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부사장 |
신세계는 기업분할이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에서 정용진 부회장·정유경 부사장 남매로의 경영권 승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세계그룹 주변에서는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은 정 부회장이,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조선호텔은 동생인 정 부사장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지난 3월 18일 열린 ㈜신세계의 주주총회에서는 기업분할과 관련한 안건이 처리됐다. 이날 처리된 안건에 따르면 백화점부문은 기존 ㈜신세계로 존속하고 이마트부문은 신설 법인 ㈜이마트가 된다. 자본금 분할 비율에 따르면 이마트와 백화점이 76:24의 비율로 나눠질 전망이다. 분할 예정일은 5월 1일이다.
기업분할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최근 신세계 내부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움직임이 있었다. 신세계 비상장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3월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것. 신세계 측은 지난해 9월 상장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상장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복수의 신세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유경 부사장이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상장 목적을 자금조달을 통한 사업 확대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동양투자증권 한상화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상장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기업분할 이후 브랜드를 늘려가거나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확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신세계인터내셔날 상장 작업에는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 예비심사 청구서 접수 1주일을 남겨놓은 지난 3월 24일경 돌연 ‘제동’이 걸렸다. 상장 추진 실무부서에 그룹 수뇌부로부터 ‘상장 추진을 멈추라’는 갑작스런 ‘오더’가 내려왔다는 것. 준비 작업을 끝마치고 거래소에 청구서를 접수하는 일만을 남겨놨던 직원들이 느낀 당혹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특히 신세계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매입 열풍이 불기도 했다. 주식을 샀던 직원들도 허탈했던 것은 마찬가지.
그러나 주말 사이 상황이 또 한 번 뒤바뀌었다. 그룹 수뇌부에서 입장을 번복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거래소에 접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불과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 수뇌부의 입장이 바뀌었던 것은 단순한 업무상의 오류였던 것일까. 신세계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장 작업이 멈춰지자 주관사였던 한국투자증권에서 강력한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주관사 쪽에서 항의를 할 정도면 단순한 업무상의 오류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정 부사장이 수개월간 공을 들였던 상장 작업이 막판에 오락가락 하자 그 배경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상장 작업을 멈추라고 지시한 이가 정용진 부회장이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몇 해 전부터 정 부회장은 과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서 이마트 중국 진출 등 해외시장 진출을 끊임없이 추진해왔다. 때문에 신세계 내부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간 기업분할에 있어서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공식적으로 “이미 언론을 통해서 상장 예고까지 됐는데 이제 와서 상장을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실무진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다보니 일정이 조금 늦어진 것뿐”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정용진 부회장이 관여됐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