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MSD 이노센스G320, 삼보 에버라텍5500, 소텍 AL7200CL | ||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가격이다. 노트북은 데스크탑 컴퓨터에 비해 2∼3배나 비싼 것이 그동안의 인식. 그러나 지난 연말 1백만원선이 무너지더니 올 초 3∼4개사가 가세해 ‘저가형 노트북’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격파괴 현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업체들이 노트북 이용자 수준에 맞춰 거품을 뺀 제품을 앞다퉈 기획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LCD 등 컴퓨터 부품 가격과 환율의 동반 하락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컴퓨터 부품은 수입품이기 때문에 환율이 1천1백원 아래로 떨어지면 달러당 1천1백50원일 때보다 10% 이상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재 1백만원 이하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MSD, 소텍(SOTEC), 삼보컴퓨터 등 세 곳이다.
MSD는 지난 2월4일 업계 최초로 80만원의 벽을 깬 79만9천원짜리 ‘이노센스G320’을 출시했다. 한정판매 이벤트용으로 출시한 이 제품은 3백 대를 출시해 3주 만에 매진됐다. MSD는 호응이 좋자 또다시 1백 대 추가 제작에 들어갔고 벌써 예약판매가 끝났다.
MSD의 이노센스는 CPU 전문업체인 인텔이나 AMD 부품이 아닌 VIA사의 C3 프로세서(1.0GHz)를 비롯한 저가 칩을 사용해 가격을 낮췄다. 경쟁업체에서는 VIA의 CPU가 CCTV나 현금인출기 등에 이용되는 산업용이라 개인용 컴퓨터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MSD측은 “인텔이나 AMD에 비해 VIA 제품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VIA의 CPU도 일정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검증된 제품이다. 또 24시간 가동되는 CCTV에 이용될 정도로 가혹한 환경에 대한 내구성이 입증됐다”고 반박한다.
MSD에 따르면 사무용 사용자에 타깃을 맞춰 최소한의 기능만을 담은 것이 최저가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고. 실제 노트북 사용자의 80%가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동영상 편집이나 게임을 위해서는 고성능의 그래픽카드와 대용량의 하드디스크가 필요하지만 사무용으로 이 같은 고성능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MSD의 제품에서 무선랜을 쓰기 위해서는 무선랜카드를 별도로 사야 한다. MSD에 따르면 무선랜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기본으로 장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노트북 구입자에 한해 시중가의 절반가격에 무선랜카드를 팔고 있다. MSD는 최저가 모델의 물량이 확보되지 않아 당분간은 한정판매 이벤트만 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텍은 99만8천원짜리 ‘AL7200CL’로 월 1천5백∼2천 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물량을 대기 위해 중국 공장을 풀 가동중이라고 한다. 소텍 제품은 AMD 애슬론 2000+ CPU를 장착하고, 타사 경쟁제품과 달리 12인치 모니터를 달아 1.99kg(배터리 장착시)의 소형화를 실현해 인기를 끌고 있다.
소텍측은 “최저가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12인치의 소형 제품은 우리가 유일해 비즈니스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노트북은 작을수록 더 비싸지는데 이 정도 가격에서는 최고의 제품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소텍은 3월 중순부터 89만8천원짜리 제품을 출시해 최저가 시장을 파고들 예정이다. 출시 예정 모델인 ‘WH2310C4L’은 인텔 셀러론 CPU와 14인치 모니터, 무선랜카드를 장착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12월 99만9천원짜리 ‘에버라텍5500’을 출시해 눈부신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국내 최초 90만원대 노트북인 이 제품은 지난 1월 최근 3년간 월 평균 판매량인 4천 대의 4배에 육박하는 1만5천 대를 팔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삼보컴퓨터측은 “지난해 삼보가 미국에서 자체브랜드로 30만 대의 컴퓨터를 팔 정도로 성장했다.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다 보니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AMD 셈프론 2800+ CPU, 256MB 메모리, 15인치 모니터, 60GB 하드디스크, 무선랜을 장착한 고성능이면서도 가격이 1백만원도 안되는 저가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삼보컴퓨터측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컴퓨터 사용자의 60% 이상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노트북 시장이 넓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30%로 아직은 노트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도 무선랜 환경이 발달하고 노트북 가격에 거품이 걷히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삼보컴퓨터는 브랜드파워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확대되는 노트북 시장을 선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1백만원 이하 모델을 판매한다고 발표했던 델(Dell)컴퓨터의 저가 노트북 모델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당시 99만9천원으로 발표됐지만 10%의 부가세를 포함해 판매가는 1백9만8천9백원으로 1백만원이 넘어간다. 델컴퓨터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통신판매로 컴퓨터의 가격파괴에 앞장선 바 있다.
저가형 노트북이 1인 2PC 시대를 열어 포화단계에 이른 컴퓨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