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탄 신도시 조감도 | ||
그런데 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경기도 화성동탄 지역에서 한 대형 건설업체가 아파트 분양을 한 달여 앞두고 갑자기 ‘분양 연기’를 선언하고 나서 분양에 나섰던 업체들 사이에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먼저 갑자기 분양연기를 선언한 곳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이 회사가 동탄신도시 지역에서 분양할 예정이었던 세대수는 1천2백여 가구였고, 분양시기는 오는 2월 말이었다.
포스코건설은 분양을 앞두고 사전에 여러 가지 계획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착실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분양을 한 달 가량 앞둔 지난 1월25일 돌연 분양연기를 공표해버린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밝힌 분양연기 사유는 경기침체와 마케팅 준비 미흡. 표면적으론 이 회사가 내세운 분양 연기(연기인지, 중단인지, 취소인지는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회사측은 연기라고 주장한다) 사유는 일견 일리가 없지는 않다. 실제로 요즘 분양에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고 풀죽은 주택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스코건설의 분양연기 발표가 나온 뒤, 포스코와 함께 이 지역에서 동시분양에 나서려던 다른 주택업체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얼핏보면 다른 회사가 분양을 연기하든, 말든 간섭할 일이 아닌데도 두산산업, 광명주택, 익주종건 등 6개사가 떼지어 포스코건설을 비난하고 나선 까닭은 뭘까.
포스코건설은 이번 분양에 참여한 업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세대를 분양할 예정이었던 회사. 더구나 이번 분양에 나선 건설회사 중 포스코건설은 비교적 유명업체이고, 규모가 커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서는 반드시 분양에 참여해야 하는 곳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난데없이 포스코건설이 일방적으로 분양연기를 발표하자 다른 업체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서 포스코건설과 나머지 회사들 간에는 묘한 감정의 골이 생겼다. 포스코건설이 분양을 돌연 연기한 것에 대한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현재 포스코건설과 나머지 업체는 분양연기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외부 경제여건’ 때문에 분양을 연기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건설회사들은 ‘포스코건설의 내부사정 때문’이라는 게 그 골자다.
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오는 2월 말로 예정되었던 동탄신도시 아파트 3차 분양에는 총 7개 건설업체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주간사인 두산산업개발을 포함해 포스코건설, 광명주택, 익주종합건설, 풍성건설, 모아건설, (주)신일산업 등이 주인공.
화성동탄사업자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7개 업체는 총 5천9백8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이 중 포스코는 30~58평형 1천2백2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다.
당초 이들 7개 업체는 3차 분양을 두고 ‘개별 분양’을 할 것이냐, ‘단체 분양’을 할 것이냐를 논의했고, 결국 7개 업체가 동시분양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분양대행업을 맡은 채널커뮤니케이션의 이성규 팀장은 “단체 분양을 하는 것이 광고하기도 쉽고 시너지효과가 높은 데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최대한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기 위해 동시분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든 것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월25일 포스코건설이 돌연 언론사에 ‘동탄 아파트 분양연기’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돌린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을 주간사인 두산산업개발도 전혀 몰랐다.
두산 관계자는 “사전에 포스코로부터 분양 연기에 관한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의 이 같은 연기 방안에 동시분양을 계획했던 6개 건설회사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가장 분양 물량이 크고 대기업체인 포스코건설을 중심에 두고 마케팅, 분양광고 등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 이를 위해 지불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이들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분양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대표단이 포스코를 방문했으나, 별다른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분양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지만, 포스코는 연기 이유로 ‘외부 여건’ 탓을 한 것은 이들 업체에게 또다른 타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도 경기가 나쁘다면서 빠졌는데, 중소 건설회사가 어떻게 분양을 성공시키겠느냐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와중에 포스코건설이 분양을 연기한 진짜 이유가 다른 데에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분양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내부사정이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포스코는 이번에 분양에 참여한 6개 업체들과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두산, 광명, 풍성 등 6개사들은 시행과 시공 업무를 동시에 맡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시행은 한국토지신탁에서 맡고 시공만을 맡기로 했던 것. 그런데 포스코건설이 막상 분양 준비에 들어가면서 시행사와 트러블이 생겨 결국 손을 놓게 됐다는 얘기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사를 승인받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비용이 더 지출됐다”며 “아파트 분양 가격은 대충 정해져 있는데 공사단가가 올라가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에 마찰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추가된 비용을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이 감수하느냐,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감수하느냐하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좋은 상품으로 기획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도 “공사 승인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마찰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