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최문순 ‘토끼’ 엄기영 토론회서 대반전
선거운동 기간 내내 최문순 당선자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김용철 보좌관은 “선거전 초반에는 인사를 드리면 ‘누구세요?’라며 알아보지도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사실 저희가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웃음을 보였다. 재·보궐 선거전이 시작되며 기자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나누었지만 한 번도 힘들어하거나 지친 기색이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만했다. 여론조사에서는 한참 뒤졌음에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보좌관은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얘기를 들어보면 바닥민심에서는 변화에 대한 바람이 상당히 큰 것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거전에 나선 이들이라면 누구나 승리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갖게 마련이다. 엄기영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선거전 막판에 터진 엄 후보 측의 불법전화선거운동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선거전 막바지 혼탁선거에 대한 인식을 불러오며 지역민들의 반감을 샀다.
다섯 차례 가진 TV토론회에서도 최문순 후보가 ‘KO승’을 거두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지난 4월 18일 춘천 KBS에서 열린 강원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보여준 엄기영 후보의 발언 영상은 ‘엄기영 개콘 동영상’으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을 만큼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는 반응이다. 당시 최문순 후보는 엄 후보에 대해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엄 후보가 엉뚱한 대답을 고수하며 토론장 분위기를 ‘어이없는’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김용철 보좌관 역시 “확실히 TV토론을 하며 단순히 토론의 스킬이나 이런 문제가 아니라 살아온 과정이나 소신, 가치관이 드러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기영 후보에 대해서는 9시 뉴스데스크를 13년 진행하면서 얻은 환상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런 환상이 깨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최문순 당선자가 이광재 전 지사와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도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최 당선자가 승리를 거머쥐기까지엔 이 전 지사의 부인 이정숙 씨의 ‘눈물 호소’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김용철 보좌관은 “최문순 당선자는 이광재 전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분노감을 가지고 선거출마를 결심했었다. 그러나 선거운동을 펼치며 홀대받던 지역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읽게 되면서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며 곁에서 느꼈던 소회를 전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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