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5일 야권인사가 총출동한 이봉수 단일후보 야 4당 연합선대위 발족식 모습. |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14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45.2%로, 김 후보(39.1%)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6.1%p로 표본오차(±4.4%p) 내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 후보가 기선을 잡은 것으로 볼 수 있는 결과다.
그러나 승리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13일 창원MBC 조사에서 당선이 유력한 후보를 물은 결과에선 김태호 후보가 38.5%로, 35.6%인 이봉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무엇보다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5.8%, 민주당 22.5%, 국민참여당 17.0%, 민주노동당 9.4% 순이었고, 한나라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지지층이 민주당·민주노동당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보였다. 한나라당과의 1대1 구도에서 민주당과 민노당 지지층이 적극 투표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야권연대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국민참여당은 이 후보의 야권연대 효과에 자신하고 있다. ‘노무현 바람’을 굳게 믿고 있다. 지난 15일 이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발족식은 야4당은 물론 친노 그룹이 총집결한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유시민 참여당 대표를 비롯해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이기명 전 노무현후원회장,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도 김영춘 최고위원을 필두로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 백두현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참석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날 이 후보는 “야권단일화는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결단이라 본다”면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와 정신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온몸을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문 이사장은 “이봉수 후보가 당선되면 그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노선과 철학이 김해에서 온전하게 구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성근 대표도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거들었다.
유시민 대표는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과 서운함, 실망이 있었지만, 2012년 국가와 국민의 승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경험으로 여긴다. 오늘은 아프지만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선거 품앗이’는 매끄럽지 않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유 대표가 야권연대 차원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분당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돕겠다는 제안에 대해 “선거는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사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 대표의 제안은 감사하다”면서도 “경우에 따라선 그 지역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 또 전략적으로 사양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분당 을에서 정당이나 진보-보수 대결보다는 인물대결을 지향하는 선거전략에 따라 유 대표의 지원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당내의 유 대표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경선방식을 놓고 양보했던 민주당은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이어 다시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내놓게 된 데 대해 “또 유시민에게 당했다”는 격앙된 분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과연 ‘친노’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민주당의 적극적인 지원 행보에 김을 빼놓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상대 진영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다. 그는 지난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해 민주당 당원들은 이봉수 후보를 흔쾌히 지원하지 않다는 정보를 들었다”라고 ‘적전분열’을 부추겼다.
김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철새처럼 때에 따라 자기 소신을 바꾸고 비굴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단일후보로 내세워 당선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 정치권이, 우리 국회의원들이,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비판을 받아도 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지냈음에도 지난 2007년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문국현 전 의원을 지지했던 전력을 꼬집은 것이다.
이런 야권연대의 느슨한 틈을 노려 김태호 후보는 수행원 없이 혼자서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는 ‘나 홀로 유세’를 하고 있다. 선거운동원들도 요란한 구호나 로고송 없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죄송합니다. 정말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제 모든 것을 다 바치겠습니다”라며 호소하고 있다. 중앙당의 지원도, 이상득 의원의 방문도 거절했다. 철저하게 총리후보 낙마에 대한 반성을 앞세우는 ‘역 동정심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김태호 후보의 조용한 선거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의 일반적인 판세 전망과는 판이한 선거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김해 을에서 박빙의 싸움이 되거나,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야권연대의 효과는 물론 유 대표에 대한 야권 내 비토정서를 더욱 굳히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