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 둘 다 완주하면 ‘캐스팅보트’ 역할…“대선 막판 거대 양당과 연대” 전망도
신당 창당에 나선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지냈던 인물로 흙수저 출신 ‘경제통’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이사장직을 맡아 청년과 양극화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후인 지난 8월 20일에는 “기존 정치권에 숟가락을 얹지 않고 완주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 전 부총리는 10월 12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킹메이커’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은 5월 17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눈여겨보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로 지목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의 요건으로 여러 차례 ‘경제 대통령’을 강조해왔다. 김 전 부총리와 김 전 위원장은 회동에서 새 정치 세력 결집을 주제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는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창당 준비 계획을 설명했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에 발족식 날 축사를 약속했다고 한다.
김 전 부총리는 거대 양당을 동시에 비판하며 제3지대 후보로서 존재감을 넓혀가겠다는 각오다. 김 전 부총리는 김 전 위원장과의 회동 후 “지금 대선이 대장동 개발 의혹이나 고발 사주 등 서로 간의 네거티브와 흠집내기, 헐뜯기로 가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어젠다 토론이 실종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개탄에 (김 전 위원장과)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신당 합류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와 회동을 마친 후에도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갖기 전에는 (킹메이커 역할을) 결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도 “오래된 인연이고, 만나자고 해서 만난 것뿐”이라며 합류에는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단기간에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2%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선 5개월을 앞두고 김 전 부총리 독자 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캠프 내에서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캠프 관계자는 “캠프 내에 유명한 분이 없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된 후에 김 전 부총리가 개혁 이슈들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정치적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며 “제3지대는 10년 주기라는 게 있다. 2002년 정몽준, 2012년 안철수, 2022년엔 누구냐의 문제인데 안철수 대표가 될 건 아니라고 본다. 김 전 부총리가 무당층 혹은 부동층으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 전 부총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대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10월 12일 공천관리위를 발족시키는 등 대선을 앞두고 조직 정비에 들어갔다. 안 대표 역시 10월 14일 “지금 대선기획단에서 여러 검토 과정에 있으니, 결론이 나면 참조해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대선 출마는 확실한 상황이다. 출마 선언 날짜가 아직 유동적이다. 출마는 기정사실화됐다"라고 전했다.
최근 안 대표는 청년층과의 소통에 힘을 쓰고 있다. MZ세대 기자단 초청간담회, MZ세대 노조인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간담회, 기회의 사다리 복원을 위한 청년 대화모임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청년 세대 표심을 잡고자 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안 대표 역시 거대 양당을 향해 따끔한 목소리를 냈다. 안 대표는 10월 12일 ‘대장동 게이트 특별검사 촉구’ 청년 버스킹 현장을 찾아 여당에는 특검 수용을 요구, 야당을 향해서는 “미래 담론이나 생존 전략을 전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연대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난 8월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김 전 부총리에게 “제3지대 플랫폼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김 전 부총리”라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전혀 연관이 없다”며 “권 원내대표의 러브콜 뒤로 김 전 부총리께서 언론에서 선 정리를 하는 것 같아 일체 만남이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총리 캠프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가 몇 가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의 기준을 제안할 것”이라며 “그 조건에 맞으면 (안 대표와) 함께할 수 있지만 그건 이후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둘의 제3지대 공간 확장성에 따라 대선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둘 다 완주를 하게 되면 아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 지지율은 현재 3~5%로 나오고 있다. 역대급 캐스팅보트”라고 분석했다.
다만 엄 소장은 이들이 제3지대에서 완주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결국 거대 양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점쳤다. 엄 소장은 “안 대표는 제3지대 인물로서 위상이나 기능, 신뢰를 모두 상실했다. 막판에 국민의힘 후보와 연정 형태의 합의를 모색하려고 할 것이다. 김 전 부총리 역시 대선 4개월을 앞두고 창당한다고 하는데, 창당이 말처럼 쉽지 않다. 결국에 몸값을 더 쳐주는 곳과 합종연횡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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