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성민과 정일진은 각각 미니홈피와 다음 아고라를 통해 박승대(사진)의 압력으로 SBS에서 출연 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4일 개그맨 성민이 다음 미디어 아고라에 올린 글이었다. 이 글에서 성민은 “A 개그맨이 방송 출연을 방해해 2년 동안 이유도 없이 SBS에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그 선배가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민은 무조건 빼라’고 이야기 하고 다녔고, PD님들은 ‘위에서 누른다.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고 밝혔다.
이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곧이어 A가 박승대로 밝혀졌다. 이에 박승대는 “성민이 불성실했기 때문에 해고한 것”이라 주장했고, SBS 예능국 신정관 CP는 “불성실한 사람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반응에 대해 성민은 6일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차라리 법적대응을 같이 가자”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더욱 강력하게 대응했다. 또한 8일에는 미니홈피를 통해 “조용히 해결? 긴 말 더 이상 안 하겠습니다. 변명 같은 거 하지 마시고 공개 사과하세요”라고 밝히며 “방송보다는 3000만 원 받는 행사를 더 좋아하는 불성실한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방송 정지를 주었다는 SBS 신정관 CP님 또한 공개 사과하십시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성민이 박승대와 SBS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자 주변에서 지지의 목소리가 하나 둘 더해졌다. 우선 동료 개그맨 이동규는 한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같이 코너를 한 제가 볼 땐 전혀 불성실하지 않습니다. 성민이가 늦은 적 없었고요. 오히려 30분정도 일찍 와서 대본정리를 하는 친구입니다”라며 성민을 지지하고 나섰다. 동료 개그맨 최기섭 역시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성민을 지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글은 개그맨 정일진이 8일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다. 성민과는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밝힌 정일진은 본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방송에서 퇴출됐다고 주장했다. 박승대가 이끌던 기획사 스마일마니아 소속이었다는 그는 “소속 개그맨은 대학로 공연장에서 공연해야 했고 거부하면 강제로 퇴출됐다”면서 “퇴출되면서 계약서를 달랬더니 1500만 원을 달라고 강요했는데 돈이 없어 2년 동안 방송을 쉬어야 했다. 일부 동료 개그맨은 돈을 주고 기획사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2년 뒤 어렵게 <웃찾사>에 복귀했지만 박승대 측의 압박으로 다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게 정일진의 주장이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SBS 공채 개그맨들은 하나같이 박승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렸다.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네 명의 개그맨은 하나같이 성민이 문제 제기를 한 실질적인 발단이 SBS가 준비 중인 새 개그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한 개그맨은 “예전보다는 많이 관객이 줄었지만 여전히 이엔티팩토리가 운영하는 웃찾사 전용관은 장사가 되는편”이라며 “그동안 박승대 측은 <웃찾사> 출연 개그맨이 대학로 공연에 참여하도록 해 지속적인 수입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했다. 이엔티팩토리는 박승대가 이끌던 스마일마니아의 후신으로 박승대의 매형이 대표로 알려져 있다. 관건은 SBS 새 프로그램도 <웃찾사>와 마찬가지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개그맨들은 그가 운영하는 대학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개그맨만 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 성민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
SBS 예능국은 “새로 준비하고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박승대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SBS 출신 개그맨들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취재에 응한 한 개그맨은 “SBS의 새 개그 프로그램 신설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출연 기회가 박승대 라인에 국한되는 분위기라 개그맨들 사이에 말이 많다”고 전했다.
성민 역시 “SBS는 새 프로그램과 박승대가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현재 새 프로그램을 위한 개그 연습은 박승대의 매형이 대표로 있는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에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정관 CP와 안철호 PD 등 제작진이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에서 100여 명의 개그맨들과 함께 새 프로그램을 위한 연습에 한창이다.
결국 SBS 출신 개그맨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새 프로그램 출연진이 이엔티팩토리에서 운영하는 대학로 웃찾사 전용관에서 공연하는 개그맨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물론 개그맨들의 오해일 수도 있다. 연습만 웃찾사 전용관에서 하고 있을 뿐 SBS의 설명처럼 박승대와는 무관하게 새 프로그램이 준비 중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불성실’하지 않고 ‘재미’있다면 성민을 비롯해 모든 개그맨의 출연이 가능해진다. SBS 새 개그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해 출연 개그맨의 면면이 드러나야 오해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가장 큰 궁금증은 왜 개그맨들이 박승대가 SBS 예능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새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담당 CP와 PD보다 박승대의 영향력이 더 막강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개그맨은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그 이유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그 부분에 대한 개그맨들의 폭로성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