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충격 제보에 분노
이 대통령은 금감원 회의실에서 권혁세 원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에게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지른 것을 보면서 저 자신도, 국민도 분노에 앞서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권 원장이 보고한 쇄신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분의 손으로 개혁하기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명박 정부는 총리실과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한 TF팀을 꾸려 금감원 개혁에 나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사전예고 없이 금감원을 방문해 노여움을 표출한 것을 놓고 청와대 정무라인 한 관계자는 “충격요법을 쓰지 않고서는 무너진 금융권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4·27 재보선 패배로 드러난 민심 이반 현상이 이번 사태로 가속화돼 남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 발언에는 그동안 잘못된 일에 대한 엄중처벌의 의지도 담겨 있다”고 말해 향후 금융당국을 향한 강도 높은 사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금감원 전직 직원으로부터 받았다는 이메일(E-MAIL)을 방문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금감원 방문 당시 “전직 금감원 출신 인사 한 명이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면서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에는 다른 자리를 위해 보직관리를 한다. 이제 자백한다는 뜻으로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뿌리’로 거론되고 있는 금융당국 ‘낙하산 인사’ 실상이 담긴 이메일을 받고, 이를 지적하기 위해 금감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후 이 대통령은 금감원 전·현 직원들로부터 여러 통의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보직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 대통령이 비난 수위를 낮춘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메일이 여러 통 왔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 접수된 이메일 중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바로 피감기관으로부터의 접대라고 한다. 특히 여기엔 성접대를 뜻하는 ‘2차’라는 단어도 담겨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를 하기 위해 나갔더니 해당 피감기관에 근무하던 금감원 출신 선배가 술 사주고 2차 보내주더라’는 제보가 있었던 것이다. 이밖에 몇몇 고위 간부들이 정기적으로 상품권 등을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분노의 현장 방문’은 단지 한 통의 이메일 때문에 벌어진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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