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자막 오류, 넷플릭스 기습 가격 인상…그럼에도 한국 크리에이터 “국내 플랫폼보다는 낫다”
아시아 시장 전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콘텐츠를 확보해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삼는 동시에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세계를 호령하는 콘텐츠를 발굴한 한국 크리에이터들과 손잡기 위한 복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이 열리자마자 여기저기서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잇단 자막 오류와 콘텐츠 부족 등 각 OTT마다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빅3’ 잡음
디즈니 플러스는 한국에서 가장 늦게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플랫폼으로 손꼽혔다. 한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겨울왕국’ ‘알라딘’ ‘쿵푸팬더’ ‘인사이드 아웃’과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시리즈 등 무궁무진한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다수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며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가 시작되자 ‘기대만 못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이미 극장 상영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이 대부분이고 ‘완다비전’ ‘로키’ 등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시작된 스핀오프 신작들도 있지만 “작은 화면으로 보니 블록버스터의 맛이 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현재 제작 중으로,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즐길 수는 없었다.
이런 불만의 시작은 연착륙 없는 유료화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조차 국내 론칭부터 5년 동안 1개월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했다. 비용 없이 넷플릭스를 즐긴 후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난 후 해지 요청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볼 만한 콘텐츠가 늘면서 이용자가 순증했다.
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곧바로 유료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그에 걸맞은 콘텐츠 공급과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이용자들은 잇따라 자막 오류와 미비한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했다.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 ‘심슨 가족’ ‘토이스토리3’ 등에서 어색한 한글 자막이 발견됐고, 몇몇 자막을 두고는 ‘AI 번역기로 돌려도 이것보다 낫겠다’는 날 선 반응까지 나왔다.
디즈니 플러스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 플러스의 맹점은 부족한 콘텐츠다. 서비스 시작일에 맞춰서 ‘달콤한 인생’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유명한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이선균이 출연한 ‘닥터 브레인’을 선보였지만, 그뿐이었다. 이 작품 외에는 한국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집하는 애플TV 플러스의 방침 상 새로운 콘텐츠들이 많지만, 정작 한국 이용자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11월 18일 사전 고지 없이 이용 가격을 인상했다. 월 1만 2000원인 ‘스탠더드’ 요금제를 1만 3500원으로, 기존 1만 4500원이던 ‘프리미엄’ 요금제는 1만 7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넷플릭스의 행태는 망 사용료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넷플릭스는 2021년 6월 엄청난 트래픽으로 망에 막대한 부담을 유발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를 내라”고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항소한 뒤 버티고 있다. 이를 두고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넷플릭스가 이용료 인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망 사용료를 부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망 사용료를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모양새라 할 수 있다.
#한국 크리에이터, 왜 해외 OTT로 몰릴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는 국내 시장 기준으로 볼 때 후발주자다.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외에도 웨이브와 티빙, 카카오TV 등 유력 OTT들이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OTT 빅3의 기세는 등등하다. 왜일까.
결국 거대한 자본력과 글로벌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라는 장점이 그들이 가진 힘의 원천이다. 요즘 유명 한류스타를 비롯해 능력 있는 PD와 작가들은 글로벌 OTT 플랫폼을 선호한다. 그들을 섭외해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도 매한가지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더 많은 제작비를 주고, 더 나은 제작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중견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오랜 기간 ‘갑’으로 살아온 국내 올드 매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매번 싸워야 한다. 지식재산권(IP)도 빼앗기기 일쑤”라면서 “물론 글로벌 OTT 플랫폼도 IP 전부를 요구한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를 보장한다. 적어도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크리에이터들은 ‘그 다음’을 본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이정재, 정호연 등 출연 배우들은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다. 황동혁 감독 역시 위상이 달라졌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일단 스타덤에 오르면 몸값이 달라진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OTT 플랫폼들도 그에 합당한 개런티를 제시한다”면서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OTT 플랫폼을 선택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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