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대장동 파문 속 야당 국감 준비 부실…경기도 후끈 ‘이재명 되레 주목’ 가능성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의 의원실에서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자료를 요청한다. 보좌진들은 제출받은 자료들을 토대로 정부의 불법이나 부정 등을 찾아내 국감장에서 부처장과 기관장에 질의하거나 시정요구를 한다. 특히 야당은 정부 실정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국감을 통상 ‘야당의 시간’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국감은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차기 후보를 뽑는 경선 와중에 열린다.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각 후보 캠프에 합류해 활동 중이다. 모든 관심이 경선에 쏠려 있어 상대적으로 국감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양당의 주요 관심사는 상대 당의 대선 후보들이다. 그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검증에 혈안이다. 이에 이번 국감은 경선의 연장선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정치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검찰 고발사주’ 의혹과 이재명 지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논란으로 시끄럽다. 여야 유력주자들이 의혹의 한복판에 서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선 경선을 둘러싼 논쟁이 국감에까지 흘러들어올 경우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 차원에서는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이 대선 경선을 진행 중이라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당이나 의원들의 관심사 역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검증이 아니다. 국감이 국민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국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수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도 ‘맹탕’ 국감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라고 외치며 이재명 지사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급반전됐다. 또 화천대유와 관련해 야당과 관련된 법조계 인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대장동 의혹 이슈가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서 너무 급하게 대장동 프레임을 짜고 공세에 나선 면이 있다. 조금 더 조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어야 했다. 당에서도 일단 공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향후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의힘만 조용히 한다고 사건이 일단락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대장동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럴수록 국민의힘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감을 맞이하면 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힘들 것”이라고 귀띔햇다.
이 연장선상에서 피감기관 경기도에 대한 국감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석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경기도 국감이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아닌, 이재명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되면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0월 18일, 국토교통위원회는 10월 20일에 경기도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실에서는 경기도에 대해 많은 자료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지자체 국회 파견 협력관은 “우리 지자체는 아직까지는 상임위 의원실에서 자료를 많이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의원실에서 여러 자료를 요구해 벌써부터 고생을 하고 있다. 보면 국감에 필요 없는 자료인데도, 일단 달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이재명 지사에 대해 뭐라도 걸고넘어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행안위와 국토위가 현재 경기도에 요구한 자료 건수는 300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요구한 자료는 3000여 건이었다. 국감 당일까지도 자료 요청이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보면 올해는 4000여 건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와 경기도통합공무원노조는 9월 28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정부 공무원들은 2년째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서 현안 업무와 방역 활동을 병행하며 심신에 한계를 견뎌내고 있다”며 “과도한 국정감사 자료 제출 압박과 대선 이슈 쟁점화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대선 출마를 이유로 지사직을 사퇴해 국감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이 지사가 사퇴하면 증인 신분으로라도 국감 출석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가 국감 전에 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는 ‘도정을 맡은 대리인으로서 책임과 의무, 법적 주어진 권한에 대해 최선을 다 한다’고 말해왔다. 국감을 피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후 도정 정리가 되면 공인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이재명 지사가 괜히 국감 전에 지사직을 사퇴해 도망치는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다. 이 지사는 워낙 개인기가 좋아 국감장에 나가도 의원들에 밀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감에 출석하면 주목도가 올라간다. 그럼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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