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세여려 재관여빈’이라는 경구처럼 언행일치해야”
민선 6,7기에서 보였던 사천시정은 한마디로 발전이 아니라 퇴보했다는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사천시장의 독직(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사건으로 시정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사천시민들을 오명에 휩싸이게 하는 등 장장 3년 10개월을 끌어 왔는데 오는 11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제8회 지방선거는 사천시장은 물론 사천시의회 의원 등 시민들이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발전이 달라질 것은 불 듯 뻔하다. 잿밥에 눈을 돌리면 피해는 시민이 고스란히 당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사천을 이끌고 갈 사천시장은 과연 어떤 인물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최근 들어 자치단체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먼저 중앙정부의 자원배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획일적인 메뉴를 짜서 내리 밀던 방식에서 자치단체들이 원하는 메뉴를 짜는데 골몰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균형발전특별회계를 통해 자치단체의 자율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자치단체의 창의적인 계획이 있어야 재원을 유치하기가 쉬워지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양날의 칼처럼 잘 쓰면 보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지역의 창의성을 살려 창조적으로 혁신시키면 지역 활성화의 기회를 맞게 되지만 과거처럼 중앙정부에 기대어 안주하는 자세로는 지역을 나락으로 내모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변화 추세는 이전과 다른 자치단체장의 새로운 덕목을 요구하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사천호’를 이끌고 갈 선장인 사천시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재세여려 재관여빈(在世如旅 在官如賓)’이라는 경구가 있다. 세상살이는 나그네처럼 하고 관직 생활은 손님처럼 하라는 뜻이다. 조선 후기 문인 성대중은 규장각에서 교서관 교리의 벼슬에 있을 때 이 글을 좌우명으로 삼아 벽에 써 붙여놓고 삶의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의 저서 청성잡기 성언편(나의 좌우명)에 전해진다. 성대중은 비록 서얼 출신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벼슬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조선 사회는 당파를 만들어 끼리끼리 뭉쳤는데 양반도 아니고 서민도 아닌 그의 어정쩡한 신분은 어디에도 낄 데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혹시라도 행동거지를 잘 못 하면 금세 뒷말이 나왔다. 어느 자리에 가든지 조심스러웠고, 그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늘 ‘재세여려 재관여빈’이라는 처세술로 자리를 지켰다.
사천시장과 사천시의회 의원의 자질은 첫째로, 사익을 버리고 지역발전을 위한 분명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들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우리 사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구는 날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지역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게다가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며, 지역발전을 위해 가지고 있는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설득하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하겠다.
두 번째, 민주적이고 외교적인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에는 절차를 무시하고라도 목적 달성을 위해 밀어붙이는 강한 추진력이 주효했다면, 이젠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설득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민과 행정이 파트너십을 이루는 민·관 협치형 리더십을, 통치형 리더십보다는 외교형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세 번째로 청렴해야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선비의 청렴은 여자의 순결과 같다”고 말했는데, 선비는 벼슬하는 관리를 지칭한다. 그 당시의 윤리관으로 볼 때는 순결을 잃은 여자는 여자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마찬가지로 관리가 청렴하지 못하면 관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후보자들이 혹 비리에 연루된 일은 없었는지, 원칙에 충실한 인물인지, 가짜학력이나 전과, 재산등록을 숨기고 있는 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따져봐야 한다. 특히 시의원 나리들 거수기 노릇하면 식견이 있는 인물로 바꿔야 한다. 사사로운 인정에 표 몰아주면 어떤 꼴이 될 것인지는 짐작할 것이다.
네 번째는 봉사자로서의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시장은 벼슬이 아니고 봉사자며 공복이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시장을 더는 요구하지 않는다. 시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주도하고 민간사회에 일일이 간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자율, 경쟁, 책임의 원칙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중시되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를 읽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서비스 지방자치론’에 입각해 시정을 꾸려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식을 가진 리더십이 차기 사천시장의 또 다른 덕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모 업체가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지역 간의 무한경쟁시대로 치닫는 지금 주민들의 선택은 지역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사천지역을 희망이 넘실거리는 지역으로 되 바꿀 것인가, 아니면 절망의 늪으로 빠뜨릴 것인가는 오직 주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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