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코시국 탓? 아웃백 매각 계약 이어 프랜차이즈 매물 줄줄이…“현금창출력·브랜드 가치가 거래 좌우”
#맥도날드 제친 버거킹 '눈길'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는 한국 및 일본 버거킹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자문사 선임에 나섰다. 어피너티는 2016년 국내 PE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로부터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일본 버거킹 운영권을 사들였고, 2019년 지분 전량을 100억 원에 인수했다.
버거킹의 올 1분기 말 기준 매장 수는 411개로 맥도날드(404개)를 제쳤고, 매출은 지난해 57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다만 프로모션 등 판매관리비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진 점은 인수 메리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1억 원으로 전년(181억 원)보다 줄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도 매물로 나와 있다. 투썸플레이스 최대주주인 홍콩계 PEF 운용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는 최근 출구 전략을 상장에서 매각으로 방향을 틀고 꾸준히 외형을 불리고 있다. CJ푸드빌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잠재적 매물로 꼽힌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빕스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 프랜차이즈 점포 수를 대폭 축소해 고정비를 줄였다. 올해 초 뚜레쥬르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가치를 높여온 만큼, 곧 뚜레쥬르와 여러 외식 브랜드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M&A 시장에서 외식 프랜차이즈가 거래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아웃백 투자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BHC그룹을 선정했다. 9월 중 매각 계약을 진행할 예정으로, 매각가는 2700억 원이다. 앞서 장기간 매물로 있던 파파이스도 대우산업개발이 인수했고, 롯데GRS가 내놓은 TGI프라이데이는 매드포갈릭 운영사 엠에프지(MFG)코리아 품에 안겼다. MFG의 대주주는 사모펀드 어팔마캐피탈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매물이 쏟아지는 이유로는 단연 코로나19가 꼽힌다.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원가율이 높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데다 인건비 부담이 큰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에 민감해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트렌드에 민감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쉽다. 산업 활성화의 전제 조건인 외식 활성화지만 코로나19로 모임 인원과 시간이 제한돼 장기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내다파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코로나19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불황이 길어져 버티지 못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외부활동이 늘어 기사회생 할 여지는 있지만, 동시에 5차 대유행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매각을 검토하는 업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규제를 받으면서 매장 확대가 제한적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이라는 이유로 패밀리레스토랑은 로드숍 진출이 불가하고 몰에만 입점해야 한다. 베이커리도 출점 제한 규제를 받는다”며 “정체된 브랜드를 계속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새 먹거리를 찾거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PEF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프랜차이즈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FI는 차익 극대화가 목적이다. 인수 당시 상황과 지금을 비교해보니 지금 파는 것이 낫다고 보거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니 더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발 빼려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FI들이 많은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동시에 잠재적 인수자로 꼽힌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최대한 비용을 효율화해서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쉽게 인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도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SI(전략적 투자자)들은 인수하면 오래 운영해야 하고 매수 시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고려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기에 인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도 “사모펀드들은 장치·전자·IT산업 등에 비해 식음료·외식업종이 상대적으로 쉽게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무거나 사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매물들의 브랜드 파워와 현금창출력 등에 따라 피인수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입지와 현금 창출 능력이 탄탄한 매물일 경우 팔릴 가능성이 높다. 유럽 식자재 수입·유통 전문업체인 보라티알이 지난 6월 메가커피를 1400억 원에 인수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메가커피는 대용량·저가 커피 브랜드로 직장인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M&A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 FI는 큰 규모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고, SI는 저렴하게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브랜드 하나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종합외식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이다. 아웃백을 사들인 BHC가 이에 속한다.
프랜차이즈업계 다른 관계자는 “FI라고 해서 아무거나 사지 않는다. 메가커피처럼 실적이 좋고 현금이 많은데도 저평가돼 있는 매물의 경우 살 만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아웃백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배달로 많이 전환하면서 실적이 좋다. BHC 인수는 성공적인 매각 사례”라고 평가했다.
종합외식업계 관계자는 “백신이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에 대한 활동성이 높아지면, 외식은 다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미래 가치적인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인수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가격대가 높고 현금성 자산이 적으면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앞서의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매각가가 1000억 원 이상인 매물들은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성장해본들 큰 차익을 누릴 수가 없기 때문에 FI들이 가치를 아주 낮게 측정해 가격을 깎거나, SI를 무조건 끼고 거래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버거킹이 매물로 나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팔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매각하려는 입장에서는 털고 나간다는 생각으로 팔아야지, 비싸게 받으려고 하면 딜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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