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레인 타입 테스트’ 앱을 선보이는 ‘콘텐터’의 박승환. |
핀란드의 작은 개발사였던 로비오는 최근 한 벤처캐피탈로부터 4200만 달러(약 473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뉴욕 증시 상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로비오를 꿈꾸며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콘텐터’ 박승환 사장(31)이 ‘3.5인치의 기적’ 두 번째 주인공이다.
“콘텐츠(contents)와 피플(people), 즉 다양한 정보와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되어보자는 뜻에서 회사명을 콘텐터(Contenter)라고 지었습니다. 처음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앱스토어에 올라갔을 때의 희열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박승환 사장의 첫 작품은 ‘대학 열람실 좌석 현황’이다. 실시간으로 좌석을 확인할 수 있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춥거나 더울 때 밖에서 고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앱을 개발하게 됐다. 사실 먼저 개발한 앱은 경기도립과천도서관 열람실 좌석 현황이었다. 집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하는데 시험기간에는 늘 만석이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그렇게 한 달가량 공들여 개발, 앱스토어에 올리려는 순간 과천도서관 열람실 현황 서버가 점검에 들어가 버려 결과적으로 헛수고가 됐다.
박 사장은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눈을 대학 도서관으로 돌렸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수도권 20여 개 대학 열람실 좌석 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 앱이다. 무료로 제공되는 이 앱이 1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앱 시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한 친구가 용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앱을 홍보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장에 눈을 뜨게 된 것. 자신도 처음에는 유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 창업을 준비했단다. 그런데 도서관 좌석현황 앱의 폭발적인 반응을 경험하고 유학 계획을 중단, 앱스토어 창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부족한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에 응모했고 사업성을 인정받아 강남청년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게 됐다. 앱 개발을 위해 아이패드 아이폰 맥북에어 등 기기 구입과 서적 구입에 1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관련 기술을 익히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에서 두 달간의 아이폰 프로그래밍 과정을 이수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정보는 원서 구입을 통해 직접 습득해 나갔다고.
그렇게 두 번째로 개발한 것이 일정관리 앱인 ‘두잉오얼돈’(Doing or done)과 ‘투두오얼돈’(To do or done)이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 버튼을 눌러서 기록해두었다가 일을 끝내면 ‘Done’ 버튼을 눌러 했던 일 카테고리로 옮겨가게 하는 방식이다. 검색 기능도 있다. 0.9달러(약 1000원)에 내놓은 이 앱은 단순하고 심플해서 좋다는 평이 많은데 국내보다는 외국 사용자들의 구매율이 높다고. 사용자들의 리뷰를 참고해 알람 기능도 추가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개발한 앱은 자신이 좌뇌형 인간인지, 우뇌형 인간인지를 알 수 있는 ‘브레인 타입 테스트’. 화면에 등장하는 스푼, 종이비행기 등의 물체가 어느 쪽으로 회전하는지 선택하면 자신의 뇌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이 근무했던 공군 레이더기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가끔 레이더가 돌아가는 방향이 반대로 보여 깜짝 놀랄 때가 있었는데 바로 착시 현상이었던 것. 앱에 등장하는 물체 역시 회전방향은 똑같다고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메신저 앱은 서버를 페이스북, 구글과 접목해 채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는데, 특이한 점은 번역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것이다. 채팅 창에 글을 쓰면 바로 아래에 채팅하는 상대방의 나라 언어로 번역이 되어 나오는 것. 때문에 전 세계 누구와도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박 사장의 설명이다. 실시간 번역 앱은 향후 두 달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브레인 타입 테스트와 메신저 앱은 무료다. 단 철저하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며 수익은 애플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아이애드(iAD)를 통해 만들어나갈 생각이란다. 앱을 통한 광고 수익은 한 달에 400만~500만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가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국내의 경우 무료 앱을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서관 좌석 현황 앱을 개발했을 때 국내 한 대학에서 동영상 강의 앱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개발비는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직까지 콘텐츠 개발, 소프트웨어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그래서 국내가 아닌 해외로 타깃을 바꿨습니다.”
박 사장이 어학과 프로그램 개발 공부를 지금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서울시로부터 매월 100만 원씩 받고 있는 지원금을 수십 권의 원서 구입에 사용하고 있단다.
박 사장은 앱 개발에 대한 요청이 많아 다른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거나 독자적으로 외주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영어회화, 스터디카페 등 다양한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월평균 300만 원 정도 벌고 있지만 앞으로 라인업을 늘리면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최근 두 명의 앱스토어 창업자와 함께 <내가 니 앱이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가 꿈꾸는 최종 목표는 ‘앵그리 버드’처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앱이다.
그는 앱스토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가치관이 잘 맞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아마추어보다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서 “또, 한 발은 이곳에 다른 한 발은 다른 곳에 두는 투잡의 형태보다 한 곳에 ‘올인’하며 선택 후에는 미친 듯이 몰두해야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