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감’ 대표 이씨 작년말부터 ‘유림아이엔씨’ 대표 겸해…대장동 논란 터진 후 ‘유림아이엔씨’ 소재 불분명
이 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은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19일 이 씨를 소환해 100억 원의 자금 흐름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 씨가 당분간 부동산·건설 사업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씨, 유림아이엔씨 대표 취임 앞과 뒤
이 씨는 2001년 분양대행사 더감을 설립해 현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더감은 화천대유가 시행사를 맡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의 독점 분양권을 얻은 곳이다. 하지만 화천대유 고문이었던 박영수 전 특검과 이 씨가 인척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양권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특검 측은 이에 대해 “거래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2015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지스마트글로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지스마트글로벌 대표로 재직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더감을 지원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더감의 단기차입금 26억 2400만 원 중 14억 4000만 원은 지스마트(당시 지스마트글로벌 모회사·현 글람)로부터 빌린 돈이었다(관련기사 박영수 특검 인척에게 넘어간 100억 원 최종 목적지는?).
2018년부터 지스마트글로벌의 실적이 악화하자 모회사 글람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고, 2019년 2월 제이에스홀딩컴퍼니가 지스마트글로벌을 인수했다. 이 씨는 지스마트글로벌 매각 직전인 2018년 12월 대표에서 사임했다.
이후 2019년 12월, 이 씨는 글람의 다른 계열사 유림아이엔씨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1년 후인 2020년 12월에는 유림아이엔씨 대표이사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글람이 유림아이엔씨 지분 40%를 갖고 있고, 나머지 60%는 지프레임이 보유하고 있다. 글람이 지프레임 지분 100%를 갖고 있으므로 유림아이엔씨는 사실상 글람의 자회사다.
유림아이엔씨는 이 씨가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더감과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유림아이엔씨 대표를 맡았던 김 아무개 씨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더감 대표를 역임했다. 김 씨는 더감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유림아이엔씨와 더감은 제주 드림타워 사업에도 함께 참여했다. 제주 드림타워는 롯데관광개발이 중국 녹지그룹과 설립한 복합리조트로 제주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도 유명하다. 2017년 제주 드림타워 분양 당시 더감이 분양대행을 맡았고, 유림아이엔씨는 모델하우스를 준공했다. 이밖에 더감이 유림아이엔씨로부터 수억 원을 대출받는 등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기록도 감사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씨 합류 후 유림아이엔씨의 행보 살펴보니
이 씨가 유림아이엔씨 사내이사로 합류한 후인 2020년 3월, 유림아이엔씨는 송파구 방이동 A 건물 3층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유림아이엔씨는 방이동에서 부동산 업체 D 사와 각종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유림아이엔씨가 지난해 방이동 J 빌라 주택정비사업 시공을 맡을 당시 D 사는 J 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업무대행을 맡았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D 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A 건물 3층에 사무실을 뒀다. 표면 그대로 해석하면 유림아이엔씨와 D 사는 사무실을 공유한 것이다. 또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유림아이엔씨 감사를 맡았던 이 아무개 씨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D 사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그러나 유림아이엔씨의 실적은 하락세에 있다. 유림아이엔씨의 매출은 2019년 148억 원에서 2020년 114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도 2019년과 2020년 각각 3억 원과 6억 원을 기록했다. 또 2020년 말 기준 유림아이엔씨의 자산총액은 198억 원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억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씨가 유림아이엔씨 대표에 취임한 후에도 실적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글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유림아이엔씨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매출 57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19.44%에서 올해 6월 말 144.13%로 늘었다. 유림아이엔씨 홈페이지에는 2019년 12월 이후 새로운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 적힌 연락처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였다.
#대장동 논란 이후 종적 감춘 유림아이엔씨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월 19일 이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김만배 씨로부터 100억 원을 받은 이유와 박영수 전 특검과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당분간 유림아이엔씨 관련 활동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이 불거진 후인 지난 10월 7일, 유림아이엔씨는 사무실을 방이동 한 공유오피스로 이전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10월 19일 해당 공유오피스를 방문했지만 유림아이엔씨 관계자는 만나지 못했다.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다른 업체 관계자는 “유림아이엔씨라는 회사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유림아이엔씨의 이전 사무실인 A 건물 3층에는 한 스튜디오 업체가 입주해 있다. 해당 스튜디오 업체 관계자는 “지난 10월 1일 입주했고, 이전 입주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법인등기부에는 유림아이엔씨 사무실 이전 일자가 10월 7일로 기록됐지만 실제로는 그전에 사무실을 옮긴 것이다.
유림아이엔씨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모회사 글람에도 피해가 갈 것으로 보인다. 글람은 2017년 유림아이엔씨를 약 120억 원에 인수했고, 인수 후 유상증자를 통해 수십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하지만 유림아이엔씨는 글람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글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이 씨는 점잖고 인성도 좋았으며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대표로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수년전 퇴사한 분이고, 우리 회사는 대장동 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다. 유림아이엔씨도 수년전부터 관계나 거래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일로 회사가 피해보는 일이 없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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