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1년 연금편람’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여생이 그다지 순탄치 않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현재 OECD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3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이 법률상으로 정하고 있는 정년은 60∼67세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65세에 맞춰져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60세가 법률상 정년이다. 60세가 정년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와 터키 3개국이다.
문제는 정년이 넘은 다음에도 일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우 남성은 70.3세, 여성은 69.8세까지 노동시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단순히 연령으로만 따져도 남성의 경우 멕시코(72.2세) 다음으로 높고, 여성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남성의 경우 정년 이후 무려 10.3년, 여성은 9.8년을 더 일하는 셈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은 남성의 경우 오히려 정년보다 0.7년 빨리, 여성은 0.8년 빨리 노동시장을 벗어난다.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의 일자리가 생계를 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노사정위가 시도하고 있는 정년연장이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정해져 있는 60세를 의무화하자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현재 대부분 53세 정도에 퇴직하고 있다. 그 뒤에 갖는 일자리는 대부분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닌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 수준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년층(65세 이상)의 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 소득의 66.7%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65.9%)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룩셈부르크(96.0%)와 프랑스(94.5%), 독일(91.5%), 아이슬란드(87.8%) 등 유럽형 복지국가뿐 아니라 미국(86.2%) 과 같은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 인근에 있는 일본(86.6%)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된다. 또 OECD 회원국 평균인 82.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는 결국 소득이 낮아서 일자리를 찾게 되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보니 소득이 낮은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층의 빈곤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소비 또는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평균의 50% 이하를 빈곤층으로 규정할 경우 한국의 노년층 빈곤율은 무려 45.1%에 달한다. 노인 2명 중 1명 정도가 평균소득의 50%도 벌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OECD 회원국의 평균 빈곤율은 13.5%).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빈곤율 14.9%와 비교해도 세 배나 높은 수치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빈곤층의 대부분을 노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75세 이상 초고령층의 빈곤율은 49.8%나 된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47.2%로, 남성(41.8%)보다 높다. 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빈곤율은 76.6%에 달한다.
이처럼 한국의 노인 문제가 심각해진 이유는 정부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만들지 못했을 뿐더러 고령층이 국민연금 외에 노후대책에 무신경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항상 국민연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지급되는 국민연금액 대비 퇴직 전까지 평균소득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을 포함한 의무적 가입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1%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5위로 낮은 편이다. OECD 회원국의 의무적 가입연금의 소득대체율 평균은 71.7%다.
하지만 의무적 가입연금은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과 같은 의무적 민간보험을 합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OECD가 계산하는 의무적 가입연금의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퇴직연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국민연금으로만 놓고 계산할 경우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은 34개국 가운데 14위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의 절반 수준은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퇴직연금 등을 합한 의무적 가입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순위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4위에서 25위로 뚝 떨어진다.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도입됐지만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개인연금까지 포함할 경우 순위는 더 떨어진다. 그렇다보니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계산되는 총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2.1%로 변함이 없고, 순위는 34개국 가운데 32위, 최하위권까지 급락한다. OECD 회원국의 총 연금 소득대체율 평균이 84.3%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가 대거 퇴직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노년 빈곤 문제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문제는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차일피일 미룰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