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에서 방영된 영국 드라마 <런던 콜걸 벨>의 한 장면. |
직업 성매매 여성인 주인공 벨의 손님(?)들은 성매매가 끝난 후 인터넷 사이트에 성매매 후기를 올린다. 후기는 또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은 콜걸에게는 손님이 몰린다. 영국 드라마 <런던 콜걸 벨>의 내용이다.
과거 지하로만 숨어들던 성매매가 대낮에도 기승을 부리는 것은 비단 영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도 성매매 업소와 여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성매매를 중개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버젓이 성행하고 있다. 예전처럼 단속을 피해 몰래 영업을 하지도 않는다. 인터넷 쇼핑에서 물건을 사듯이 ‘당당하게’ 성매매 업소나 이용자들이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면 성매수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접촉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인터넷 사이트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는 세태 속으로 들어가봤다.
“12일 거래 있었습니다. 추천합니다. 몸매 좋고 기술도 좋습니다.”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친절합니다. 15만 원에 할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난 4월 14일 회원수가 5000명에 육박하는 한 성매매정보 공유 사이트 밤○○ 게시판에는 인기를 실감하듯 한 시간여 동안 무수한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주로 반라의 여성 사진과 함께 해당 여성의 외모와 친절도, 성행위 기술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성매매 후기’ 글들이었다.
다른 사이트인 J○○에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이 여성을 만나면 주의할 것들’ ‘너무 대놓고 돈부터 달라고 한다. 홍대 H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돈 얘기를 꺼냈다’ 등 수천 건의 성매매 후기가 함께 올라와 있었다. 또한 여성들의 친절도, 성행위 기술 등에 대해서도 상중하 또는 별(★) 개수로 등급을 매겨 놓기도 했다.
또 다른 유사 사이트인 N○○○에는 성매매 여성 사진을 클릭하면 해당 여성들이 ‘제공 가능한 서비스 수위’를 YES/NO로 표시한 문항이 나열돼 있었다.
이런 ‘성매매 후기 사이트’들은 대부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나 쇼핑몰처럼 후기를 남기는 등 활동을 활발히 벌인 가입자를 ‘정회원’으로 등업시켜주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실명 공개를 꺼린 업계 관계자 H 씨는 “회원이 올린 후기를 ‘정확도’와 ‘자세함’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평가해 혜택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매매업소 할인 혜택을 주거나 성매매시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사이트와 연계된 유흥업소들은 ‘세일 기간’을 정해 가격 할인을 하며 고객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성매매 후기 사이트들이 회원 가입을 손쉽게 한 것도 회원수를 늘리는 데 한몫을 하고 있었다. H 씨는 “생년월일과 전화번호 등 회원의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기재하면 손쉽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며 “우리 사이트의 경우 하루 동안 1000여 명이 가입을 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재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는 개인 인증 절차가 생략돼 있어 청소년들까지도 성매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위험천만한 후기 사이트들이 어떻게 성황리에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취재 결과 이들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고, 교묘한 방법으로 단속을 피하고 있었다. 먼저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 개설 초반에 가입한 회원들과 사이트와 연계된 유흥업소 손님에게 사이트를 소개한다. 동시에 입소문을 타고 가입 회원 수는 늘어가고 스마트폰을 통해 수시로 바뀌는 사이트 주소를 회원들에게 공지하며 영업을 한다. ‘철저한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암묵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제 성매매 알선·후기 사이트 들은 대부분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고, 대포폰을 사용하며, IP 추적이 어려운 스마트폰으로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과거 보도방이나 소개소가 하던 역할을 이제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인터넷이 사이버 보도방의 형태로 대신한다”며 “거기다 스마트폰까지 가세해 단속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또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악할 수 있는 개인 정보가 거의 없는 데다 후기로 올린 글도 성매매를 했다는 정황상의 근거만 될 뿐이지 물증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사이트들은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인터넷 성매매 후기 사이트나 블로그의 경우 신고조치를 통해 폐쇄할 수 있지만 해당 운영자가 똑같은 카페 및 블로그를 개설하면 그만인 문제가 있다.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고 있는 117 여성폭력지원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의 파급력이 큰 만큼 더 위험하다”며 “해당 사이트를 신고하고 싶어도 신고할 수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특히 성매매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117 성매매신고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개별 채팅 사이트에도 ‘youth keeper’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알선·후기 사이트를 개설해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운영자가 발견될 경우 해당 포털 사이트에서 이를 제한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이트 수가 워낙 방대해 사이트 조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우선미 프리랜서 wihts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