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필드’ 배제되고 ‘퍼포먼스’ 후보만 올라…“미국 백인 중심” 비난 속 “수상 가능성 되레 커져” 관측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상 콘텐츠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면 윤여정은 한국 배우의 연기력을 입증시켰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한국 영상 콘텐츠의 흥행력까지 강렬하게 선보였다. 이 흐름을 ‘지옥’이 이어가고 있다.
음악계에선 단연 BTS(방탄소년단)가 돋보인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팝 아티스트는 단연 BTS다. 이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적인 문화 현상이다.
BTS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하나하나 점령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5월에 열린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Top Duo/Group’ ‘Top Song Sales Artist’ ‘Top Social Artist’ 등 3관왕에 오른 BTS는 11월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에 해당되는 ‘Artist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이외에도 ‘Favorite Pop Duo or Group’과 ‘Favorite Pop Song’ 부문까지 3관왕에 올랐다.
이제 64회 그래미 어워드가 남았다. 지난 3월 열린 63회 그래미 어워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지난해에 열렸어야 할 시상식이 뒤늦게 열린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이너마이트’의 BTS가 후보였다. 물론 ‘다이너마이트(Dynamite)’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에도 이미 BTS는 최고의 인기 팝 아티스트였다. BTS는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라 시상식 단독 공연까지 펼쳤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를 두고 USA투데이, 할리우드리포터 등 미국 현재 매체들은 ‘BTS가 그래미상을 강탈당했다’는 평을 내놨을 정도다.
63회 그래미 어워드가 열린 3월 BTS는 이미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등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후보에 오른 곡은 ‘다이너마이트’까지였다.
64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는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 사이에 발표된 앨범과 음원이 후보가 된다. 이 기간 BTS는 엄청난 성과를 일궈냈다. 2020년 10월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으로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으며 11월에는 한국어 가사로 된 ‘라이프 고스 온’이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에 발표한 ‘버터(Butter)’는 무려 10번이나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보여줬다. ‘버터’가 10번의 1위를 하는 사이 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도 발매와 함께 핫100 1위로 직행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4곡은 모두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로 직행했다.
63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 당시의 BTS가 ‘다이너마이트’로 처음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팝 아티스트였다면 64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에 도전하는 BTS는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2020년 9월 1일부터 2021년 9월 30일 사이 4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을 선보였으며 ‘버터’로는 10번이나 1위 자리를 지킨 최고의 월드스타다.
2020년 ‘다이너마이트’의 BTS는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Favorite Social Artist’와 ‘Favorite Duo or Group-Pop/Rock’ 부문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으나 ‘Artist of the Year’까지는 바라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2021년 11월의 BTS는 ‘버터’ 등의 히트곡을 앞세워 최고의 자리인 ‘Artist of the Year’를 차지했다.
2020년 ‘다이너마이트’의 BTS에서 한층 성장한 만큼 이번에는 그래미 어워드 최초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 그것도 단순 수상이 아닌 BTS의 ‘버터’가 ‘RECORD OF THE YEAR’, ‘SONG OF THE YEAR’ 등 그래미 본상을 석권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집중됐다.
그렇지만 그래미는 아카데미와 달리 이번에도 편견과 비난을 불식시킬 기회를 걷어차고 말았다.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11월 23일(현지시간) 64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 부문별 후보를 발표했다. 후보 선정은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1차 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발표 결과 BTS는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BTS가 그래미 어워드의 본상으로 불리는 ‘제너럴 필드’ 4개 부문에선 모두 후보로 선정되지 못했다.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는 ‘RECORD OF THE YEAR’, ‘ALBUM OF THE YEAR’, ‘SONG OF THE YEAR’, ‘BEST NEW ARTIST’ 등 4개 부문 본상으로 BTS의 ‘버터’ 수상이 유력하다고 관측됐지만 결국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비난도 거세다. AP통신은 “BTS의 ‘버터’가 퇴짜를 맞았다는 부분이 이번 그래미 후보 발표에서 가장 놀랍다”고 밝혔고, USA투데이는 “BTS가 블록버스터급 한 해를 보냈음에도 그래미에서 단 하나의 후보 지명만 된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BTS의 그래미 수상 가능성은 더욱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다. ‘버터’ 등 여러 곡의 히트곡을 양산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BTS를 ‘제너럴 필드’가 아닌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만 후보로 선정됐는데 만약 이 부문에서도 수상자가 되지 못한다면 그래미 어워드가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미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놓고 보면 BTS의 수상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가운데 투표권이 있는 회원 1만 1000여 명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 ‘백인 남성’, ‘주류 팝시장 위주’, ‘보수적’, ‘배타적’ 등 그래미를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고 이번 후보 선정에서도 여실히 입증됐다.
한 대중음악 관계자는 “후보 선정만으로도 충분히 그래미는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음이 입증됐다”며 “만약 이번 그래미에서 수상하지 못할지라도 BTS는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이미 전세계가 그래미에 등을 돌린 이후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4회 그래미 뮤직 어워드는 2022년 1월 31일에 열린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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