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설익은 발표에 업계 다 죽네
‘포르말린 우유’ 파동은 지난해 10월, 우유업체 연구원의 제보로 촉발됐다. “매일유업이 포르말린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농림수산식품부에 확인을 요청한 것. 포르말린은 메틸알코올을 산화해 만든 포름알데히드의 37% 전후 수용액을 말한다. 일반인에게 시체 부패 방지용 유독물질로 알려진 포르말린은 소독ㆍ살균ㆍ방부ㆍ방충ㆍ살충제 등으로 사용되는 독극물이다. 발암성 물질이라 식품에 첨가할 수 없으며, 동물용 사료 혼합 가능 물질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매일유업에 제품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하고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사료 사용 중지를 권고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일유업이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 포르말린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포르말린 파동에 불을 지폈다. 이로 인해 매일유업의 주가 폭락은 물론 소비자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조사결과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이 높은 서울 남양 동원 네 업체 제품 9종 모두에서 극미량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하지만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연생성범위인 0.013~0.057ppm 이내다. 발암 물질로 꼽히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더라도 이는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극미량에 불과해 안전하다는 결론이다.
결국 농식품부는 철저한 사전 검증을 ‘생략’한 안일한 대응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엔 외국처럼 포름알데히드와 관련된 사례가 풍부하지 않은 데다 국내 유해사료 허용 기준에도 포름알데히드 성분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사용 중지를 권고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에도 농식품부를 향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998년 이미 일부 통조림 제품에 포르말린이 검출된 일로 식품업계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다. 그러나 2년 뒤 통조림업계 관계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농식품부가 그때부터 포르말린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철저히 했다면 이번 파동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정확한 검증 없이 발표했던 것도 매일유업이 농식품부의 심기를 거슬렀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사전 보고 없이 포르말린이 첨가된 사료를 사용하고 이후 문제가 되자 미국 FDA(식품의약국)와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등 해외 기구의 자료를 제출하며 당당하게 포르말린 사료의 안전성을 주장했기 때문.
농식품부 역시 이러한 업계의 지적을 부인하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포르말린은 발암 물질이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자들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된다. 국내 허용 유해사료에 포함되지 않는 물질의 경우 먼저 농식품부에 안전성 검증을 의뢰하고, 그 이후 사용하는 게 순서”라면서 “국내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물질을 골라 먼저 사용해놓고,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과학적 증거를 내밀며 안전성을 주장하기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행정규칙에 사료로 허용되는 유해물질의 범위와 기준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포함되지 않는 물질은 ‘금지’가 원칙이란 것이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 ‘행정규칙에 열거된 허용 물질이 아닐 경우 농식품부에 사전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 더군다나 지금까지 해당 물질을 사료에 첨가하기에 앞서 농식품부에 사전 검사를 요청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의무 사항이 아닌 관계로 사전 검증을 요청한 업체는 없었지만 앞으로 이러한 절차를 담은 행정규칙을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포르말린 우유’란 오명은 벗었지만 매일유업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상처 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20%가량 감소한 우유 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된 것.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농식품부의 권고를 받은 이후 필요한 증빙 자료를 모두 제출했는데도 이렇게 일이 커지게 된 데 유감을 표한다”면서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농식품부에 실망했다. 뒤늦게라도 안전하단 조사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포르말린 우유’ 파동은 끝났지만 포르말린 사료와 관련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진실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4월 28일, “경쟁업체인 남양유업 역시 포르말린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리는 포름알데히드 처리 사료가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애초부터 공급받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를 흘린 매일유업에 대해 명예훼손도 고려하고 있다”며 대응에 나섰다. 진흙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장의 혈투’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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