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서울모터쇼에 선보인 HED-1.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도 이미 컨셉트카가 실제 양산모델로 그대로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지난 9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티뷰론은 90년 미국 캘리포니아 LA에 설립된 현대차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탄생시킨 컨셉트카 HCD-1과 93년 개발된 HCD-2의 외모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이보다 더한 경우는 99년 발표된 HCD-4. HCD-4의 외모는 2000년 발표된 싼타페와 완전히 판박이다. 이 두 사례는 왜 컨셉트카를 눈여겨봐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국내 컨셉트카 개발의 역사는 현대차의 역사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지난 75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손을 빌려 첫 고유모델 포니를 개발했지만, 현대차가 디자인과 설계 전 과정을 스스로 감당한 것은 지난 88년 시장에 나온 쏘나타부터였다.
현대차가 국산 컨셉트카의 대명사격인 HCD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92년부터다. HCD-1은 차 외관이 직선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라 곡선으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런 곡선 도입은 93년 쏘나타2가 발표되면서 국내 자동차 디자인 흐름을 바꿔놨다. 이어 더욱 동글동글해진 엑센트(94년)가 나오고, 96년 HCD-1, 2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티뷰론이 발표되면서 현대차의 디자인 파워에 대한 평가를 확 바꿔놓았다. 티뷰론은 측면의 날카로운 선과 보닛쪽의 유연한 곡선 도입으로 현대차의 디자인력뿐만 아니라 금형기술도 한 단계 도약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 사진 위부터 컨셉트카 HCD 시리즈(1, 3, 6, 7) | ||
특히 물방울 두 개가 이어붙은 듯한 독특한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 디자인은 현대차가 92년 HCD-2에서 선보인 이래 쏘나타3와 뉴EF쏘나타까지 이어진다. 현대차에선 “HCD-2의 헤드램프 디자인을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벤치마킹해서 뒤늦게 출시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반대로 생각하기 일쑤”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현대차가 HCD-4 이후부터 둥글고 입체적인 눈매에서 매섭게 치켜뜬 눈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01년 발표된 HCD-6, 2002년의 HCD-7, 지난해 발표된 HCD-8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체적인 차형도 쐐기형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01년 발표된 투스카니에서도 이전 티뷰론 시절의 타원형 헤드램프가 각진 마름모꼴의 헤드램프로 변화된 것이나, 아반떼XD가 이전 아반떼 모델의 타원형 헤드램프를 버리고 각진 눈매를 도입한 데서도 확인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HCD-8은 가로로 길고 위쪽으로 치켜올라가는 형상의 램프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난해와 올해 발표된 쏘나타(프로젝트명 NF)와 그랜저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현대차는 일찍부터 이런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을 감안해 해외자동차 강국인 독일에 유럽디자인연구소, 미국에 북미디자인연구소, 일본에 디자인스튜디오를 열어 글로벌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 정보교류와 동시개발을 하고 있다.
이번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HED-1은 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개발된 것으로, 차로가 좁은 유럽의 도로환경에 적합하고, 레저활동이 활발한 유럽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부응하는 4인승 소형 다목적차량이다.
반면 북미디자인연구소에선 HCD-8을 내놓았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꿈꾸는 현대차가 대륙별로, 차종별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따로 또 같이’라는 동시다발적 제품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개발차종 히스토리
(*) = 컨셉트카 자료제공=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