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달라진 기류, 김오수 총장 ‘원칙 수사’ 의지…검찰 섣불리 결론 내리면 ‘화’ 부를 수도
검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건의 키맨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발부받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혐의 부인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던 유동규 전 본부장. 하지만 검찰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체포 후 구속이라는, 당연한 루트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언론 등에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던 분위기가 이제 검찰의 수사만 바라봐야 하는 ‘검찰의 시간’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이 ‘원칙적으로 수사하겠다’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지에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에서 나온 원칙론
청와대는 10월 5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대장동 개발 의혹을 먼저 언급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몇 차례 ‘대장동 이슈에 대한 입장이 있냐?’고 질의했을 때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말을 아꼈던 것과 달라진 태도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애매함은 남겼다.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공세에 관한 것인지, 정국에 전반에 관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 파문에 대한 입장이 나온 것은 검찰에 적지 않은 수사 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하며, 속도전 및 의혹 규명 핵심 수사주체로 거듭나는 모양새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유동규 전 본부장 구속이 여러 의미를 가진다고 풀이하고 있다.
수사가 언론과 정치권 등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 가장 크다. 화천대유 등 관계사에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자금이 인출돼 흘러간 곳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관계자이자 몸통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본부장을 구속하면서 ‘검찰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관련성 여부도 검찰이 밝혀내게 된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는 “언론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이에 대해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해명하는 것 자체는 이와 관련된 이들에게 가이드라인처럼 적용돼 ‘입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에 간다고 한 인물이 그 전날에는 여러 언론사와 직접 인터뷰를 하면서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나. 구속을 해서 더 이상의 언론을 통한 입장 발표는 막아야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피의자가 구속되면서 거의 매일 새로운 의혹을 쏟아내던 언론사들 역시 이제 검찰의 수사만 지켜보는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김오수 총장의 의지 덕분?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도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9월 30일 김오수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여야,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고,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도 하달했다.
지시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는 검사 17명, 부서 3개 규모의 대장동 특혜 의혹 전담수사팀이 구성됐다.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팀장으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유경필) 소속 검사 9명 전원, 공공수사2부 소속 김경근 부장검사와 검사 2명,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 검사 1명, 다른 검찰청 파견 검사 3명 등 검사 17명으로 구성됐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10일여 만에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사무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실 등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를 속도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장동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한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유의미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과 녹취록도 넘겨받았다. 이를 토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유동규 전 본부장도 구속시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검찰은 외부로 수사 관련 내용이 알려지는 것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선거에 개입했다는 평을 받지 않게 위해 수사 내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라인 역시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에도 말을 아끼며, 수사 진행 상황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적용한 혐의 역시 신중한 검찰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유 전 본부장에게 11억 원의 뇌물수수 및 배임 혐의만 적용했는데,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성남시 피해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 실제로 화천대유·천화동인에서 비롯된 돈이 얼마나 유동규 및 다른 사업 투자자들에게 흘러갔는지, 자산관리사를 화천대유로 선정하는 과정에 특혜 및 불법성 논란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게 검찰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김만배 화천대유 실소유주를 소환 조사할 계획인데, 내부적으로는 영장을 청구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함구하고 있지만, 꽤 구체적인 혐의점들을 찾아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과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등이 친정권 성향인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낸 점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사실관계 입증은 탄탄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워낙 국민적인 분노도 큰 부분이 있고, 특히 부동산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 같은 부분이지 않냐”며 “문재인 정부의 적통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상황에서 저런 입장이 나왔다는 점은 검찰에게 ‘수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고발장이 접수돼 ‘경쟁’이 붙을 수 있는 지점도, 검찰 수사가 속도전을 유지할 이유로 꼽힌다. 대장동 개발에서 비롯된 여러 의혹들이 있지만, 결국 수사 대상자들이 모두 얽혀 있어 ‘하나의 수사기관’이 주도해야 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자칫 검찰이 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수사기관들이 찾아낼 경우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수사팀이 대장동 개발 관련 회사들이 경기도로부터 특혜를 받지 않았다거나, 화천대유 등에서 거액으로 인출된 수십억 원의 돈 용처를 모두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인들에게 간 돈은 없다’라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야당의 비판과 함께 특검 얘기가 나올 것이고, ‘정치인들에게 돈이 갔다’고 결론을 어설프게 내리면 여당 혹은 야당 모두의 비판을 받고 정권이 바뀐 뒤 수사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결국 이럴 때 검찰 수사팀이 내릴 수 있는 수사 취지는 ‘사실관계 입증에 집중하자’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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