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전도연 “명불허전”, ‘원 더 우먼’ 이하늬 1인 2역, ‘지금 헤어지는…’ 송혜교표 로맨스 한번 더
포문을 연 주역은 전도연이다. 9월 4일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인간실격’(극본 김지혜‧연출 허진호)을 통해 5년 만에 시청자 앞에 섰다. ‘인간실격’은 삶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주인공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감성 드라마로 스산한 가을의 정서를 파고든다. 뒤이어 이하늬가 바통을 받는다. 9월 17일 첫 방송하는 SBS 드라마 ‘원 더 우먼’(극본 김윤‧연출 최영훈)의 타이틀롤을 맡았는데 최초의 1인 2역 도전이기도 하다. 통쾌한 복수극과 코미디를 뒤섞은 짜릿한 이야기로 승부수를 던진다. 늦가을이 되면 ‘로맨스 퀸’ 송혜교도 돌아온다. 가을 방송을 앞둔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극본 제인‧연출 이길복)를 통해서다. 2018년 출연한 드라마 ‘남자친구’ 이후 3년 만의 복귀로 눈길을 붙잡는다.
#‘인간실격’ 전도연 “어둡지만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
전도연은 드라마보다 영화로 더 친숙한 배우다. 2020년에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과시했고, 항공 블록버스터 ‘비상선언’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활발한 영화 참여와 달리 드라마 출연은 공백이 꽤 길다. 2016년 tvN 드라마 ‘굿 와이프’ 이후 5년여 만이다. 당시에도 11년 만의 드라마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제작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인공 1순위로 전도연을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 출연할지는 반신반의였다고 한다. 이런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전도연은 오랜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4부까지의 대본을 받아 읽은 뒤 “오로지 대본이 좋아서” 선택했다.
방송을 앞두고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도연은 “무겁고 어두운 작품은 피하고 싶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보자고 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갈등은 그가 영화 ‘밀양’ 이후부터 가진 연기 고민이다. 실제로 최근 10여 년 동안 출연한 ‘생일’이나 ‘남과 여’, ‘무뢰한’ 등 영화들의 면면은 어둡고 무겁다. 밝고 유쾌한 작품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왔던 이유이다.
하지만 ‘인간실격’마저 묵직하다. 극 중 전도연은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희망을 잃은 대필작가 부정 역을 연기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믿었던 삶이 느닷없이 내리막길로 치달으면서 상실과 불안, 우울, 고독의 감정을 품는 인물이다. 누구나 표현할 수 없는 역할을 맡은 전도연은 “빛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선택했다”고 밝혔다. “대본을 받아 읽고 많이 울었다”는 그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 ‘부정’이란 인물에 감정이입이 굉장히 많이 됐다”며 “사람들은 어떻게 전도연이 아무것도 되지 않은 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냐고 질문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도연과 상대역인 열세 살 연하의 배우 류준열과의 호흡도 주목받는다.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작품에 진심으로 임하는 서로를 보고 “놀라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연출자인 허진호 감독과 전도연이 나누는 신뢰도 드라마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사실은 전도연의 이번 드라마 출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베테랑 연출자와 손잡은 전도연은 “드라마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안에서 ‘나’를 볼 수 있다”며 “화려하지 않지만 인간이 느끼는 풍부한 감정이 볼거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직 방송 초반이지만 전도연의 안방 복귀는 시작부터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실격’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 4.2%(닐슨코리아)로 출발해 2회에서는 3.8%를 기록했다. 밤 10시 30분 시작하는 방송 시간대를 고려할 때 초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하늬의 ‘1인 2역’, 송혜교의 ‘전매특허 로맨스’
이하늬와 송혜교의 복귀도 예고돼 있다. 먼저 시청자와 만나는 배우는 이하늬다. ‘원 더 우먼’을 통해 2019년 ‘열혈사제’ 이후 2년 만에 돌아온다. 무엇보다 데뷔하고 처음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이끄는 위치에 올라 과거와 달라진 인지도를 증명한다.
‘원 더 우먼’은 비리 검사에서 재벌 상속녀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뀐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하늬는 두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먼저 서울 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조연주 역할이다.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의 딸이자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에이스 검사이지만 ‘스폰서’를 두고, 조직 실세에게 앞장서 줄을 대는 인물이다. 그러다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나 보니, 재벌가 상속녀인 강미나라는 인물이 돼 있는 설정이다. 똑같이 닮았지만 너무나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인물을 연기하는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으로 입증한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앞세워 ‘원 더 우먼’을 책임진다.
“대본을 보는 내내 ‘현웃(현실 웃음)’이 터졌다”는 이하늬는 통쾌한 웃음을 주는 드라마여서 이번 ‘원 더 우먼’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조연주가 액션을 비롯해 굉장히 다양한 것들을 소화한다”며 “조연주를 통해 통쾌하고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아무리 코미디 장르라고 해도 처음 소화하는 1인 2역의 책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하늬도 이를 의식한 듯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면들이 세심하게 구별돼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는 시청자에게 통쾌, 상쾌, 유쾌한 드라마를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송혜교의 선택은 달콤하고 애틋한 로맨스다. 11월 방송 예정인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송혜교가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해온 바로 그 장르의 계보를 잇는다. 극 중 송혜교는 냉정한 현실주의자이자, 영리한 안정제일주의자인 패션회사 디자인팀장 역을 소화한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유행에 민감한 인물로 그동안 송혜교가 ‘태양의 후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드라마에서 보여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의 명맥을 따른다.
제작진은 작품에 대해 “‘이별’이라고 쓰고 ‘사랑’이라고 읽는 달고 짜고 맵고 시고 쓴 이별 액츄얼리”라고 설명했다. 극본을 맡은 제인 작가는 김남주 주연의 드라마 ‘미스티’로 필력을 인정받은 집필가다. 그동안 노희경, 김은숙 작가 등 방송가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들과의 작업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송혜교의 선구안이 다시 통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
송혜교의 상대역은 열한 살 연하의 배우 장기용이다. 최근작인 2019년 드라마 ‘남자친구’의 상대역인 박보검과 호흡을 맞춘 데 이어 이번에도 연하의 스타와 만나 로맨스 연기를 펼치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해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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