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는 최근 급부상한 ‘카트라이더’ 게임 장면.‘아크로드’(아래 왼쪽)와 ‘길드워’ 포스터. | ||
지난해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의 지존은 ‘리니지’, 게임포털은 ‘한게임’이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 게임업체 넥슨이 게임포털 업계 1위로 올라서며 판도를 바꿔놓았다. 한게임은 1위를 빼앗긴 후 리니지를 겨냥한 ‘아크로드’를 출시해 게임과 포탈 통합 챔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리니지 개발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게임 ‘길드워’를 출시해 RPG 게임 1위의 아성을 지키려 하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넥슨이 엔씨와 NHN의 게임업체 선두싸움에 돌발적으로 끼어든 셈이다. 물론 웹젠 등 다른 게임업체들의 신작 출시도 3월부터 줄을 잇고 있다. 바야흐로 게임시장의 마지막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게임업체들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NHN은 고스톱과 포커로 대표되는 ‘웹보드 게임’ 한게임의 인기로 업계 1위를 고수해왔다. 간단하면서도 대중성이 강한 것이 그 비결. 그러나 지난 연말부터 넥슨의 ‘카트라이더’가 급속한 인기를 끌면서 1일 방문자수에서 넥슨에게 밀렸다.
10분 내에 결과가 나는 짧은 게임, 쉬운 조작방식,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특징으로 하는 ‘캐주얼 게임’의 하나인 카트라이더는 과거 온라인 게임에 관심없던 사람들까지 게임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데, 카트라이더는 지난해 6월 서비스를 개시할 당시 5천 명이던 동시접속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에는 최대 22만 명의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했다. 가입자 수만 해도 1천1백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카트라이더의 성공요인을 간단함과 승부반전의 묘미, 치밀한 마케팅 전략으로 보고 있다. 화장실 변기, 유모차 등을 활용해 만든 ‘카트’를 타고 미사일, 물풍선, 바나나껍질 같은 무기를 이용해 겨루는 이 게임은 키보드 방향키와 세 개의 버튼만 사용하면 될 정도로 쉽게 배울 수 있다. 게임시간도 한 번에 5분이 넘지 않는 데다가 돈을 들여 좋은 아이템을 사 모으지 않아도 돼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
대작 게임에 비해 10억원이라는 적은 개발비용으로 월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카트라이더의 성공에 고무받은 후발 업체들은 올해 속속 캐주얼 게임을 발표해 또다른 대박신화를 노리고 있다.
NHN은 지난해 출시한 ‘당신은 골프왕’의 내용과 마케팅을 강화해 카트라이더의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지난 3월30일에는 ‘아크로드’의 오픈베타(정식출시 이전에 무료로 제공되는 시험판)를 출시해 MMORPG 게임의 대표인 리니지에 도전장을 던졌다.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는 수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동시에 접속해 온라인상에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 안에서 모험을 벌이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게임을 오래 할수록 쓸 수 있는 아이템이 늘어나고 자신의 영역이 넓어지는 특성 때문에 한 번 시작한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Ⅰ’은 지난 98년 9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월 1회 이상 게임에 들어오는 접속자가 1백40만 명, 동시접속자 최대 13만 명을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MMORPG이다. 리니지Ⅱ가 지난 2003년 출시되었음에도 리니지Ⅰ은 더 많은 접속자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인기 덕분에 지난해 매출 2천4백억원, 순이익 7백7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도전하는 아크로드는 200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1백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여해 만든 NHN의 야심작이다. NHN은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게임 개발팀을 ‘NHN게임즈’로 분사시키기까지 했다. 아크로드는 오픈베타 이후 게임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NHN 관계자들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길드워’를 출시해 리니지와 더불어 게임업계 선두를 지켜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엔씨소프트측은 “길드워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쉽게 배울 수 있고, 적은 인원으로도 게임이 가능하다. 리니지와는 다른 새로운 게임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동시접속자 7만 명을 기록한 ‘뮤’의 웹젠은 차기작 ‘썬’을 비롯한 6개의 게임을 올해 초 공개했다. 썬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음악 담당자가 게임 음악을 담당한 데다가 그래픽은 업계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는 곧 학원물 RPG인 ‘요구르팅’을 출시해 업계 선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CJ인터넷의 게임포털인 ‘넷마블’은 최근 온라인 게임업체인 네오스톤을 인수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고, 지금까지 업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의 ‘땅콩’, KTH의 ‘엔타민’ 등 대기업들의 게임포털도 모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게임콘텐츠 확보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포트리스’의 CCR도 올해 ‘포트리스2블루’를 출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올해 ‘게임대전’의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