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가 대리점 운영 당시 KTF에서 고객명단과 함께 보냈다는 공문. 사용 후 폐기를 당부하고 있다. | ||
개설자 김혜숙씨(여·43)에 따르면 지난해 10월8일 처음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KTF의 부당영업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으나 KTF측은 인터넷유포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아 김씨의 글을 삭제하도록 했다. 그러자 김씨는 아예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KTF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KTF는 서버 제공 업체에 요청, 11월3일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김씨도 외국의 서버업체를 통해 홈페이지를 재개설했다.
그러자 KTF는 지난해 11월1일 김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김씨를 고소했다. 김씨 또한 KTF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해 현재 두 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김씨가 무슨 내용을 올렸길래 KTF가 이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한때 강남의 잘나가는 KTF 대리점의 사장이었던 김씨는 KTF가 고객의 동의 없이 각종 부가서비스를 가입시켜 소비자가 모르는 사이 사용요금을 걷어온 점, 그리고 법으로 금지된 가개통을 대리점에 지시한 것을 문제삼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몰래 부가서비스에 가입해 요금을 걷어왔다는 것은 몇 년 전에도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김씨와 KTF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김씨가 피해자들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밝히고 있기 때문.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KTF측은 “부가서비스 무단 가입은 극소수 대리점들이 판촉수수료를 받기 위해 회사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자의적으로 한 것일 뿐 회사측은 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김씨가 주장하는 그간의 내용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2001년 9월부터 2002년 5월까지 김씨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KTF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매직엔’ 서비스를 고객들로부터 가입받도록 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사측이 종용해 한 것일 뿐 자의가 아니었다고 한다.
전체고객의 현황을 볼 수 있는 명단은 대리점에서 뽑을 수가 없는 것으로 사측이 이를 준 것만 해도 개입한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가입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가입의사를 물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자, 사측에서 고객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전산처리로 가입시키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심지어 매직엔 서비스가 불가능한 구형휴대폰들도 대거 가입되어 있었다. 이동통신 업계 2위였던 KTF는 이렇게 매직엔 가입자를 확대해 무선인터넷서비스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당시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할 자리가 모자라자 KTF 강남영업팀은 사무실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전화와 전산을 제공했다. 이것만 해도 사측이 매직엔 무단가입을 종용한 증거가 충분하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한 수십명의 학생들이 이를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이런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김씨가 사측과 틀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측의 무리한 가개통 요구로 인한 피해 때문이었다. 전국 대리점 실적 상위 5% 이내에 들 정도로 잘나갔던 대리점주인 김씨로서는 무리한 가개통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본사 영업팀의 목표실적을 맞추기 위해 이를 들어주었다고 한다. 사측에서는 영업력이 좋은 매장이라야 가개통 물량을 많이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김씨의 대리점을 이용한 것. 김씨는 본사 영업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영업사원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가개통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6월. 처음 1백대씩의 가개통을 요구하던 사측은 점차 2백대, 4백대로 물량을 늘려나가기 시작해 11월까지 약 3천대를 가개통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가개통은 정보통신부에서 금지한 사항이라 사측은 이를 감추기 위해 가개통한 물량을 사용정지시키지 말고 한 달 3회 이상 통화량을 발생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개통도 서류상으로는 실제 개통과 같기 때문에 수천건의 통화요금이 발생했고 KTF측은 이를 김씨에게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때가 2003년 1월.
처음 8억9천만원을 제시한 사측은 다시 4억9천만원, 2억7천만원으로 깎더니 최종적으로 1억9천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요금이 계산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씨가 이를 계속 거부하자 사측은 대리점의 전산을 끊어버려 사실상 김시의 영업을 중단시켰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본사에서 연말에 가개통 요금을 손실처리하도록 해 줄테니 지금은 서류상으로 이에 대한 담보설정만 해 두라”고 얘기했다. 김씨는 어떻게든 영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친척집을 담보로 설정해 줬다. 그러나 사측은 전산을 살려주지 않았고 연말이 되어도 약속한 금액을 처리해주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김씨는 사측을 고발하고 나섰다.
2004년 7월 김씨는 매직엔 서비스와 가개통에 관련해 KTF의 남중수 대표이사와 2002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용경 현 KT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직원 4명을 사기와 부당이득죄로 형사고발하고 총 19억원의 손해 중 먼저 매직엔으로 입은 2억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KTF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발은 지난 3월4일 매직엔 무단가입과 가개통 종용을 임직원이 직접 지시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검찰에서 무혐의처분되었고 손해배상은 아직 1심 재판을 앞두고 준비중이다.
KTF측은 “이미 2001년 매직엔 임의등록에 대해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미 임의등록된 28만건에 대해 해지와 환불을 하는 등 응분의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가개통은 대리점주의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그 책임은 대리점주에 있다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판결로 여러 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이번 소송은 김씨가 자신의 채무변제가 어렵게 되자 (본인이 생각하는) 회사의 약점을 잡아 한몫 잡아볼 요량으로 피고회사에 대해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KTF측은 가개통이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확보하기 위해 행하는 것일 뿐 직원들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말기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하락하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리고 언론사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서 어떻게 개인이 KTF라는 큰 기업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박했다.
한편 지난 3월21일 정통부 통신위원회는 제114차 위원회에서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부가서비스 무단가입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리고 총 19억9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위는 과거에 비해 위반행위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 이익을 크게 해치는 행위로 판단해 가중처벌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