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사진은 허창수 회장(오른쪽)이 2009년 프로축구 FC서울 경기 전 오세훈 시장과 함께 시축하고 있다. 사진제공=GS그룹 |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4년 7월 GS 출범과 함께 허씨 가문의 추대를 받아 그룹의 총수가 됐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친 그는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홍콩 도쿄 등 해외지사 근무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를 체득한 그는 이후 LG상사 LG화학 LG산전 LG전선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1995년엔 허준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선 회장으로 선임됐고, 2002년 LG건설 회장으로 LG-GS 계열분리를 준비했다. 반세기에 걸친 LG그룹과의 동반자 관계를 정리한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신뢰 경영을 통해 에너지·유통·건설부문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LG-GS 계열분리 당시 허 회장은 스포츠단 부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LG그룹은 야구·농구·축구 세 종목에 걸쳐 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1994년부터 안양 LG(FC 서울의 전신) 구단주를 맡고 있던 그는 계열분리 때 축구단 운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의 남다른 축구 사랑은 프로축구단 FC 서울을 탄생시켰다.
“구단주로 계신지 벌써 17년째입니다. 평소 바쁜 일정 중에도 FC 서울 경기를 직접 응원하러 오시는 건 물론, 해외 출장 중에도 1박 3일 일정을 잡아 FC 서울 전지훈련장에 꼭 들르세요. 축구 관련 지식이 해박해서 같이 경기를 관전하는 이들이 놀랄 정도입니다. 못 본 경기는 녹화해서라도 꼭 확인하시고요.”
허 회장의 축구 사랑에 대한 FC 서울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허 회장의 ‘승부보다 재미’를 강조하는 축구단 운영 방침이 FC 서울에 힘을 실어준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늘 “재미있는 축구야말로 축구단 흥행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프로구단이라면 승부에 집착하기에 앞서 팬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를 선사해야한다는 것. 이어지는 FC 서울 창단 에피소드 한 토막.
“축구단이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게 되자 구단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울산 현대, 수원 삼성처럼 구단 명칭에 ‘GS’가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구단주께선 ‘서울 구단임을 각인시키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내야한다’면서 GS 명칭을 과감히 배제시켰습니다.”
팬들을 으뜸으로 여긴 그의 신념 덕분일까. FC 서울은 현대 K리그의 최대 흥행구단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허 회장은 평소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는 등 건강관리도 철저하다. 임원들에게 직접 만보기를 선물할 정도로 걷기를 좋아한다. FC 서울 경기 당일, 교통 혼잡이 우려될 때는 지하철을 이용해 경기장까지 걸어간다고 한다.
GS스포츠단의 다른 한 축, 여자 배구단 운영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맡고 있다.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차남인 허 회장은 미국 셰브론리서치사 연구원을 거쳐 1973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 생산·수급·기획 등 전 분야를 섭렵한 에너지 전문가다. 국내 최초로 휘발유에 브랜드(테크론)를 도입하는가 하면 도시가스·전력·LNG 등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GS칼텍스 서울 KIXX 여자배구단 구단주를 맡고 있는 허 회장은 임직원 동호회를 통해 선수들의 선전을 격려하곤 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시즌 개막 전 GS그룹은 물론 LG·LS·LIG그룹 임원들과 선수들을 전부 초청해 격려하는 임직원 동호회야말로 GS 스포츠만의 특색”이라면서 “배구장에도 종종 오셔서 경기를 응원하곤 하지만, 임직원 동호회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구단주께서 선호하는 행사”라고 전했다.
허 회장은 배구 외 스포츠 종목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계에서 바둑 고수로 통하는 그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기원 이사장을 연임하고 있는 허 회장은 ‘GS칼텍스 프로기전’을 창설하고 한국바둑리그 KIXX팀을 만드는 등 바둑 발전을 위해 앞장서왔다.
허 회장은 고교시절 친구들의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웠다. LG정유에 입사, 여수공장에 근무하게 됐을 때 그의 유일한 낙은 바둑뿐이었다. 당시 함께 근무하던 미국인들에게까지 바둑을 소개해 함께 둘 정도였다고. 허 회장은 바둑에 한번 빠져들면 그 묘미에 일어설 줄 몰랐다고 회고하며 바둑을 두뇌게임으로 칭하곤 한다. 허 회장의 바둑사랑에 관한 한국기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회장님이 14대 때부터 16때까지 한국기원 이사장 연임이 가능했던 것은 바둑 마니아란 점 때문입니다. 아마 바둑계에서 실력자로 꼽히는 데다가 바둑계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GS칼텍스 프로기전은 국내 기전 중 최대 상금액을 자랑합니다. 지역 바둑인을 위해 결승대국 일부를 지방에서 개최하는 배려도 빼놓을 수 없지요.”
비단 바둑뿐만 아니다. 김연아 선수의 열성팬으로 알려진 허 회장은 남몰래 그를 지원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7월, 김 선수가 가정 형편상 해외 전지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광고팀장을 불러 그를 보이지 않게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당시 약 7000만 원에 달하는 해외전지훈련 비용과 해외유명코치 사사 비용을 지원해주셨다”면서 “언론에 알려지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비밀리에 후원을 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허 회장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김 선수를 만찬에 초대해 격려하기도 했다.
GS샵 허태수 사장 역시 스포츠 사랑이 대단하다. 고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그는 외국계 컨티넨탈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LG증권 LG홈쇼핑을 거치며 금융 관련 실무를 담당해왔다. 허 사장은 학창시절 만능 스포츠맨으로 불렸다. 골프는 싱글 수준을 넘어 이븐이나 언더파를 칠 정도의 프로급이다. 때문에 이미 재계에선 허 사장의 골프 상대로 꼽을만한 인사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허정구 한국 필드 ‘홀씨’가 되어
허씨 가문의 스포츠 사랑은 ‘범 GS 계열’로도 뻗어있다. 골프 축구 씨름 등 종목도 다양하다. LG 공동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의 장남인 고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한국 골프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이사장, 한국골프장사업협회 초대 회장, 한국골프협회(현 대한골프협회) 6~8대 회장 등 국내 3대 골프단체 수장을 지낸 바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로부터 골프클럽 한 세트를 선물 받으면서부터 골프를 시작한 허 명예회장은 국내 유일의 프로골퍼였던 연덕춘 씨의 지도를 받았다. 고려대 재학시절 권투선수에다 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던 그는 골프채를 잡은 지 1년 만에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골프 실력이 뛰어난 만큼 레슨도 잘했다. 유재흥 전 국방부 장관은 “1950년대 말 김정렬 국방부 장관과 나는 골프에서 라이벌 관계였는데 허 회장이 김 장관을 코치하는 날이면 난 꼼짝없이 패했다”면서 “그래서 화를 내면 나한테도 코치를 해줬는데 그 날은 김 장관에게 대승을 거뒀다”는 회고담을 남기기도 했다.
권투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아시아태평양아마골프회 회장 등 체육계와 남다른 인연을 쌓으며 생전에 체육훈장 기린장까지 받은 허 명예회장. 그의 스포츠애는 허남각 허동수 허광수 세 아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장남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아시아태권도연맹회장을 지냈고, 차남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배구 바둑 피겨 등 스포츠 각 종목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허 명예회장의 골프 실력은 그의 셋째아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허광수 회장은 젊은 시절 최고의 아마추어 골퍼로 이름을 날렸다. 중학교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그는 아버지 허 명예회장으로부터 골프 레슨을 받았다. 골프클럽과 스틱을 휘둘러 쳐내는 승부란 점에서 골프와 아이스하키는 유사한 종목. 덕분에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부친에게 물려받은 클럽으로 연습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부친처럼 ‘싱글’이 됐다.
미국 유학시절엔 뛰어난 골프 실력으로 인해 미국 엘리트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단다. 당시 골프로 인연이 된 친구가 바로 나이키 창업자인 필립 나이트다. 그 인연으로 허 회장은 한국나이키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원 MBA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세계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한국 대표로 출전했고, 1984년 동해오픈아마추어부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현재 대한골프협회 부회장,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 부회장인 그는 한국인 최초 영국왕립골프협회 정회원이란 영예를 얻기도 했다. 아마추어 골프계 관계자는 “허정구 명예회장과 허광수 회장의 골프 실력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면서 “특히 허광수 회장의 경우 당시 골프계에서 프로로 전향해도 성공할 선수란 칭찬이 자자했다”며 귀띔했다.
고 허만정 회장의 5남, 허완구 승산 회장은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부위원장, 민속씨름협회장을 맡을 정도로 스포츠에 열정이 대단했다. 고 허만정 회장의 7남,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은 축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은행 선수 시절 한국 축구인으로서는 최초로 유럽축구를 경험했다. 브라이튼 풀럼 코벤트리시티 팀에서 축구 연수를 받은 그는 1974년 최초로 영국 아스널 3부리그에서 선수로 뛴 바 있다. 귀국 후 서울은행 축구팀에서 은퇴한 뒤 1990~1992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그는 2005년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으로서 활동했다.
고대 역우회는 주머니 ‘빵빵’
GS그룹 허씨 가문은 역도인도 배출했다. 사촌지간인 허명수 GS건설 사장과 허경수 코스모 사장은 고려대 역우회(力友會) 출신이다. 고려대 74, 75학번인 두 사람은 제8, 9대 역우회 회장을 나란히 역임하며 고려대 역도부의 전통을 잇고 있다. 역우회 관계자가 전하는 두 오너의 역도사랑에 대해 이야기다.
“역우회는 전병관 장미란 등 스타급 역도 선수를 배출한 전통 있는 역도부입니다. 물론 선수로서가 아닌 개인 운동을 위해 역도부에 들어온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허명수 허경수 두 전 회장님 역시 건강관리를 위해 역우회에 들어오셨지만, 운동신경이 탁월해 역도에 상당한 소질을 가지셨다고 들었습니다. 두 분 모두 역우회 모임이 있을 때 꼭 참석하셔서 추억을 함께 나누곤 하십니다.”
허명수 사장은 역도부 활동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학생으로서 공부와 운동의 적정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군복무 이후 3~4학년 때는 철저한 시간 관리로 장학금과 건강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는 것. 허경수 회장이 회상하는 75학번의 역도부 생활은 당시 시대 상황과 맞물린다. 박정희 정권 말기, 20대를 시작하게 된 75학번은 민주화 바람에 힘입어 역도 훈련도 자발적으로 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동아리 활동이 이뤄졌다고 한다.
역우회 관계자는 “역우회 동기 모임이 정례화하면서 자연스레 부부동반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다. 두 분 역시 가족들과 함께 모임에 참석해 친교를 나누고 역우회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때문에 후배들 사이에선 역우회를 ‘회비 없는 부자 동아리’로 부르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