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씨 일당이 Y인터넷 성매매 알선 홍보 사이트에 개설한 카페 화면. |
지난해 9월 제대한 뒤 마땅히 할 일이 없던 피의자 최 씨는 유흥업소 개업에 조언을 구하고자 부산에 있는 친구 이 아무개 씨를 찾아갔다. 이미 부산에서 성매매 알선을 하고 있던 이 씨는 최 씨에게 “이쪽(성매매 알선)이 장사가 잘된다”며 최 씨를 설득했다. 이 후 최 씨의 동네 선·후배 등 총 7명이 모여 기업형 성매매 조직을 구성하게 됐다. 이 씨와 최 씨는 사장 역할을 하고 나머지 중간책들은 실장 역할을 했다. 가출 청소년 매수, 가출 청소년 합숙관리, 성매수 남성과의 접촉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총책 이 씨는 B 온라인 채팅사이트을 통해 ‘숙식을 제공해 주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끌어들였다. 그 와중에 김 아무개 양도 만났다. 김 양은 지난해 2월 중학교를 다니다 가출한 뒤 PC방을 전전하던 끝에 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이 씨의 쪽지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양과 만난 자리에서 이 씨는 잠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성매매 화대의 절반을 주겠다며 미성년자인 김 양에게 은밀히 성매매를 제안했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어 생활이 힘들었던 김 양으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그렇게 김 양은 이 씨를 따라 부산의 한 오피스텔로 가게 됐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오피스텔에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여자 중고생들이 합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양처럼 성매매 알선에 연루된 미성년자(15~17세)들은 모두 가출 청소년들로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것만 10명에 이른다. 이들 청소년들은 인천, 경기 일산, 부산 일대에 피의자들이 범행을 위해 임대한 오피스텔에서 2~5명씩 합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간책(실장)들의 관리가 있었지만 청소년들의 외출이나 외부 활동 등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최 씨 일당은 이렇게 성매매 청소년들을 모집한 뒤 다음 단계로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Y 인터넷 성매매 알선 홍보 사이트에 자신들의 카페를 개설하고 중간책들이 성매수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내용의 쪽지를 보내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 일당은 철저히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고 조건만남을 원하는 여성인 척 성매수 남성에게 쪽지를 보내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 성매매에 응한 남성들은 총 74명으로 보통 20~30대의 평범한 회사원들로 밝혀졌다.
몹쓸 어른 손에 이끌려 온 10대 청소년들은 2010년 4월경부터 2011년 1월 경까지 오피스텔과 모텔로 불려다니며 총 70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에 이용 당해야 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중퇴한 박 아무개 양도 이 기간 동안 80여 차례 성매매를 해야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10개월여 동안 적게는 서른 번에서 많게는 백 번까지 성매매를 감당해야 했다.
경찰조사에서 최 씨 일당은 성매매 알선으로 1억 1000만여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금의 절반은 생활비, 유흥비 등에 쓰고 나머지 절반 정도를 가출 청소년에게 화대 명목으로 지급해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계속하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형으로 조직화돼 잡히지 않을 것 같던 최 씨 일당의 범죄행각은 인터넷 성매매 알선이 빈번하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범행시 이용한 사이트에 대한 ID의 IP 통신수사 등으로 범행 사실 및 규모를 파악한 후 3개월 동안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은거 중인 오피스텔 주변에 잠복해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사건을 담당한 부산 기장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정희석 경사는 4월 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성매매를 선택한 것을 뒤늦게 후회하고 있으며, 세상에 낙인이 찍힐까봐 걱정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훈철 인턴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