밀히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장관 복귀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이 장관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측근이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친박이나 야권에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날치기 정국에선 대립보다 화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 역시 ‘주군’인 이 대통령의 이러한 의중을 받아들이면서 복귀설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최근 이 장관 거취를 둘러싸고 여권 핵심부가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장관이 원할 경우 당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는 4·27 재보선에 대한 자체 판세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는 전언이다. 대선캠프 출신인 여권 고위 관료는 “재보선은 상당히 힘들 것 같다. 어두운 전망 일색”이라면서 “패배 후유증을 미리 대비할 필요성이 있는데 그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이 장관의 당 입성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당과 친이계를 이 장관이 단속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청와대 정무 관계자 역시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믿을 만한 측근이 당내 입지를 구축해야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의 복귀 가능성은 높다”고 점쳤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 3월 초 이 대통령을 만나 4·27 재보선이 끝나면 국회로 돌아가 당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복귀 시기를 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월 중순에서 6월 초 사이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측근들의 귀띔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장관이 4·27 재보선과 관련해 예전과는 다른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도 당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평론가 홍상욱 박사는 “이 장관이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재보선에서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그동안 선거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면서 “당으로 돌아와 현재의 지도부를 겨냥해 재보선 책임론을 거론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이 장관이 당에 복귀할 경우 우선 새로운 당 지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조기 전당대회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도 연결시켜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여권에선 이미 ‘조기 전대 7월 개최설’이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은 이를 이 장관 라인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가 발전’ 성격이라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우세한 평이다.
현재 이 장관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여러 채널을 통해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기 전대 직접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또한 막후지원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한나라당 최대 주주인 이 장관이 어떤 ‘결심’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전대 개최 시기 및 그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당 최고위직을 노리고 있는 몇몇 중진급 의원들은 이 장관 ‘복심’을 얻기 위해 벌써부터 뜨거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기 전대를 통해 당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하면 이 장관은 총선을 향해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로부터 ‘공천 학살의 장본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 장관은 19대에서도 비슷한 ‘악역’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 최대 계파 수장으로서 공천을 주도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발판을 만들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치권에선 총선 결과에 따라 이 장관의 대권 행보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싱크탱크 구축 및 당 내외 조직을 강화하며 대권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여 왔다. 지난해 10월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4명의 대구·경북 출신 전·현직 대통령을 열거한 다음, “내 이름이 ‘재오’(제5) 아니냐. 차기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대권에 대한 꿈을 드러낸 바 있다. 차기 영순위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지지율 면에서 현저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이 장관으로선 최대한 ‘세와 조직’을 늘릴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공천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장관 복귀설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곳은 친박계다. 이 장관이 친이계를 결집해 ‘박근혜 죽이기’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지난 18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친박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 일전을 벌이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다. 공천에서도 우리를 향해 칼을 휘두를 것이다. 호락호락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주류 친이계지만 정권 출범 이후 여러 차례 ‘파워게임’을 벌여왔던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 라인과도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재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양측의 갈등(<일요신문> 892호 참고)은 이 장관이 원내에 들어오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과 ‘SD 라인’으로 꼽히는 이병석 의원의 격돌이 유력한데, 이 과정에서 정권 최고실세들인 이재오-이상득 양측의 권력다툼이 정점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