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권 주택수요를 대체할 신도시로 기대를 모았던 위례신도시. 국토부와 국방부에 땅값 평가 마찰로 6월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이 무산위기에 내몰렸고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의 주택수요를 대체할 신도시로 2006년 7월 지정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송파구를 일부 포함한 이 지역은 신도시이면서도 서울에 붙어 있어 사실상 강남권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위례신도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크다.
그런데 땅값 문제가 사업추진의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사실 이 문제는 2007년 국토해양부(시행사 LH)와 국방부가 땅값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넘어간 게 화근이 됐다. 위례신도시 전체 대지는 678만㎡로 이 가운데 국방부 소유 땅은 73%(495만㎡)에 달한다. 군행정학교 체육부대 군사학교 남성대골프장 등이 위례신도시 사업부지에 있다.
국토부와 국방부는 2007년 위례신도시 내의 국방부 땅을 국유재산법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전할 대체시설을 기부하면 국방부는 땅을 넘겨주는(양여) 방식이다. 이는 기부와 양여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땅값을 시가로 정산해 처리하는 게 기본이다. 국방부는 애초에 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니 토지를 지금 시가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생각이 다르다. 국유재산법으로 토지 문제를 해결하자고 합의한 것은 맞으나 그 세부 항목에 ‘공익사업은 토지보상법에 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토지는 수용이 결정된 시점의 땅값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발생하는 땅값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위례신도시 내에서도 국방부 부지를 제외한 다른 사유지는 이런 방법으로 보상을 진행했으며 현재 막바지 단계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7년 당시 땅값 평가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한 것이 이제 와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서로 주장하는 방식으로 땅값을 계산하면 격차가 너무 크다. 일단 국토부가 생각하는 위례신도시 내의 국방부 땅값은 3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도시 개발 계획이 확정돼 수용이 결정된 시점의 감정가다. LH 이승우 위례사업본부장은 “2007년 땅값을 3조 68억 원으로 책정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원하는 방식인 ‘기부 대 양여’가 발생하는 시기의 시가대로 땅값을 평가할 경우 이보다 수조 원이 많아진다. 정확한 금액은 향후 위례신도시 내 군부대가 이전할 때 감정평가를 해야 나오지만 대략 7조 원 수준은 될 것이란 게 국방부 판단이다. 국방부 김인호 군사시설기획관은 “LH와 우리가 생각하는 땅값의 차이가 4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땅값에 대한 판단이 이렇게 크게 벌어지니 서로 양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LH는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만 120조 원이나 돼 전국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어려운 처지다. LH의 이승우 본부장은 “국방부 요구대로 시가로 땅값을 계산할 경우 땅값만 수조 원이 늘어나 위례신도시 사업 전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정도”라면서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신도시 사업인 만큼 국방부가 계속 시가 보상 고집을 부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방부도 군현대화사업 등으로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 게다가 전국의 지자체로부터 각종 개발 계획이 추진되면서 군부대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부 김인호 기획관은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군 시설을 이전하면서 시가 보상을 원칙으로 진행해 왔다”며 “만약 LH의 요구대로 한다면 다른 군부대 이전 사업이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땅값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일정은 물론, 민간 아파트 분양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LH는 전용면적 85㎡가 넘는 중대형 아파트 부지 6개 필지를 5월에 민간 건설사에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국방부와 땅값 협상이 지연되면서 미뤄진 상태다. 중대형 아파트 부지는 현재 남성대골프장과 그 주변에 공급된다. LH 관계자는 “국방부와 협상이 잘 안 되면 당장 6월 예정인 589가구의 보금자리주택 본청약 일정은 물론,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신도시 내 1만 3000여 가구의 민간 아파트 분양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은 최근 국방부와 국토부 관계자를 불러 정책 조정 협의를 했지만 서로 이견만 팽팽히 맞섰다. 양측이 주장하는 보상가격의 차이가 워낙 큰 데다 기부시설 범위에 도로 등 기반시설도 포함시킬지 여부와 이전 방법(국방부는 7개 부대별로 이전하길 원하고 국토부는 일괄 이전 주장) 등도 의견이 엇갈려 조정이 쉽지 않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정책 조정 협의가 아직은 정식으로 시작되진 않았지만 이미 한 차례 사전 회의를 여는 등 이견 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땅값 보상 협상 결과에 따라 위례신도시 분양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추정분양가(3.3㎡당 1190만~1280만 원)는 LH가 주장하는 대로 토지보상법을 적용해 산정한 수치인 만큼 보상가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분양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김재정 토지정책관은 “국방부가 요구하는 땅값과 LH가 책정한 땅값의 중간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타협을 보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 보상가가 기존 계획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결국 토지 보상가가 위례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 분양가를 올릴 핵심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