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중 북측에서 펼친 아리랑 공연. 김정일은 사랑하는 연인 윤혜영의 생일 이벤트로 이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
휴전선 너머 북녘 땅에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한 편이 전해져 내려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여자로 알려진 미녀가수 윤혜영이 그 비극의 주인공이다. 윤혜영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김정일이 내민 손을 거절하고 끝내 죽음을 택한 여성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은 탈북자 출신 장진성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서사시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를 토대로 믿기지 않는 비극의 주인공인 ‘윤혜영’의 순애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우리 공장 동무들 웃으며 말을 해요. 아니 글쎄 날 보고 준마 탄 처녀래요. 하루 일 넘쳐 해도 성차 안하는 내 일솜씨 참말로 번개 같다나. 라랄 랄라랄라랄라랄라랄라 랄랄 랄라라….”
‘준마처녀’는 북한의 대표적인 인기가요다. ‘준마처녀’란 산업현장에서 모범이 되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노래는 그러한 산업현장의 ‘준마처녀’들을 칭송하며 근면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준마처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북한가요로 손꼽힌다.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에서도 곧잘 등장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사랑한 희대의 명곡 ‘준마처녀’를 부른 주인공은 북한의 미녀가수 윤혜영이다. 1999년 명문 금성 제1고등학교를 졸업한 윤혜영은 평양무용음악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수재로 알려졌다. 대학시절부터 늘씬한 몸매와 빼어난 미모,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했던 윤혜영은 2002년 대학을 졸업하고 보천보전자음악단에 들어가 가수로 데뷔한다. 북한의 실력자들이 다 모인다는 ‘보천보전자음악단’은 방송활동과 해외위문공연을 주로 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예술집단이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북한가요 ‘휘파람’, ‘반갑습니다’ 역시 이 음악단에서 공연했던 노래다.
‘보천보전자음악단’에 입성한 윤혜영은 그 뛰어난 외모와 실력 덕분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 위원장의 눈에 띄게 된다. 윤혜영은 2003년께 북한의 대표적인 대형극장인 모란관에서 열린 한 공연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준마처녀’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접한 김 위원장은 윤혜영에게 단박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후 김 위원장은 1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윤혜영에게 직접 건넸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이후 김 위원장은 윤혜영을 몸소 불러 자신의 마음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40세가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윤혜영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교원으로 알려진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윤혜영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했기 때문에 연정이 더욱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애틋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일화는 꽤 많다. 윤혜영의 이야기를 다룬 서사시 <김정일의 마지막 여자>를 집필한 장진성 작가는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에서 일한 핵심인사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윤혜영을 위해 수많은 선물공세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작가는 “김정일의 선물공세는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윤혜영이 입었던 무대의상은 김정일이 직접 프랑스로 사람을 보내 공수한 최고급 제품이었다. 한번은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벨기에에서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혜영에게 건넸던 술 역시 각별하다. 김정일은 윤혜영에게 ‘쏘베루니’라는 코냑을 건넨 적이 있다. 한 병에 7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주종이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준비한 ‘아리랑 이벤트’ 역시 유명한 일화다. 김 위원장이 한번은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 윤혜영을 초대한 적이 있다. 그날은 윤혜영의 생일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윤혜영의 등장과 함께 그의 히트곡인 ‘준마처녀’를 배경으로 가무공연을 준비했다. 순전히 사랑하는 연인 윤혜영을 위한 화려한 이벤트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끝내 윤혜영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 윤혜영은 이미 대학시절 만난 같은 악단 소속 피아니스트 김성진과 깊은 연정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눈치 빠른 보천보전자음악단 담당 당조직책임자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의 대범성을 뽐내듯 젊은 청춘의 일이라며 눈감아 줬던 김 위원장은 점점 그릇된 짝사랑에 눈이 멀어 포상을 명목으로 김성진을 고향으로 내쫓는다.
두 사람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비극의 서막이 오른다. 물론 김 위원장에 의해 갈라진 둘의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동안 김성진에 대한 그리움에 시달리던 윤혜영은 한 가지 꾀를 낸다. 김 위원장에게 아버지를 뵙기 위한 특별휴가를 청한 것이다. 윤혜영은 그 특별휴가를 이용해 남몰래 연인 김성진을 찾아간다.
극적으로 재회한 두 연인은 말 그대로 한편의 영화 같은 사랑을 재차 확인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애처로운 비극을 맞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미 처음부터 윤혜영의 루트를 알았던 것이다. 윤혜영의 뒤를 쫓게 한 김 위원장은 두 사람의 재회를 알아내고 다시 평양으로 소환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의 재회를 알아챈 김 위원장은 크게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건들면 쉽게 넘어왔던 여느 여성들과 달리 순수함을 간직했던 윤혜영이었기에 김 위원장의 상처는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연인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죽음밖에 없었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탄 두 연인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두 손을 부여잡고 투신하기에 이른다. 김성진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윤혜영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그는 결국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2003년경 처형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설 같은 이들의 순애보는 현재 많은 대북소식통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기쁨조’ 여성들의 자유연애는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김 위원장에 의해 직접 지목된 여성의 자유연애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장 작가는 “현재 윤혜영의 소설 같은 ‘러브스토리’는 영화제작을 위해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시나리오 작업은 영화 <실미도>, <한반도> 등을 쓴 김희재 작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