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벤처기업 ‘다음’이 지난해의 부진한 실적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 ||
지난 8일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미디어/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선포했다. 사업 영역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하고, 전자상거래를 주력 업종으로 재편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지난해 인수한 라이코스의 서비스를 본격화해 4백억원대의 매출을 5천억원대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다음의 생각대로 올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해의 부진한 실적 때문이다. 다음이 지난 2월25일 발표한 2004년 4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4%가 감소한 4백69억원, 영업이익은 62.3%나 줄은 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외 이익에서 2백38억원의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순이익은 2백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벤처 1세대로 줄곧 방문자수 1위를 기록하던 대표벤처 다음의 행보에 이상징후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7월. 그때부터 다음은 평균 방문자수에서 후발주자인 네이버(NHN)에 뒤지기 시작했다.
다음이 주춤거리는 사이 네이버는 검색엔진과 게임, 블로그 등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싸이를 인수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성장세도 무서웠다.
하지만 다음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음의 4분기 실적 악화의 큰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매출 부진이다. 온라인광고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8.7%나 줄었다. 광고시장의 반짝 성수기인 연말이 들어있는 4분기에 영업매출이 하락했다는 점, 경쟁사인 NHN의 광고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볼 때 단순히 불경기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다른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도 증시가 마감한 금요일 오후 3시30분에 했는데 그 시점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장 마감 후 ‘올빼미 공시’를 하는 기업치고 제대로 된 기업이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속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음측은 “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 것뿐이다. 경영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고 해명했다.
영업이익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주요 수익원을 차지하고 있는 배너광고의 매출이 준 것이다.
NHN의 네이버가 검색광고(검색창에 입력한 상품의 판매자를 찾아주는 것)에서 큰 성장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색광고는 배너광고보다 구매의사가 확실한 유저가 이용하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선호하고 있고, 전체 광고시장에서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다음의 경우는 커뮤니티 서비스와 메일 서비스에서 네이버보다 이용자가 많고 노출 빈도가 높지만 검색서비스가 강점인 네이버가 더 많은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은 검색광고를 강화하고 신규광고 시장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한편 다음측은 “이번의 적자 전환이 이미 라이코스와 자동차보험에서의 손실이 예고되어 있었던 만큼 적자폭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4분기 실적에서 다음은 라이코스 지분 평가액에서 1백4억원의 손실을 보았고, 자동차보험사인 다음다이렉트원에서의 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라이코스는 다음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야심차게 인수한 세계 7위의 인터넷 포털 업체이다. 스페인의 테라 네트웍스 S.A.로부터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에 걸쳐 1천1백25억원을 주고 인수를 마쳤다. 자본총액 4천억원대의 다음으로서는 사활을 건 모험인 셈이다.
▲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 ||
다음은 라이코스 인수 뒤 구조조정을 단행해 인력을 20% 줄이고 홈페이지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변경시켜 좋은 반응을 얻는 등 미국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음의 지분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는 것도 청신호라는 것.
다음은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 카페스타(cafesta.com)를 운영하는 (주)타온을 45억원에 인수해 일본 시장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찮다. 라이코스의 영업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과 라이코스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9백억원의 회사채 상환이 올해부터 시작돼 자금압박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라이코스가 이미 대규모 적자와 방문자수 감소로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주변의 우려도 만만찮다. 라이코스의 흑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돈만 먹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라이코스 인수 직후 다음의 주가는 2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자보)의 경우 올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자보를 시작한 1월 매출 7억원에 비해 12월에는 월 매출액 70억원을 달성해 10배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음다이렉트원은 지난해 5백33억원, 11만 건의 계약을 체결해 온라인 자보에서 교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재가입 고객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매출액의 2배는 가능하다고 다음측은 보고 있다.
하지만 자보는 매출액이 많다고 해도 수익이 많지 않은 업종인 데다 자금압박으로 지난해처럼 TV광고를 할 여력이 없어 공격적인 마케팅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다음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사업동력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미디어다음, 커리어다음, 다음검색, 다음메일 등은 뉴미디어 국내부문으로, 라이코스와 타온은 뉴미디어 해외로, 디앤샵과 다음온켓 등은 뉴커머스 부문으로, 자보와 다음FN은 뉴파이낸스 부문으로 나누어 핵심역량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이와 증권은 지난 2월 말 다음의 순이익 적자 발표에도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한 바 있다. 다이와 증권은 쇼핑몰의 눈부신 성장에 주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현재로서는 다음이 2005년 1분기에 얼마나 실적이 호전되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면 다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시장의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측은 올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을 자신하고 있다.
이재웅 대표이사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지난 10년간 1천7백배의 매출 성장을 이루어 냈듯이 앞으로의 10년도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즐거운 변화를 통해서 이 같은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낼 것이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