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남편 김영훈 씨(가명)는 퇴근 후 귀가하지 않은 아내 서정윤 씨(가명)를 기다리며 새벽 내내 전화를 걸었다. 수십 번의 전화 연결음이 울렸을 그날 밤 아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음 날 아침 7시 무렵에야 겨우 통화가 연결됐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것은 정윤 씨가 아닌 응급실 의사였고 남편은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정윤 씨가 사망한 채로 병원에 왔다는 것.
사인은 비외상성 뇌출혈로 타살의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아내의 죽음. 아내 정윤 씨는 위아래 속옷도 없이 겉옷만 입은 채 직장 근처 공터 차 안에서 숨져 있었다고 한다.
사실 차 뒷좌석에서 쓰러져 있던 정윤 씨를 병원에 데려간 사람은 10 여년을 함께 근무한 직장상사 조 씨였다. 우연히 토요일 이른 아침에 정윤 씨를 발견했다는 조 씨.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정윤 씨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아니라 그 전날부터 11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조 씨의 아파트 CCTV 영상에는 정신을 잃은 상태로 조 씨에게 끌려가는 정윤 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 날 밤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남편 김 씨는 "뇌출혈이 일어났는데 그렇게 질질 끌려 다니고 차에 4시간 갇혀 있고 병원에 죽은 상태로 갔잖습니까. 요즘 누가 그렇게 죽습니까"라고 말했다.
오후 10시 경 정윤 씨는 조 씨의 집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새벽 2시 쯤 조 씨는 의식이 없는 정윤 씨를 질질 끌고 정윤씨의 차가 주차되어 있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끌고 간 정윤 씨를 차량 뒷좌석의 다리를 두는 공간인 레그룸에 옮긴 조 씨. 정윤 씨는 새벽 6시경 병원에 오기 까지 무려 4시간 동안을 좁은 레그룸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조 씨는 같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위급한 상황인지 전혀 몰랐고 오히려 잠을 자는 줄 알았다며 경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찰 조사가 끝나고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직장상사 조 씨가 정윤 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해 조 씨를 부작위로 인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올해 6월 1심 판결이 내려졌는데 검찰의 기소 내용에 대해 재판부는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나 피고인의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중략)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되어있다.
조 씨의 진술에 따르면 조 씨의 집에서 정윤 씨가 구토를 시작한 시간은 밤 11시경. 재판부는 새벽 2시 경 엘리베이터와 지하 주차장에서 찍힌 CCTV 영상을 근거로 볼 때 정윤 씨가 이미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조 씨가 정윤 씨의 사망과 인과 관계가 없다며 무죄로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조 씨의 아파트 CCTV 영상을 확인한 남편 영훈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의 직장상사 조 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집안에서 4시간 동안의 일은 둘만이 아는 상황. 재판에서 다뤄야할 그 날 밤의 재구성은 오직 조 씨의 진술을 토대로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도 사건 발생 직후 조 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이제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론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정윤 씨의 휴대전화뿐. 당시 정윤 씨의 휴대전화가 담고 있을 사실들은 기술적인 한계로 일부만 복구되었다. 그렇게 둘만 있던 4시간 동안의 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1심 재판이 끝났다. 정말 조 씨에게는 정윤 씨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사건 발생 후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정윤 씨의 남편 영훈 씨는 아내가 조 씨의 아파트에 들어가 다시 나오기까지 4시간의 진실이 여전히 궁금하다. 제작진은 그 4시간의 진실을 추적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렌식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일부만 복구 되었던 정윤 씨의 휴대 전화 기록들을 전부 복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새롭게 드러난 그 날의 단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날 밤 정윤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윤 씨의 휴대전화를 새롭게 포렌식한 결과를 통해 그 날 밤 4시간의 진실을 다시 추적해 보는 한편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구호 의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고민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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