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이 2007년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하자 기뻐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정 사장의 소통의 리더십은 그가 구단주로 있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경영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경기장에 자주 올 뿐만 아니라 출장 중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배구단 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며 정 사장의 배구사랑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시즌엔 경기장을 자주 방문했던 게 오히려 화근이 됐다. 그가 응원하러 올 때마다 현대캐피탈이 패하고 말았던 것.
정 사장 본인도 “내가 가면 경기에 지는 징크스가 있어 일부러 경기장에 가지 않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이긴다는 믿음으로 경기장에 가겠다”며 배구단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의 지정석은 따로 없다. 천안 유관순체육관 1층 R석 또는 일반석에 앉아 다른 배구팬들과 어울려 응원하는 걸 즐긴다. 경기장을 직접 찾은 날 그의 트위터엔 어김없이 관전평이 올라온다. 구단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순수하게 배구를 좋아하는 팬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배구경기 룰은 물론 선수들의 이름 및 성적까지 꿰뚫고 있단다. 구단주의 해박한 배구 지식에 선수들도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에서 뛰던 최태웅과 이형두가 자유계약선수(FA)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게 되자 “한국에서 가장 탐나던 선수들을 영입하게 됐다”며 기뻐하는 등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고 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젊은 CEO답게 굉장히 ‘액티브’(Active)하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때문에 대개의 구단주로부터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면서 김호철 감독의 재계약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해 LIG손해보험 감독행이 유력했던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을 붙잡은 건 바로 구단주 정 사장이었다.
“장장 2시간 반에 걸친 면담이었습니다. 당시 김 감독은 구단 운영에 서운한 부분이 있었어요. 구단주한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모양이더군요. 특히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방법과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 등을 논의했고 구단주 역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구단주가 먼저 경기장 리모델링을 제안했습니다. ‘코트 위에 현대캐피탈의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구단주의 의지를 반영해 한국 최초로 배구 코트를 세 가지 컬러로 구성했어요. 눈·비가 올 때 티켓을 할인하는 이벤트도 시행했죠. 덕분에 관중 동원력이 무려 평균 62%나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현대캐피탈 배구단은 정규리그와 챔프전 우승을 모두 놓친 데다 회사는 해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소통의 리더’ 정 사장이 세찬 비를 맞은 현대캐피탈을 더욱 단단하게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