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 직후 14%까지 올랐던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최근 11%선에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
여론조사 기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4·27 재보선 직후 대체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리얼미터의 주 단위 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재보선 기간인 4월 25일~29일 조사에서 35.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가, 5월 2일~6일 조사에서는 31.2%로 내려앉았다. 그동안 한나라당 지지율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하락한 수치였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이후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예전 수치를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리얼미터의 재보선 직후인 4월 28일~29일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지지율 30.0%를 기록해 이전 조사(4월 18일~22일, 32.2%)에 비해 2.2%p 내려갔다. 하지만 그 다음 조사(5월 2일~6일)에서는 31.3%를 기록해 약간 회복했고 이후에도 약간씩 변화상은 있지만, 하락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재보선 여파로 인해 다른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월 단위로 정례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5월 조사(5월 28일~29일 실시)에서는 4월 조사(4월 30일 실시)에 비해 35.3%→40.2%로 5%p 가까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선 여파로 인해 한나라당 지지율은 크게 타격을 받은 데 반해, 박 전 대표는 별다른 여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재보선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층 중 한나라당 지지자의 비율이 내려간 반면 민주당 지지자 비율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도 박 전 대표 지지율이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SOI의 4월 조사에서 박 전 대표 지지층 중 한나라당 지지자의 비율은 61.3%였으나 5월 조사에서는 57.8%로 내려갔고,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15.3%→24.5%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웅 실장은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 심리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 표출을 유보한 이들이 늘어난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면서도 손학규 대표에 대한 낮은 기대감으로 인해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며 당내 친이계로부터 계속해서 견제를 받아온 상황이 ‘여당후보’ 신분인 그에게 오히려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KOSI의 4월 정례 조사에서 ‘4·27 재보선 결과가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주장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공감이 간다’는 답은 70.5%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심판론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민주당 지지율 오르는데 손학규 지지율 오르지 않는 이유
손학규 대표의 오랜 고민은 그가 제1야당의 대표임에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 대표 측은 아직 대권구도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들어 현재의 지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가 의석 하나 없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에 비해서도 지지율이 밀려왔던 과거의 상황이 결코 달가울 수는 없었을 터.
그러나 4·27 재보선 이후 손학규 대표는 분당 을에서의 승리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었다. 재보선 이전 유시민 대표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하던 손 대표는 재보선 이후(4월 28일~29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14.3%로 유시민 대표(9.8%)를 오랜만에 앞질렀다. 지난해 10월 당대표 당선 뒤 2위로 잠깐 올라섰다가 3~5위권으로 내려앉은 이후 6개월여 만의 2위 탈환이었다. 하지만 재보선 반등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후 두 번의 조사(4월 28일~29일, 5월 2일~6일)에서 각각 14.3%, 14.1%로 유시민 대표(각각 9.8%, 12.5%)를 앞섰지만 차츰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다소 내려가는 양상을 보였던 것. 손 대표는 그 이후 세 번의 조사에서 ‘마의 15%’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모두 11%대로 내려앉았다.
손학규 대표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으나 민주당 지지율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 지지율은 재보선 직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앞지른 뒤 약간 하락했으나 최근 조사인 리얼미터의 5월 23일~27일 조사에서도 한나라당(30.2%)을 앞서는 33.4%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2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5%p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
손학규 대표 지지층을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한 가지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 지난 4월 KSOI의 조사에서 손학규 대표 지지자 중 민주당 지지층은 28.3%였다가 5월 조사에서는 25.9%로 떨어졌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 중 민주당 지지층은 같은 기간 15.3%→24.5%로 올라 민주당 지지층 중 상당부분을 박 전 대표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본다. 더구나 손 대표가 당의 ‘호남색’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지율 면에서도 당분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KSOI의 4월 조사에서 손 대표는 광주·전라 지역에서 40.6%의 지지율을 나타냈으나 5월 조사에서는 21.4%로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또한 손 대표는 야당 주자가 가져야 할 ‘야성’적인 이미지 역시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밀려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진보성향 유권자 역시 지지층이 분산돼 손 대표에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실장은 “재보선은 반 한나라당 정서가 작용해 승리한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주었으나, 손 대표 지지층 중 진보성향 유권자들은 재보선 이후 유시민 대표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빼앗기고 있어 지지율 정체를 쉽게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뜨니 유시민, 손학규도 타격
차기 대선주자 경쟁구도에서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상이다. 문재인 이사장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4·27 재보선 김해 을 패배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친노계의 새로운 대안 주자로 떠오른 상황. 이러한 현상을 증명하듯,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문 이사장의 부각이 눈에 띈다.
문 이사장은 그동안 ‘대선주자군’으로 분류되지 않았기에 그간 지지율 조사에서도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문 이사장을 포함시켜 조사된 지난 5월 16일~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이사장은 3.3%의 지지율을 기록해 8위에 올랐다. 4위~7위권은 3.4~4.6%의 근소한 차이로 오세훈 서울시장, 한명숙 전 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차지했던 상황.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각각 2.9%, 2.5%로 문 이사장의 뒤를 이었다.
다음 조사(5월 23일~27일)에서는 문 이사장의 부각이 더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대표, 유시민 대표에 이어 지지율 4위(5.4%)를 기록한 것. 문재인 이사장을 포함시켜 조사한 KSOI의 5월 조사에서도 문 이사장은 2.5%로 6위에 올라선 바 있으며, 이는 정동영 최고위원(2.0%)보다 높은 수치였다.
그렇다면 향후 유시민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이 본격적인 ‘친노 주자’ 자리를 놓고 대결을 벌인다면 지지율은 어떤 변화를 보이게 될까. 지난 5월 16일~20일 실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유시민 대표 지지자 중 국민참여당 지지층은 62.6%였는데, 다음 조사(5월 23일~27일)에서는 54.1%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지지율이 오른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지지자 중 국민참여당 지지층이 8.9%→21.3%로 훌쩍 올랐다. 국민참여당을 지지하면서도 당 대표인 유시민 대표가 아닌 문재인 이사장을 지지한 이들이 상당수 늘어난 결과다.
지역별 지지층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같은 기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있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유시민 대표 지지율이 8.0→6.3%로 떨어진 반면, 문재인 이사장은 3.8%→7.1%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에 대해 한 친노계 관계자는 “문재인 이사장이 정치일선에 나설 뜻을 비치면서 친노계 내에서 문 이사장에 대한 지지세가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유시민 대표를 좋아하지 않지만 친노 주자라는 상징성 때문에 지지한 이들 중 상당수도 문재인 이사장에게 지지의사를 표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문재인 이사장의 부상으로 손학규 대표 역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세 사람의 지지율이 ‘먹이사슬’처럼 엮여 있는 양상이다. 5월 16일~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손학규 대표 지지자 중 국민참여당 지지층은 10.0%였으나 다음 조사(5월 23일~27일)에서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이 오르며 국민참여당 지지층이 상당수 빠져나간 3.9%를 기록한 것. 이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가들은 “국민참여당 지지자 중 유시민 대표에 비호감을 나타냈던 이들이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다가 문재인 이사장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분석한다. 친노계의 지지를 일정부분 ‘나눠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세 주자는 양보할 수 없는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 박근혜 전 대표 |
남북 간 긴장모드는 특히 대북 문제에 대해 강경노선을 고수해온 한나라당 주자들에게 숙제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여성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 결코 긍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분석.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대세론을 이어오다가 2006년 10월 북핵 실험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대세론이 꺾인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성이라는 점이 제일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북핵 실험과 관련된 결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대북관계가 악화될수록 안보 이슈에 대한 여권지지층의 결집효과가 강해지는 현상도 예전보다 약화되었다는 평가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에게 대북문제는 대권주자로서 고민거리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보수표심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