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마이더스>의 사례를 보자. 일부 언론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빠뜨린 부분이 몇 군데 있다. 우선 ‘역작전’ 자체의 가능성이다. 드라마에서 3200원인 주가를 5000원 내외에서 사들여 4만 원까지 끌어올려 되팔 계획을 세우는 세력이 있다. 이를 간파한 주인공은 주당 5000원으로 계획된 상대의 매수비용을 두 배로 불리기 위해서 주가를 1만 원까지 끌어올린다.
이를 모르는 작전세력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주당 1만 원까지 따라붙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계획대로 주가를 계속 끌어올린다. 주인공은 주가가 1만 원을 크게 웃돌자 공매도로 주가를 폭락시켜 상대방에 피해를 입힌다. 얼핏 보기에 그럴 듯하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먼저 술집 여종업원을 통해 상대방의 정보를 빼내는 주인공의 능력이 놀랍다. 술집에서, 그것도 제삼자가 있는 자리에서 자세한 작전계획을 논의한다는 게 난센스다. 실제 작전세력들에게는 보안이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역작전이 시작돼 주가가 5000원을 넘어설 경우에도 작전세력이 기존 계획을 고집하는 부분이다. 작전세력들은 통상 어느 창구를 통해 주문이 얼마나 나오는지 항상 점검한다. 예상을 벗어난 주가 상승이 나타난 경우 작전에도 변화를 주는 게 보통이다. 어떤 이유에서 주가가 움직이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무턱대고 따라붙지 않는다.
세 번째로 공매도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와서 판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여되는 주식의 현황, 즉 대차잔고는 공개된 정보다. ‘선수’들인 작전세력이 이를 까맣게 몰랐을 리 없다.
그럼 실제 증시에서 작전은 어떻게 펼쳐질까. 통상 작전세력들이 쓰는 방법은 허위나 과장 공시를 통해 시장 기대를 부풀리고, 이에 편승해 매수에 나섬으로써 단기간에 주가를 급등시킨다. 허위나 과장 공시의 종류는 특정 사업 수주나 기술개발 등이 대부분이다. 한때는 재벌가 일원들이 특정 종목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일부 재벌 3세들이 처벌받는 등 불법성이 확인됐다.
주가를 급락시키는 작전도 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 관련 채권을 먼저 인수한 후 주가를 급락시켜 이들 사채의 전환가격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전환가격은 주가에 연동돼 조정되는 만큼 주가가 하락하면 할수록 더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A 종목 CB의 전환가격이 주당 1만 원인데, 작전세력이 CB를 인수한 이후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6000원까지 하락시켰다면 CB 전환가격도 6000원 정도로 하락하게 된다. 이후 작전세력은 숏커버(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행위) 대신 CB를 주식으로 바꿔 빌린 주식을 갚으면 주당 4000원 정도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거래는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 결국 실적 확인이 되지 않는 종목이 기대감만으로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 정보가 부족한 개인으로서는 아예 피하는 게 상책인 셈이다.
작전은 아니지만 특수관계인이나 이해관계자가 선행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규모 수주 정보나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회사 내부관계자나 기관투자자들은 일반 개인투자자보다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시장에서도 주요 호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부터 주가가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조선업체나 건설, 플랜트업체 등의 수주공시가 사실상 수주확정 이후 시차를 두고 공시되는 것은 좋은 예다. 선행매매 주체가 특수관계인이거나 이해관계자일 경우 불법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벌어진 도이치증권의 옵션쇼크는 시장 전체를 상대로 한 작전이었다는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종목 관련 작전과는 차이가 있다. 당시 도이치증권은 주가하락시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풋옵션)을 미리 사놓고, 보유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주가를 끌어내렸다. 시장을 자신의 수익구조에 맞게 인위적으로 조종한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데다, 거래원이 국내외 해외에서 모두 가능한 외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도이치증권이 이 거래를 통해 얼마만큼의 차익을 거뒀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전 세계 도이치증권 계좌를 일일이 살펴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최근 10개 증권사 압수수색으로 떠들썩했던 스캘퍼(Scalper) 사건은 어떨까. 스캘퍼란 보유시간을 통상적으로 2~3분 단위로 짧게 잡아 하루에 수십 번 또는 수백 번씩 거래해 박리다매 식으로 매매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ELW시장에서 활동한다. 검찰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시장에 알려진 내용은 이들이 짝을 지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려, 다른 투자자에게 높은 가격에 매도해 이익을 취했다는 게 골자다. 같은 편 둘이 패를 공유하고, 나머지 한 명의 돈을 따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셈이다.
검찰의 증권사 압수수색은 이들의 거래내역이 보관돼 있기 때문이며, 증권사가 조직적으로 짜고 치는 판에 발을 담그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ELW 거래에서 유동성공급자(LP)라는 일종의 딜러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이 회사 평판에 치명적일 위험을 감수할 만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관례상 증권사들은 거래실적이 아주 많은 고객에게는 사무실과 집기 등을 지원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부적절한 거래에 활용될 것을 알고 한 것이 아니므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LW 거래가 주식 관련 투자에 상당한 노하우가 있는 투자자들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과, 이들이 가격을 움직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새삼 확인됐다. 스캘퍼들의 ELW 시장 거래비중은 70%가 넘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증시 관계자는 “KOSPI200이 기초자산이 아닌 경우, ELW는 만기일 한 달 전까지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호가도 제시하는 등 합리적인 시장을 위한 관리를 한다. 이 기간에는 스캘퍼들이 활개 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만기보유가 아니라면 LP 활동 기간 동안 거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
주가방향 예측 투자
ELW는 주가연계워런트의 약자로 일종의 옵션시장이다. 기초자산이 되는 해당 주식을 일정 기간 후에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이다.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콜옵션, 특정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가 풋옵션이다. 옵션가격은 기초자산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연동되는데, 주가 전체가 아닌 주가매입권리만 거래되기 때문에 값이 싸다.
예를 들어 현재 1만 원인 주식을 6개월 후에도 1만 원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의 시초가가 1000원이라고 치자. 1000원에 이 권리 20개를 매수했는데 6개월 후 주가가 1만 5000원이 됐다. 이 경우 투자자 순수익은 ‘(1만 5000-1만 원)×20-2만 원=8만 원’이 된다. 주가는 50% 올랐지만, ELW 투자자는 그 네 배인 400% 수익을 낸 셈이다. 그런데 실제 ELW는 전환비율이 수익률에 곱해진다. 전환비율이란 ELW 옵션 1계약당 전환되는 주식비율이다. 전환비율이 0.5면 0.5주가 된다. 위의 예에 전환비율 0.5를 적용하면 ‘(1만 5000-1만 원)×20×0.5-2만 원=3만 원’이다.
콜옵션 가격은 만기 전까지 시장에서 거래된다. 위의 예에서 주가가 1만 원 아래로 갈수록 콜옵션 가격은 떨어지고, 1만 원에서 위로 갈수록 콜옵션 가격은 올라간다. 즉 일정기간 후 목표가격에 대한 도달 확률이 옵션가격인 셈이다. 옵션매수의 예상과 다르더라도 애초에 지급한 옵션 가격만큼만 손해를 본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6개월 주가가 7000원으로 떨어진 경우 옵션을 행사한다면 ‘(7000원-1만 원)×20×0.5-2만 원=-5만 원’이 된다. 옵션은 행사하지 않으면 되므로, 더 ‘토해내지는’ 않지만 투자 원금 2만 원을 모두 날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