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2005년 새해 벽두부터 삼성과 LG가 한판승부를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맞붙을 시장은 연간 1백조원대의 ‘황금시장’으로 불리는 LCD시장. 현재 LCD는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TV, 휴대폰 액정화면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LCD는 반도체와 더불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데다, 공장 하나를 증설하는 데에 수조원이 들어갈 정도로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다. 현재 삼성과 LG는 명실공히 세계 시장에서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2005년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일본 소니와 손을 잡고 ‘세계 최초’로 LCD 7세대의 막을 올릴 계획이고, LG는 삼성보다 공장 가동은 늦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향후 삼성과 LG의 ‘LCD 전쟁’은 시간이 우선일지, 규모가 우선일지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과 LG의 ‘LCD 전쟁’은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처음 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시 LCD시장은 일본 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삼성과 LG가 뒤를 잇고 있었다. 시장 점유율은 삼성 20%, LG 14%로 삼성이 월등히 앞섰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삼성과 LG의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LG가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 지난 2001년 시장 점유율은 삼성 20%, LG 17%, 2002년 삼성 17%, LG 16%였다. 지난 2003년에는 아예 시장 점유율이 뒤바뀌었다. LG가 전체 점유율 21%로 삼성(20%)을 역전한 것. 그러나 2004년에는 또 삼성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국내의 양대 재벌사들이 시장 점유율에 있어 매년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할 정도이니 경쟁의 치열함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접전은 신규 공장 증설에서부터 가격 경쟁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서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LCD의 파격적 가격 인하. LG전자의 42인치 TV를 기준(모델명 우-42PZ65)으로 보면 지난해 4월 7백만원대에 판매됐으나, 연말에는 4백80만여만원으로 가격이 인하됐다. 삼성전자의 32인치 LCD TV의 경우에도 지난해 초 4백만원대에 판매됐지만, 연말에는 가격이 3분의 2 수준인 3백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먼저 불을 지핀 곳은 삼성. 삼성은 2003년 11월부터 일명 ‘40인치 마케팅 총력전’을 벌였다. ‘40인치 마케팅 총력전’이란 LCD 40인치의 가격을 대폭 낮춰서 디지털 TV세트업자들에게 납품하는 전략이었다.
삼성의 이런 저가 공세에 LG의 아성은 와르르 무너졌다. 삼성이 기존의 LCD패널보다 최대 25% 싼 가격으로 납품하면, 삼성 TV의 가격 역시 그만큼 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할인점 판매업체의 한 직원은 “한때 삼성의 TV가 경쟁사의 같은 크기 TV보다 40만~50만원 정도 싼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의 저돌적 공격은 투자에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소니가 전격 손을 잡고 차세대 LCD 공장인 ‘7세대’ 시대를 연 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3월 소니와 각각 50%의 지분을 투자해 자본금 2조1천억원 규모의 합작사 ‘S-LCD’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LG와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다급해진 삼성은 공장 가동 일정을 오는 2월로 앞당겼다. LG, 대만업체 등 경쟁사보다 하루라도 제품을 빨리 출시해서 시장의 헤게모니 자체를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만일 삼성-소니가 앞당긴 일정대로 오는 2월 공장을 가동할 경우 이는 ‘세계 최초’의‘7세대 공장’이 된다. 특히 삼성은 7세대의 후속세대인 7-2세대에 대한 마스터플랜까지 공개하는 등 LCD시장에서 LG와의 격차를 넓혀가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의 선재공격에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LG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뺏겼지만, 대신에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이겠다는 야심이다.
LG는 오는 2006년 가동할 예정인 7세대 공장에 총 5조2천9백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의 투자 규모보다 2배가 큰 액수. 더욱이 LG는 대규모의 투자만큼 대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측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LG의 7세대 공장은 월 생산규모가 9만 장에 이를 정도. 삼성은 월 6만 장 규모다. LG가 정확히 삼성의 1.5배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과연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삼성이 계속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는지 불투명해진다.
그런가하면 LG는 지난해 삼성의 가격 인하 정책에서 겪었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7세대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물량공세에 이어 가격공세까지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삼성이 가격 공세로 나간다면 우리도 별 수 없다”며 “삼성이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패널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얘기는 LG가 삼성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40인치 패널보다 더 큰 패널을 비슷한 가격에 팔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 시장을 놓고 보건대 삼성과 LG의 전쟁은 분명 ‘선의의 경쟁’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최초’와 ‘최대’라는 각기 다른 카드를 들고 나선 두 그룹의 전쟁은 자존심을 건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