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그런 삼양이 요즘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부도 이후 채권단이 갖고 있던 회사 지분이 전중윤 창업주 일가로 되돌아간 때문이다. 과거 회사의 대주주였던 오너 일가가 다시 주인으로 올라선 것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98년 법정 화의에 들어가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전체 회사 지분의 70%(4백44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 회장 일가를 비롯한 삼양의 우호지분은 12.97%(75만 주)에 불과했다.
그러나 법정 화의에 들어간 지 7년 만인 지난 11일 삼양은 채권단과 협상을 벌여 회사 지분을 도로 가져왔다.
지난 11일 공시에 따르면 창업주 전중윤 회장의 맏며느리인 김정수씨 외 18인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주식을 인수,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들이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한 지분은 32.8%(2백5만 주)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사재를 털어 회사주식을 인수했고, 총 1백25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창업주인 전씨 일가는 기존의 우호지분과 함께 총 44.8%(2백80만 주)의 지분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최대주주가 됐다.
세부내역을 보면 전 회장의 맏며느리인 김정수씨가 31.55%(1백97만 주), 이건재단이 0.39%(2만4천 주)를 사들였다.
우지 파동 당시 회사 경영자였던 전 회장의 장남 전인장씨는 지분을 사들이지 않았다. 이틀 뒤에는 지원군까지 얻었다. 현대산업개발이 ‘백기사’를 자처하며 삼양식품의 주식을 산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전 회장의 맏며느리인 김정수씨로부터 21.75%(1백36만1천6백10주)를 사들였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자금력이 부족해 평소 친분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에 우호지분 형식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어쨌거나 삼양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오너의 사재를 모두 털었고, 지원군까지 활용한 것이다. 오너 일가의 비장한 결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오너 일가의 욕심대로 삼양식품이 부활할 수 있을까.
▲ 창업주 전중윤 회장 | ||
이후 주가는 4일 연속 장이 열리기가 무섭게 상한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장이 마감된 후 삼양식품의 주가는 1만3천7백원이었다. 불과 4일 만에 회사 주가가 2배가량 급등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해 “현재 신규 사업을 진행하거나 확정적인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주인이 경영권을 되찾았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
증권가에서 우호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최근 삼양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총 매출 2천7백억원, 영업이익 2백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실적이 20%이상 급등했다. 삼양식품의 대표주자인 ‘삼양라면’의 경우도 매달 판매 수가 늘어나고 있다.
삼양식품 측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삼양라면은 한 달에 50만 박스 정도가 팔렸으나, 지난해에는 70만 박스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는 것.
불황 속에서도 영업실적이 좋아지다보니 회사의 회생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D증권사 관계자는 “라면 회사의 경우 불황일수록 매출이 늘어난다”며 “특히 삼양식품은 주로 저가의 라면을 공급하는 데다, 코믹 광고 등의 효과로 인해 회사 이미지가 개선돼 매출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완전히 회복한 것이 호재가 될 전망이다.
경영진들이 채권단의 눈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으리라는 예측 때문이다.
삼양식품 내부에서도 들뜬 분위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회사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이 같은 추세로 보면 올 1분기 안에 화의를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의 이런 ‘장밋빛 꿈’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부채비율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98년 이후 서울 수송동 사옥, 계열사인 삼양유지사료 등을 매각하며 끊임없이 몸집 줄이기에 주력했지만, 아직까지 1천억원의 부채가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회사 순자본금이 94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다. 결국 경영권을 회복한 오너 일가가 막대한 금액의 부채를 어떻게 줄이느냐하는 부분이 부활의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