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조직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내에서도 이들 조직들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
현재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조직은 크게 정당 형태를 띤 조직과 포럼 및 자문그룹, 그리고 팬클럽 형태의 조직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인 자문그룹은 지난해 말 공식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 이곳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다른 조직에 비해 일찌감치 설립한 자문 그룹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이 출범했을 때 당내 친이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너무 빨리 한나라당 대권주자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견제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정책 연구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대권 강화 행보라는 의견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 조직 발기인에 포함된 인사들의 면면이 재계와 학계는 물론 전·현직 정치인들이 상당수인 데다 외교·안보·국방·복지 등 사실상 대선 공약을 모두 아우르는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이들이어서 사실상의 대선 싱크탱크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발족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안국포럼’을 롤모델로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전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었지만, 캠프 조직과 자문그룹의 운영에 대해서는 이 후보에게 한 수 밀렸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사실 자문그룹을 보다 조직적으로 운영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표 주변에 사람들은 많지만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족했다고 본다”며 지난 2007년 대선 캠프의 ‘단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의 명함에 일일이 일련번호를 넣어 측근들 사이에서 이 숫자가 작을수록 이 후보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여준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었다. 일부 불만의 목소리 때문에 이 명함 숫자는 결국 없앴지만, 당시 이명박 캠프 측이 얼마나 조직 관리에 철저했는지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했다.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외에 다른 ‘친박’ 조직들도 근래 보다 적극적으로 개별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지지조직으로 등산모임인 ‘청산회’와 사회봉사활동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민희망포럼’이 있다. 지난 2006년 6월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 대표 주도로 만들어진 청산회는 서 전 대표의 정치 행보 재개 움직임에 따라 향후 역할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산회는 회원 수가 무려 7만여 명에 이를 만큼 규모가 큰 조직으로 지난 4월 30일 충남 계룡산에서 열린 시산제에도 1만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대대적인 세 과시를 한 바 있다.
2008년 출범한 ‘국민희망포럼’은 한나라당 강창희 전 최고위원, 이성헌 의원, 강인섭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주도해 만들어진 단체로 최근 지역별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봉사활동이 창립 취지이지만, 구체적인 조직을 살펴보면 전국적인 지부와 정책연구원, 사회적기업연구소, 시민 아카데미 등 정당과 시민단체를 결합한 형태의 모습을 띠고 있다. 국민희망포럼 관계자는 “복지사회 구현이 포럼의 설립취지인 만큼 차기 대권가도에서 박 전 대표를 돕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박 전 대표는 팬클럽도 가장 많은 정치인이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설립한 대표적인 팬클럽인 ‘호박가족’ 외에도 ‘박사모’, ‘근혜사랑’ 등 다수의 팬클럽이 ‘각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러한 여러 지지조직이 만들어지고 활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표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한때 박 전 대표의 팬클럽 내에서는 알력 다툼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간간이 잡음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낳은 또 다른 폐해인 셈. 팬클럽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친박 관계자는 “사실 팬클럽이라고는 해도 순수한 지지의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 외에 자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인 만큼 권력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박 전 대표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팬클럽 운영도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지지조직에는 순수 지지자들도 상당수이지만, 사실상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에게 ‘줄서기’ 위한 목적으로 모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 주변에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박 전 대표의 ‘이름값’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전직 의원 역시 “무슨 조직이나 단체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면서 (박 전 대표에게) 축사를 부탁하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 현실적으로 일일이 챙길 수도 없고 또 의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또 가야 하는 자리도 대부분은 측근들이 대신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측도 난무하는 지지 조직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효율적인 관리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역시 조직 관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들 자발적 조직이기 때문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직접 관리를 하게 될지, 조직 자체에 맡길지는 향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친박 정당’을 내세우고 있는 정당만도 세 개에 이른다. 지난 18대 총선 이후 서청원 전 대표와 이규택 현 미래연합 대표가 만든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와 이규택 대표가 미래희망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에 반대해 별도로 만든 미래연합, 그리고 박 전 대표의 사촌오빠인 박준홍 전 대표가 주도해서 만든 친박연합, 이들 세 정당은 모두 박 전 대표 지지를 표방하거나 그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미래연합의 이규택 대표는 가을께 출범을 목표로 박 전 대표를 돕기 위한 포럼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얼마 전 비공개로 150여 명의 인사들이 모여 단합대회를 열었다. 중도와 일부 진보성향 인사들도 참석해 의미가 깊었다고 본다. 아직 밝힐 수는 없으나 명망 있는 호남권 인사가 주요 간부직에 영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들 소규모 정당들이 박 전 대표의 외곽 지원군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이들 정당이 정치결사체인 만큼 ‘자기 역할’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향후 대선가도에서 박 전 대표에게 디딤돌 역할을 할지, 아니면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일부 친박 정당이 내부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거나 친박 정당 간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자칫 파열음으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앞서의 친박계 관계자는 “각기 다른 정당에 속해 있지만 박 전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서 박 전 대표를 위해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날이 친박 조직의 외연은 넓어지고, 이들 조직을 바라보는 박 전 대표의 시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정치적 의미 덧칠 왕 부담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 오는 7월 2일로 계획한 대규모의 총회 일정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은 6개월 동안의 연구 성과물을 보고하는 자리로 이번 총회 일정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런데 총회 개최를 20여 일 앞둔 지난 10일께 갑작스레 취소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해 말 출범 당시엔 70여 명의 인사로 출발했으나, 이후 회원 수가 늘어 얼마 전 200여 명을 넘어섰다. 회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 15개 정책분야도 19개로 늘렸다고 한다. 연구원의 주축이 되고 있는 인사들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을 비롯해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김광두 서강대 교수,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윤병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 서울대 이승훈 교수 등으로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총회 개최 일정이 알려진 이후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 내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연구원 측은 물론 박 전 대표 측도 다소 난감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미래연구원 측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의 성과물을 처음으로 보고하는 자리로 마련된 만큼 전당대회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총회 일정이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 4일)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어서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세 과시를 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총회를 강행하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는 후문이다.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친박계 의원 측도 이러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내 연구 분야만 담당하고 있을 뿐 연구원 활동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총회도 취소되었다고 들었다”고만 설명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역시 지난 10일 ‘총회 개최 여부’에 대해 묻자, “총회가 취소되었다. 여러 가지 사정을 자세히 알고는 있으나 얘기하긴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 측근은 하루 전인 9일에도 총회 개최 일정에 대해 ‘변동사항이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서강대 김광두 교수는 지난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취소가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취소되었다는 얘기는 누구한테 들었느냐”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 의미를 더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너무 많아 개최 여부를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미래연구원은 발족 당시부터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대권주자로서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독보적인 탓에 여느 대권주자의 싱크탱크에 비해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던 데다, 최근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가미래연구원의 첫 총회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광두 교수는 “우리끼리 조용히 공부하려고 만든 모임인데 너무 말들이 많아 곤란한 게 사실”이라며 “총회 개최 여부는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정 앞당겨…유가족 배려
지난 5월 22일 친박계 인사인 김학원 전 의원이 갑작스레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4월 14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모임인 ‘충청미래정책포럼’의 창립대회를 주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었다. 포럼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김 전 의원은 이날 행사를 마친 이후 며칠 뒤 서울 연대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당시 김 전 의원은 패혈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한 달여 만에 결국 별세하게 되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방문 예정 시각보다 갑작스레 일정을 앞당겼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전 대표 방문에 맞춰 빈소를 찾으려고 했는데 (박 전 대표가) 갑자기 두 시간이나 빨리 찾아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낮 혼자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돌아갔다고 한다. 예정 시각을 앞당겨 방문한 이유는 지지 인사들과 측근들이 대거 몰릴 것을 염려한 박 전 대표가 고인 유가족을 배려한 결정이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