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군인공제회는 금감원 출신의 김영재씨가 설립한 칸사스자산운용에 PEF(사모투자펀드)자금 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 국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스타 펀드’에 1백5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직접 지분참여, 기업어음 인수, 벤처조합 및 사회간접자본(SOC)펀드 등에 약 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홍천, 제주, 여수에 총 4천억원 규모의 레저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간 ‘돈 많은 큰손’ 정도로 치부되던 군인공제회가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시무식에서는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삼성을 벤치마킹하자”며 대기업화로의 변신을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군인공제회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이들의 자산총액이 4조6천8백억원으로 재계서열 20위권에 맞먹기 때문이다. 이 정도 자산 규모는 씨제이, 동양, 대림, 효성, 코오롱, 지엠 대우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군인공제회는 부채 비율이 15.7% 밖에 안돼 재무구조가 건실하다.
실제로 군인공제회는 자산 규모가 2002년 3조4천억, 2003년 3조7천억, 2004년 4조6천억원으로 고속성장을 해오고 있다. 또 설립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산총액대비 수익률 두 자릿수 이상을 지켜와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군인들의 사기진작과 복지를 위해 지난 1984년 창립되었다. 현역 군인과 전역 군인들이 1구좌 5천원씩(20구좌 월 10만원 한도, 현재는 1백구좌 월 50만원 한도)을 출자하여 2백23억원의 기금을 마련하고 물류와 식품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군인공제회에는 대부분 군 출신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이사장을 국방장관이 임명하다 보니 군인공제회가 정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군인공제회는 감사원, 국방부의 감사를 받아야 하고 국정감사 대상이기도 하다.
군인공제회 측은 군 출신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군 출신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 비결이라고도 한다. 공병 출신 직원의 경우 건설사업에 오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택사업을 잘 추진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회계 전문인력도 많아 기업경영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
군인공제회보다 회원 수가 두 배나 많은 교원공제회에서 군인공제회를 벤치마킹하겠다며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원공제회에는 대부분 교사 출신으로 건설이나 회계 등 전문인력이 없다 보니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군인공제회가 승승장구를 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법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 군인공제회관 | ||
그렇지만 이에 대해 최근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군인공제회가 세운 아파트는 회원들에게 10% 싼 가격으로 우선 분양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급에 비해 회원들의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아 일반분양의 비중(70%)이 많아졌다. 회원분양은 들러리고 메인이 일반분양이 된 셈이다. 군인공제회가 정부지원을 받아 영리사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최근 다각도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시작하면서 비영리 공익법인인 군인공제회가 돈벌이에만 너무 눈을 밝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건설교통부는 최근 군인공제회를 토지수의계약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군인공제회는 사업영역을 확대하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과 모순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최근 일련의 투자에 대해서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고, 대기업 지분참여도 해외업체로 토종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것으로 국가발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재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큰손 투자가’ 군인공제회에 대해 ‘경쟁자’인 일반 기업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적 성격이 없다면 공정한 경쟁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삼성이 되자”는 김 이사장의 말처럼 군인공제회가 앞으로 정부지원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인 수익사업을 잘 펼쳐나갈 수 있을지, 투자수익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수많은 연기금과 공제회의 표본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